매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믿고 듣는 브랜드 중 하나가 자브라인데요. 가장 최근에 출시된 완전 무선 이어폰인 ‘자브라 엘리트 75t (Jabra Elite 75t)’를 사용해본 결과 역시 이런 생각을 더 굳혀주는 제품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자브라 엘리트 75t를 보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사이즈입니다. 전작들보다 획기적으로 작아진 유닛과 케이스의 크기가 인상적입니다. 무게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경량화됐습니다. 디자인은 미적으로 예쁘진 않아도 지난 버전들과 일맥상통하며 발전해가는 느낌입니다.

작아진 하우징 덕분에 귀를 압박하는 착용감도 많이 완화되었는데요. 하지만 1시간 넘게 착용했을 때는 피로감이 살짝 있긴 했습니다. 커널형 중에서도 착용감이 독보적으로 편안했던 에어팟 프로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지만 인이어 형태의 이어폰 중에서는 손꼽을 정도로 꽤 부드럽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즐 부분이 귓구멍 초입에 살짝 들어가고 볼록한 하우징이 귀의 입구까지 잘 메워주는 덕분에 차음성도 꽤 높았습니다. 물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예전부터 자브라의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무선 연결 안정성에 있어서 만큼은 가히 최고 수준이었는데요. 블루투스 5.0을 지원하는 자브라 엘리트 75t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간 수도권과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 안에서 사용했을 때도 소리가 튀거나 끊기는 일은 없었습니다. 페어링 자체 속도도 아주 빠르고, 딜레이도 거의 느끼기 힘든 정도여서 유튜브 감상을 할 때 이질감이 없었죠.
※ 연결 안정성 관련 내용 추가 : 12월 26일 기준 펌웨어 업데이트 후 저녁 시간대 7호선 만원 지하철 약 40분 이용 중 5회 이상의 튐 현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등 무선 연결이 불안정한 상황을 겪어 이를 추가합니다. (멀티포인트로 동시 페어링되어 있던 노트북과 함께 이동하여 혼선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

SBC, AAC 코덱을 지원하는 자브라 엘리트 75t의 음질은 전체적으로 공간감이 넓고 해상력이 아주 우수하다는 느낌입니다. 가려지는 부분 없이 모든 소리들이 깔끔하게 뽑아져 나옵니다. 플랫하고 담백한 에어팟 프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극저음역과 극고음역이 꽤 강조된 듯한 인상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메마르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이는 Jabra Sound+ 앱의 5밴드 이퀄라이저로 조절도 가능해서 얼마든지 입맛에 맞게 음색을 커스텀할 수 있어 괜찮았습니다. 힙합이나 소울 류의 장르에서 딥하게 펑펑 울려대는 베이스가 종종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다른 소리를 가리는 마스킹이 없기도 하고 에어팟 프로에서 느낄 수 없던 다이내믹함이 오히려 음악 감상을 신나게 해주기도 했죠. 기본적으로 고음을 잘 살려주고 해상력이 좋아서 대부분의 장르를 잘 표현합니다. 자브라 엘리트 75t는 자브라 와이어리스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폭넓고 깔끔하면서 깊이 있는 음색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대 2대의 기기에 멀티포인트 연결이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각각 페어링을 해서 연결해놓은 뒤 각각의 소스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소리 또는 음악을 원하는대로 골라가면서 들을 수 있었는데, 한꺼번에 동시 출력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이었습니다.

와이어리스 이어폰의 영원한 난제인 통화 품질의 경우 물리적인 한계를 여전히 깨주진 못했습니다만 에어팟이 한창 통화 품질이 좋다고 소문이 나던 그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느낌을 전해줬습니다. 자브라 엘리트 75t에는 음성을 잡아내는 마이크가 유닛 당 두 개씩 총 네 개가 들어가 있는데, 상대방이 최소 한 번은 되묻게 했던 저의 웅얼거리는 낮은 목소리도 잘 담아 전달했죠.
주변 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들려주는 히어스루 기능도 아주 유용합니다. 구동이 빠르고 수음의 질도 자연스러운 편이며 차도를 건널 때나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 사무실에서 음악도 듣고 분위기도 파악할 때 사용하기 편리했습니다.



전용 앱인 자브라 사운드 플러스도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퀄라이저, 히어스루의 강도 조절, 펌웨어 업데이트, 스마트폰 위치 기록을 통한 이어폰의 위치 찾기와 같은 기존의 기능들은 물론이고 냇물 소리나 숲, 동굴 등 여러 자연의 소리와 백색 소음 등을 출력해주는 집중력 향상 기능까지 들어있어 세심하게 신경 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어요.
버튼 조작도 수월합니다. 클릭감이 말랑한 편이라 힘이 적게 들어 편리하고 페어링, 트랙 컨트롤과 볼륨 조절, 그리고 시리나 알렉사 같은 음성 비서 기능과 히어스루까지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타임은 스펙 상으로 이어버드 7.5시간, 충전 케이스를 포함해 최대 28시간이며 15분 충전 시 1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등 배터리 파워는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실제로도 왕복 3시간의 출/퇴근길과 20~30분의 산책, 업무하는 중간 중간 30~40분 정도 사용해도 충전 강박증이 있는 제 마음을 널널하게 했습니다. 정확한 잔량은 앱을 통해서 쉽게 볼 수 있고요.

요약하자면, 자브라 엘리트 75t는 사이즈를 확 줄여서 군살을 쏙 뺀 부피에 더 깊어진 음질 그리고 든든하고 다채로운 기능이 코어 근육처럼 잘 어우러진 와이어리스 이어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 하면 요즘 대세인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다는 점과 무선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 케이스 정도? 그래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품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훌륭한 이어폰임은 확실하고, 메인으로 사용하든 서브로 사용하든 충분한 만족감을 전해줄 녀석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