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H-I-NOOR Magic Jumbo Triangular Coloured Pencils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시절 색칠놀이를 하다가 특이한 색연필을 접했다. 하나의 뾰족한 심 안에 여러 가지 색이 섞여있는 매직 색연필. 여러 색깔이 섞여 나와서 신기한 마음에 그려놓고 보니 그거대로 꽤나 작품성(?)이 느껴진다. 대충 그렸는데 뭔가 있어 보인다. 장담하건대 어렸을 적 이 매직 색연필로 자신의 예술적 감각에 여럿 도취됐을 거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색연필을 다시 마주했다. 심신 안정을 위해 색칠공부를 하려는 것도 미술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러 색이 섞인 그 예쁘장한 자태를 보니 그냥 무심하게 책상 연필꽂이에 꽂아 놓기만 해도 꽤나 감각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문구를 빙자한 인테리어 소품이 또 늘었다.

보헤미안 감성
어렸을 적 자아도취를 도와줬던 매직 색연필의 탄생지가 체코였다는 사실은 꽤나 의외긴 하다. 브랜드의 정확한 명칭은 창업자 조셉 하드머스(Joseph Hardtmuth)의 성을 따서 KOH-I-NOOR HARDTMUTH이다. 코이노어? 코이누르?(편의 상 코이노어라 부르겠다) 외국어라 발음이 둘로 나뉘지만 모두 KOH-I-NOOR를 지칭한다. KOH-I-NOOR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이아몬드를 뜻한다. 흑연을 단단하게 만들어낸 기술을 상징하기 위해 이를 가장 단단한 광물 다이아몬드에 빗댄 것이다.

다이아몬드보다 값진 기술
실제로 코이노어는 자그마치 1790년에 설립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연필 제조기업이다. 우리가 지금도 흔하게 접하는 ‘노란색 연필’의 디자인도 원래 코이노어의 것이고 H, HB, 2B 등의 연필심 경도를 처음 도입한 기업도 코이노어라고 하니, 이 기업의 연필 제작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동유럽의 자랑인 셈이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태어난 많은 발명품들이 이 코이노어 연필로 그려져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재밌어진다. 결국 매직 색연필의 탄생 역시 코이노어의 기술이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뜻 깊은 역사를 진작에 알고 산 거라면 참 멋져 보였을 텐데 아쉽게도 모두 예쁜 외형에 혹해서 구매한 뒤에서야 알게 된 사실들이다.


오묘한 컬러감
오랜만에 매직 색연필을 다시 쥐어보니 괜스레 추억에 젖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생각보다 색깔이 마구잡이로 나와서 약간 당황스럽다. 세월이 지나 객관적인 눈으로 보니 내 손의 결과물에서 작품성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매직 색연필 작품 사진들을 찾아보고 ‘나는 왜 이렇게 안되지?’라고 생각하지 말자. 내 손이 문제지 도구의 문제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작품처럼 나오진 않아도 자유자재로 변하는 색감에는 더 집중하게 된다. 의도치 않는 컬러가 튀어나올 때마다 묘한 쾌감도 느껴진다.


바디까지 완벽한 너
색칠했을 때의 느낌을 말하자면 단단하지만 발색은 쉽게 나온다. 굳이 힘을 많이 주지 않더라도 컬러가 선명하다. 내구성이 좋다는 얘기다. 점보 사이즈라 바닥에 떨어뜨려도 혹시나 부서졌을까 놀라지 않아도 된다. 색연필 바디에 연필심 컬러 조합을 유려하게 입힌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쓰지 않고 옆에 두고 보기만 해도 참 예쁘다. 금손이 아닌 난 그걸로도 충분하다. 문구로 만족감을 느끼는 갬성 호구니까.

‘색’다른 재미
매직 색연필은 컬러링을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여러 번 덧대어서 색깔을 섞은 느낌에 만족도가 한층 올라갈 게 분명하다. 연필 소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음영 묘사만을 생각했던 습관에서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관심 종자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진열돼 있는 매직 색연필을 보고 누구나 한 번씩 손에 쥐고 써보게 되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니, 소소하지만 확실한 뿌듯함을 얻을 수 있다.

총평
체코의 기술로 달리 보이는 추억의 색연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