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간간히 우주로 제품을 보낸다. 우주에서도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업무를 보고, 통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에 아무 제품이나 보내서는 안 된다. 엄격한 기준이 있다.
우선 가벼워야 한다. 나사의 발표에 따르면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데 드는 비용은 1kg당 8만 달러(약 8천 8백만원)가 소요된다고 한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두 번째는 내구성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우주로 내보냈는데 작동이 되지 않으면 큰일이다. 택배로 반송 하기도 힘들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후원’이다. 사실 우주로 보내는 제품들은 대부분 제조사들이 나사(NASA)나 기타 중국, 러시아 우주팀에 후원한 제품들이다. 우주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홍보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다.
여기 우주로 다녀왔던 제품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이 제품들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집안에서 위대한 첫 발을 디뎌보자. 사실 제목은 다녀온 제품들이지만 대부분 다시 돌아오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왕복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뽈리옷(Poljot) 시계
우주에 가장 먼저 나간 시계다. 1961년 러시아의 우주인 ‘유리가가린’이 차고 우주공간에 도달하여 유명해졌다. 1930년 러시아에서 설립된 시계회사로 현재도 시계를 생산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수입되고 있지 않다. 굳이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른 기록에는 슈트루만스키(Sturmanskie)라는 브랜드를 찼다는 기록도 있다.
브라이틀링 네비타이머 코스모노트
러시아에 이어 미국에 나간 미국의 우주인 스콧 카펜터는 브라이틀링의 시계를 차고 나갔다. 그 때 차고 나간 시계가 바로 ‘네비타이머 코스모노트 (breitling navitimer cosmonaute)’이라는 모델이다. 사실 내비타이머는 우주용으로 만들어진 시계가 아닌 파일럿과 항공 운항 종사자들을 위한 시계였다. 정신이 복잡할 정도로 복잡한 다이얼 디자인이 특징이다. 우주인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 것 같다.
지난 2012년 우주 진출 50주년을 기념해서 새로운 내비타이머 코스모넛을 1962개 한정 생산한 적이 있다. 발매 당시 가격은 약 5천달러(약 550만원)
플랜트로닉스 무선 헤드셋
플랜트로닉스(plantronics)는 세계 최초의 블루투스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이 유명해진 것은 벌써 50년이 넘었다. 그들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갈 때, 암스트롱의 머리에 플랜트로닉스 무선 마이크를 달아 주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걸음”이라고 말한 대사가 플랜트로닉스를 통해 전세계에 중계된 거다. 위성송수신기는 모토로라가 담당했다. .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
나사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주인에게 채울 시계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중력, 자기장, 충격, 진동과 온도 변화 등의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했다. 모든 테스트를 통과한 시계가 바로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다. 이 시계는 1969년 아폴로 11호아 함께 달에 착륙했다. 이후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에게는 문워치(Moonwatch)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재도 구입이 가능하며 예물용으로도 많이 구입한다. 결혼이나 우주로 가는 거나 위험성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IBM 씽크패드
우주로 나간 첫 번째 노트북은 1985년 디스커버리호에 탑재된 그리드 컴파스(Grid Compass) 노트북이다. 그러나 1992년 IBM에서 씽크패드가 만들어진 이후로는 우주 왕복선에 씽크패드가 쓰였고, 1998년부터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되는 PC로 씽크패드가 확정됐다. 씽크패드는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서 고장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씽크패드는 우주에 나간 횟수가 50차례가 넘는 유일한 노트북이다. 한편, 레노버는 모토로라와 IBM을 사들여 우주에 다녀온 기업을 두 개나 소유하게 됐다.
핫셀블라드 500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달 착륙을 포함한 모든 기록은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쓰였던 카메라는 핫셀블라드 500. 이 카메라는 지난해 경매장에서 55만 유로(약 8억원)에 낙찰돼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동안 달탐사에는 총 14대의 카메라가 쓰였는데, 돌아오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13대는 달에 두고 왔다고 한다. 혹시 달나라에 가게 된다면 찾아 보기 바란다.
니콘 D3S
니콘은 1970년대 이후 나사의 레퍼런스 카메라로 쓰였다. 특히 니콘이 2009년 출시한 프로용 바디인 니콘 D3S는 총 11대가 우주 왕복선체 탑재되어 우주 정거장내의 촬영 기자재로 사용됐다고 한다. D3S에 마운트 된 렌즈는 14~24mm F2.8 렌즈. 아직도 D3S가 판매 중이긴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후속작인 니콘 D4S를 구입하자. 우주에 나갈 수 있는 카메라로 집안에서 화이트밸런스 맞는지 체크만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코닝 고릴라 글래스
완제품은 아니지만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는 우주왕복선의 유리 코팅을 담당했던 기술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며 내구성이 좋은 유리를 떠올렸을 때, 코닝이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런 명성의 결과였다.
코닝은 우주왕복선의 유리로 쓰이고, 아이폰에 채택되면서 전세계 스마트폰의 유리 코팅 기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삼성 넥서스S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지난 2011년 끝났다. 그 당시 마지막 우주왕복선인 ‘아틀란티스호’에는 두 개의 스마트폰이 실렸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삼성전자의 넥서스S다. 다만 넥서스S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 덕분에 우주선에 탑재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글이 나사와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하던 ‘행성간 인터넷’ 연구목적으로 구글의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가 선택됐기 때문이다. 정작 우주의 은하를 뜻하는 갤럭시는 아직 우주로 나간 기록이 없다. 갤럭시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실패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우주로 던져버릴지는 모르겠다.
애플 아이폰4
역시 마지막 우주왕복선인 ‘아틀란티스호’에 탑재된 스마트폰이다. 사실 아이폰4는 발매 직후에 ‘안테나 게이트’로 곤욕을 치뤘다. 스마트폰 테두리를 잡으면 통화감도가 떨어진다는 소비자의 불만이었다. 그러나 통화가 필요없는 우주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 나사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폰4’는 우주인용 애플리케이션 시험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우주에서 드롭박스 동기화가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