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거 구독하는데.
커피? 그것도 구독해서 마시지.
맥주도 구독해서 즐기는데…

라떼는 말이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싶을 거다. 이 글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아재. 아, 아재요.

편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요즘의 밀레니엄. 순간의 편함을 위해 구독 서비스도 마다치 않는다. 그것이 조금 비싸더라도 말이다. 천 원 한 장이라도 아끼기 위해 최저가에 열을 올리던 나 역시 구독의 맛을 알고 나선 헤어날 수 없더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제때 원하는 상품을 보내주는데 어떻게 끊을 수가 있나.

여기 당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구독 서비스가 있어 소개한다. 너무 까무러치게 놀라진 말자. 요즘 애들은 다 이러고 사니까.

커피 애호가의 구독 서비스 : 펑크 커피

미드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의 주인공, 로렐라이 길모어는 어마어마한 커피 중독자다. 커피를 주문하며, “욕조에 한가득 담아 달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이니 그녀의 커피 사랑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웬 커피 중독자 이야기냐고? 나 역시 그녀 못지않은 커피 중독자거든. 할 수만 있다면 욕조 가득 커피를 담아 놓고 빨대를 꽂아서 쪽쪽 빨아먹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커피가 고프다.

끝없는 커피 갈증에 시달리는 내게 구세주 같은 커피가 나타났으니 바로 펑크 커피다. 종이팩에 담긴 유일무이한 형태의 콜드브루,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듯 간편하게 즐기는 펑크 커피는 감사하게도 정기 구매가 가능하다. 구독형 서비스처럼 정액을 내고 주・격주・월 주기로 받아 마실 수 있다는 거다. 종류는 슬림・클래식・포커스, 세 가지이며 언제든 원하는 커피로 변경도 할 수 있다.

펑크 커피의 특징은 저마다 특색을 갖췄다는 것. 통통 튀는 노란색으로 옷을 입은 클래식은 콜드브루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집중했다. 과일 향과 초콜릿의 단맛이 어우러져 맛과 향에서 모두 만족감을 준다.

핑크가 돋보이는 슬림 속에는 L-카르니틴이 들어갔다. 체내에서 지방산을 분해할 때 에너지를 공급하는 아미노산이다. 체지방 분해의 필수 물질이라고 하는데, 다이어트에 그만이다.

산뜻한 민트색이 인상적인 포커스. 여기엔 집중력 강화에 효과적인 L-테아닌 성분이 더해졌다. 이 성분이 신경 세포를 활성화해 집중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한다. 늦은 시간까지 집중이 필요한 사람에게 딱 좋은 커피다.

펑크 커피의 가격은 클래식 월 9천6백원, 슬림・포커스 월 1만4백원이다. 용량은 2L로 8~10잔을 마실 수 있을 정도다. 나처럼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는 꽤 합리적인 값과 용량이다. 구독형 서비스 덕에 매번 주문하고 결제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편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커피 맛도 훌륭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김유월 유월커피 대표에 따르면 “맛의 밸런스가 잘 잡힌 콜드브루”라고.

거두절미하고 일단 단품으로 한 팩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한다. 내 취향이 아니다 싶으면 안 사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한번 맛보면 구독하지 않고는 못 배길걸.

독서광의 구독 서비스 : 밀리의 서재

나이 탓인가. 어릴 때는 아기자기한 게 좋았는데 취향이 변했다. 요즘엔 심플한 것만 눈에 들어온다. 선반 위 놓인 각양각색 피규어보다 장식물 없는 단순한 인테리어가 좋다. 책장을 빼곡 채운 책보단 텅 빈 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더 내 취향에 맞다.

솔직히 먼지만 쌓이는 책이 무슨 의미인가. 아이패드 하나에 다 넣으면 되는데. 그래서 말인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부터 있던 책도 다 처분했다. 책은 오로지 앱으로만 읽는다. 수많은 전자책 앱 중에서 내가 고른 건 ‘밀리의 서재’다. 요즘 가장 뜨는 앱이거든.

밀리의 서재는 3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고 있다. 월정액 도서 서비스 중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많은 책이란다. 요금은 한 달 9천9백원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는 거 인정. 그렇다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 밀리의 특장점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앱에는 다채로운 콘텐츠가 담겼다. 밀리 오리지널은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다.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듯 밀리의 서재에도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다. 테마 소설집이라든지, 복간한 작품이라든지 밀리에서만 읽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한가득하다. 책 한 권을 짧게 요약해서 읽어주는 리딩북도 매력적이다. 읽기 전 내용을 살피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커스터마이징도 재밌다. 폰트와 행간, 배경지 색상 등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나만의 책을 소장하는 느낌을 선사한다고나 할까. 큐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를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큐레이션이다. 밀리의 서재도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다. 새로운 책이나 화제가 된 책 등을 매주 추천해 주어 뭘 읽어야 하는지 고민할 겨를이 없다.

구독이 부담된다면 직접 경험해 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겠다. 밀리의 서재는 한 달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담 없이 경험해 보도록 하자. 역시나 한 번 읽고 나면 구독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불금을 위한 맥주 구독 서비스 : 벨루가

매주 금요일 저녁, 나는 퇴근 후 헬스장을 찾는다. 이곳에서 한 주의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날려버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맥주 한 캔과 짭조름한 안줏거리를 하나 산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면 게임기를 켜고, 맥주 캔을 딴다. 치-익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열리는 캔… 기분 좋게 한입 마시고는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

불금이 뭐 별거 있나. 좋아하는 거 즐기면서 불태우면 그게 불금이지. 벨루가는 이런 내 불금을 좀 더 품격 있게 만들어준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이게 뭐냐 하면, 바로 맥주 구독 서비스다. 벨루가를 구독하면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목요일에 정성스러운 야식 박스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야식과 간식 그리고 크래프트 맥주 4병이 담긴 박스다.

맥주 종류는 매번 달라진다. 덕분에 다채로운 세계 맥주를 마셔볼 수 있다. 설명서도 포함되어 있다. 모름지기 알고 마셔야 더 맛있는 법 아닌가.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맥주 맛을 더욱 돋워준다.

박스 구성은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 야식 없이 간식+맥주만 구독해도 되고, 간식+맥주 맛 무알콜 음료를 구독해도 된다. 맥주가 필요 없다면 고급스러운 안주나 스낵만 받아볼 수도 있다. 뭐, 어떻게 구독하든 우리의 불금을 좀 더 멋스럽고, 맛스럽게 바꿔준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구독 가격은 구성에 따라 다르다. 스낵만 구독하면 한 달 2만3천원이다. 스낵과 맥주만 구독하면 한 달 5만5천원, 스낵과 야식 그리고 맥주까지 모두 구독하면 한 달 6만5천원이다. 맥주 한 캔과 육포 하나만 구매해도 1만원을 찍는 요즘이다. 어쩌면 벨루가는 가성비까지 갖춘 구독 서비스라 할 만하겠다.

구독이 주는 즐거움

커피도, 맥주도, 책도 구독하는 시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더 놀라운 건 세상엔 별의별 구독 서비스가 다 있다는 거다. 셔츠, 면도기, 생필품 구독은 기본. 심지어 외국에는 음식 배달 구독 서비스도 있다. 월정액만 내면 원하는 음식을 제한 없이 배달해 준단다. 그것참 참신하기도 하지. 이쯤 되면 또 어떤 구독 서비스가 등장할지 슬슬 기대되기도 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각박한 삶인데 구독이 웬 말이냐고? 그런데도 매달 돈을 내고 구독하는 이유는 아마도 ‘관리받는 느낌’ 때문일 거다.

커피가 떨어질 때 즈음 새 커피를 배송해 주고, 술 한잔 생각날 때, 고급스러운 혼맥 세트를 보내주고, 내가 읽을 만한 콘텐츠를 척척 큐레이션 해주는 게 바로 구독 서비스다. 여러모로 관리받는 느낌을 제대로 선사하지 않나.

값싼 비지떡을 위해 나를 희생했던 우리 아닌가! 이제는 사지 말고 구독해 보는 건 어떨지. 우리 모두 이 정도 사치는 부릴 자격이 있으니까.

구독형 비서 서비스 같은 것도 나왔으면…
도전하는 사람들과 도전적인 아이템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