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You are what you buy’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상에서 우리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임약사의 삐약삐약(B藥B藥): B급 약사가 들려주는 B급 약 이야기>는 약도 일종의 제품이라는 명제 아래 약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약을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B급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약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친절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이미 동네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약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 EDITOR IN CHIEF 신영웅

대한민국은 음주 공화국이다.

필자는 울산 동구에서 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울산 동구라고 하면 가히 한국 중공업의 심장!! 수많은 산업의 역군들이 땀으로 뒤엉켜 살아가고 있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기업과 공단이 함께 있는 곳이다 보니 사업이 흥할 때나, 어려울 때나,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나, 끝날 때나, 누군가 환영할 일이 생기거나 떠날 일이 생겼을 때 흥건한 술자리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매일 술자리가 벌어진다는 뜻이다. 그날 술자리만 흥건하면 좋았을 것을 왜 다음날 내 몸까지 흥건한 건지?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묘하게 발그스레한 두 뺨, 살짝 초점이 어긋난 두 눈, 벌어진 다리로 비틀대는 걸음걸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향해 다가와 향긋한 홍시 향을 풍기며 건네는 아저씨의 달콤한 한마디.

“약사님, 제일 좋은 숙취 해소제 하나 주이소.”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숙취 해소제 이야기를 해보자.

우루사부터 시작해서 컨디션, 여명808, 상쾌환, 요즘은 유튜브로 명성을 얻게 된 가레오, 헤포스, RU21까지 실로 다양한 숙취해소제가 존재한다. 이중에 가장 좋은 약은 따로 없다. 다만 당신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숙취해소제는 따로 있을 수 있다.

숙취해소제는 개개인의 숙취 증상에 따라 권할 수 있는 제품이 모두 달라진다. 일단 일반적인 숙취의 증상을 한번 나열해보자.

머리가 아프다. 속이 울렁거린다. 구토를 한다. 속이 쓰리다. 술이 빨리 깨지 않는다. 기운이 없다. 설사한다. 다음날이 되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숙취와 약간 다르지만 음주 전 술이 빨리 취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도 가끔 있다. 머리가 아플 때는 사실 술이 깨면 두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니 기다리면 되지만 너무 통증이 심하여 불편하다면 진통제를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타이레놀’은 피해야 한다.

음주 후 타이레놀을 복용한다면 음주로 인해 힘들어진 간이 타이레놀을 정상적으로 분해하지 못하여 급성 간독성이 생길 수 있다. 약국에 가면 음주 후에도 부담 없이 복용이 가능한 진통제가 있으니 그런 제품을 찾아보도록 하자. 기억하자. 음주 후 아세트아미노펜은 피해야한다는 것을!

속이 울렁거리고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다면 필자는 반하사심탕이나 오령산 같은 한약제제를 추천한다. 넘어올 듯 위에서 출렁출렁 넘실거리고 있는 물을 말려주는 것이 반하사심탕, 몸에 있는 불필요한 수분을 내보내 구토나 설사를 막아주는 것이 오령산 처방이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미 구토를 했거나 속이 쓰리다면 ‘개비스콘’ 류의 짜 먹는 위장약과 위산 분비 억제제가 도움이 된다. 짜 먹는 위장약은 위 점막을 덮어주고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알코올로 인한 위점막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쓰린 속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술기운이 아직 남아있어 빨리 깨고 싶다면 L-오르니틴-L-아스파테이트라는 다소 어려운 이름의 물약을 추천한다. 이 성분은 혈액 내 독성물질인 암모니아를 줄이는 간 해독작용이 있고, 에너지를 만드는 작용도 있어 술이 빨리 깨는 데 도움이 되어 간장 치료의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헤파멜즈 로라액이나 우라니틴 같은 제품이 있다.

기운이 없다면 자양강장, 피로 회복의 효과가 있는 비타민과 당분이 풍부하게 들어간 피로회복제 드링크나 비타민 알약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음주 후 변이 무르고 설사를 한다면 ‘우루사’나 ‘가레오’ 같은 담즙 분비 촉진제와 유산균 등이 효과가 좋다.

술자리에서 빨리 술이 취하는 것이 염려된다면 헤포스 같은 간 활성화제나 비타민 복합제인 RU21을 음주 전이나 음주 도중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겹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증상별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는 이유는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이다. 숙취는 딱 정해진 한 가지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지않은가. 어떤 날은 트와이스의 노래가 듣고 싶고, 또 어떤 날은 심금을 울리는 송가인의 트롯트가 마음에 드는 것처럼 숙취 또한 그날그날 주종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는다고 필자가 추천해준 성분을 외워 다닐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필자가 바라는 것은 빠른 숙취 해소를 바란다면 약국에 가서 지금 불편한 증상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맞게 약을 조합해서 먹는 것이 숙취 해소의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란 뜻이다. 또한 항상 자주 겪는 숙취 증상이 있다면 상비약으로 특정 제품을 갖추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명한 제품이 아니라 나의 불편한 증상을 덜어줄 수 있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라고 바라며 또 바란다.

술 마시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정해진 답이 있다. 술을 끊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