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휴일 하루을 허망하게 잃은 3월이다. 깨알 같은 검정색 숫자가 달력을 지배했다.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힌다. 쉬는 날이 없다. 출시 예정 신차들을 둘러보면 답답함이 더해진다. 차종도 적을 뿐더러, 우리에게 고민을 안겨줄 만큼 매력적인 모델이 없다. 자동차 회사들이 다음 달 서울모터쇼를 대비해 3월을 체력 비축의 달로 삼았나 보다. 우리도 다음 달을 기약하기로 하고, 이번 달엔 어떤 차들이 출시될 예정인지 덤덤하게 살펴보자. 그나마 섹시한 스포츠카 한 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게 반갑다. 손에 쉽게 잡힐 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시 덤덤해지긴 하지만.
BMW i8
BMW 코리아는 i8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름은 전기차 i3와 비슷하지만, 개념은 많이 다른 차다. i3는 배기가스를 단 1cc조차 내뿜지 않지만, i8은 휘발유를 불사르며 달리는 스포츠카다. 그럼에도 BMW의 친환경 라인업 ‘i’에 포함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연비가 높고 배출가스를 적게 내뿜는 덕분이다.
i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다. 1.5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본 삼고, 전기모터로 힘을 보탠다. 엔진만 툭 떼어놓고 보면 231마력, 전기모터까지 더한 시스템 총출력은 362마력이다. 0→100km/h 가속에 걸리는 4.4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성능으로 주목 받을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잘 어울리는 합리적 스포츠카다. 우선 친환경적이다.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CO2)를 적게 배출한다(유럽 기준 연비 47.6km/l, CO2 배출량 49g/km). 친환경운동가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효율이다. 배터리를 별도로 충전해 37km를 전기차처럼 달릴 수도 있다.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와 레이저 헤드램프(차후 옵션 제공 품목)는 오너를 얼리어답터로 만들어줄 매력 요소다. 단지 올해는 선택 받은 185명만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국내 가격은 2억 초중반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우디 S3 세단
아우디 코리아는 오늘 S3 세단을 출시했다. 소형 세단인 A3 세단의 고성능 버전으로 최고출력 293마력, 최대토크 38.8kg.m를 내는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달고 있다. 운전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의 강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해주는 전자석 서스펜션 시스템 마그네틱 라이드도 탑재됐다. 간편하게 다이얼을 돌려 운전 모드를 바꾸면, 기분에 따라 편안한 주행부터 역동적인 주행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
S3 세단은 A3 세단보다 스포티한 외모를 갖고 있다. S 모델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알루미늄 사이드 미러 커버, 19인치 휠 등으로 멋을 냈다. 실내에 적용된 D컷 스포츠 스티어링 휠, 스포츠 시트, 무광 알루미늄 인레이 등은 운전자의 시각을 사로잡는다. 청각은 뱅앤올룹슨 오디오가 책임진다.
앞에 나열된 내용에서 눈치 챘겠지만 가격이 만만치는 않다. 국내 판매 가격 6,350만 원이다. 얼리어답터가 얼마 전 소개한 천 만원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디지털 제품 7가지 중 5개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현대자동차 신형 투싼
현대자동차는 3월 중 신형 투싼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출시에 앞서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지난 2월 18일, 공식 실내외 이미지를 배포했다. 외모에는 현대차의 최근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이 적용됐으며, 실내는 겉모습과 박자를 맞췄다. 크게 튀지도, 밋밋하지도 않다.
차체 앞부부엔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큼지막하게 자리잡았다. 헤드라이트는 라디에이터 그릴 모서리와 맞붙었다. 여기에 비교적 가파르게 그려진 윈도우 라인과 쫑긋 올라 붙은 테일라이트가 더해졌다.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다. 휠아치를 감싼 앞, 뒤 휀더의 주름도 눈에 띈다. 휠아치를 비대칭으로 보이도록 만든 디자인으로, SUV의 넓은 옆면을 심심하지 않게 채웠다.
국내 출시 모델엔 2리터 디젤 엔진 및 가솔린 엔진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과 정확한 출시 시기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기아차 신형 카니발 7인승
기아자동차는 신형 카니발의 7인승 모델과 가솔린 모델 등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카니발 7인승 버전은 이미 북미지역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다. 좌석을 4열로 배치한 9·11인승과는 달리 7인승은 3열로 구성돼 있다. 좌석 한 줄을 없애고 실내 공간을 여유롭게 구성했다. 특히 2열에는 종아리까지 지지해주는 레그 리클라이닝 시트가 들어간다. 선거철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와 함께 가솔린 모델이 추가될 것으로 전해졌다. 280마력 3.3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연비도 등록됐다. 리터당 8.3km로 2.2리터 디젤 모델(11.5km/l)에 비해 28% 정도 낮다. 댓가로 얻는 것 정숙성이다. 하지만 미니밴을 타면서 효율보다 정숙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4월 재·보궐선거철을 노린 것은 아닐텐데…
쉐보레 트랙스 디젤
쉐보레는 소형 SUV인 트랙스의 디젤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7kg.m를 내는 1.6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형제차인 오펠 모카에 탑재된 엔진이다.
쉐보레가 트랙스 디젤 모델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그동안 트랙스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경쟁모델인 르노삼성차 QM3와 가격이 비슷하지만 연비는 훨씬 낮다. 소형 SUV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연비와 가격 모두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QM3는 높은 인기를 얻었다. 공인연비보다 실 주행 연비가 높다는 오너들의 경험담이 한몫 했다. 그 사이 쌍용차도 소형 SUV 티볼리를 출시했다. 한 달 반 여 만에 1만 대가 팔려 나갔다. 트랙스에겐 버거운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티볼리는 6월에 디젤 모델도 추가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쉐보레가 트랙스 디젤 모델을 출시한다 한들, 분위기를 뺏어올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원가가 높다. 때문에 동일 차종 기준,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비싸다.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것은 트랙스 가솔린 모델에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터보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에 비해 원가가 높다. 디젤 모델 출시 가격이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가격을 기대해 보자. 출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