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신기한 아이템이 많아요.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캐리어가 있질 않나, 입에 물고만 있으면 알아서 양치질이 되는 전동칫솔에 손가락에 끼워 마우스를 대신하는 반지 등…… 우리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거나 색다른 재미를 주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영화처럼 손가락만 까딱해도 모든 게 가능한 세상이 머잖아 오지 않을까 상상하곤 했는데요. 그것이 조금씩 현실이 되려나 봅니다. 손가락을 까딱하기만 해도 신나는 음악이 뚝딱 만들어지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악기, 스펙드럼(Specdrums)이 등장했거든요.
로봇 전문가가 만든 스마트 토이
스펙드럼을 악기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전문 악기와 인터렉티브 스마트 토이의 사이 어디쯤 (어쩌면 스마트 토이에 조금 더 가까운) 있는 물건입니다. 전문 뮤지션은 물론 5~6살짜리 어린 아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죠. 이는 스펙드럼을 만든 미국의 스피로(Sphero)라는 회사의 이념과도 잘 맞는데요. 얼리어답터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가 됐던 스피로는 ‘놀이를 통해 즐겁게 배우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뛰어난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곳입니다.

스피로가 선보인 코딩 교육용 로봇인 스피로 볼트나 미니, 스파크 플러스 등은 어린 아이들이 재밌게 놀면서 코딩의 개념까지 배울 수 있는 교육용 로봇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요.

<스타워즈>나 <카>의 주인공을 닮은 RC 토이들로 수많은 어른이들을 열광시키기도 했습니다. 저도 귀여운 R2-D2의 광팬이라 R2-D2 드로이드를 통해 스피로를 알게 됐었는데요. 각각의 캐릭터들의 특징과 모습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죠. 여기에 앱을 통해 다양한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어 ‘진짜 영화 속에서 나온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 스피로가 야심 차게 준비했다는 스펙드럼 소식을 듣고 어떤 매력이 있을지 내심 기대하던 찰나! 저에게 리뷰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소싯적에 음악 좀 해봤다는 이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왠지 이 아이, 저와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제 손에 스펙드럼이 쥐어지자 마자 바로 사용해봤습니다!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 전이고, 가지고 계신 분들도 그리 많지 않은 따끈따끈한 아이이니, 저와 함께 빠르게! 확인해보도록 하죠. ^^

연결부터 사용까지 초간단!
스펙드럼을 시작하기 전에 ‘Specdrums MIX’ 앱 다운로드는 필수입니다. 모든 기능은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스펙드럼 링은 미리 충전을 해야 합니다. 구성품에 들어있는 USB 충전케이블을 이용하면 두 개의 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앱을 켜고 왼쪽 상단의 연결 버튼을 누르면 충전이 되어있는 링이 목록에 나타나는데요. 링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충전 케이블을 잠깐 연결해보세요. 링은 1개부터 여러 개(최대 6개)까지도 연결할 수 있으니 스펙드럼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함께 사용해도 좋습니다. 연결까지 끝났다면 이제 모든 준비는 끝!

사용방법 역시 간단합니다. 반지처럼 생긴 스펙드럼 링을 손가락에 끼워줍니다. 보통은 양손 검지손가락에 하나씩 끼워서 사용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끼워도 상관없죠.

자! 이제 두 손가락은 기가 막힌 음악을 만들어내는 마법 손가락이 됐습니다. 때론 신나는 비트를 만들기도, 흥겨운 멜로디를 만들기도, 적절한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데요. 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색깔입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 스펙드럼은 이 색을 하나의 음악적 요소로 바꿔 멋진 곡으로 꾸며냅니다. 물론 베이지색과 갈색을 하나의 사운드로 인식할 만큼 세세한 구분은 힘들지만, 스케치북에 물감으로 색을 더할 때마다 다른 그림이 만들어지듯 스펙드럼이 색을 하나씩 만질 때마다 나만의 독특한 음악이 만들어지죠. 옷, 과일, 벽, 책 등 어떤 물건이든지 스펙드럼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바로 음악이 됩니다. 내 일기장이 만들어내는 음악, 내 옷이 만들어내는 음악.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면 이걸 보세요!

주변의 색에 관심이 없다면 구성품에 들어있는 플레이 패드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손쉽게 12가지 색을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마치 피아노 건반처럼 색이 나눠져 있어 편하죠. 플레이 패드는 마우스 패드 같은 재질로 되어 있는데, 색을 짚는 용도로만 사용되기에 얇고 가벼워 돌돌 말아 가지고 다니기도 쉽습니다. 플레이 패드를 펼치는 순간 그곳이 바로 나의 무대!


즉흥 연주의 묘미
스피로 스펙드럼의 가장 큰 묘미는 즉흥 연주입니다. 홍대 앞 광장이나 대학로 공원 등에서 한 번쯤 즉흥 연주를 즐기는 음악가들을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보통 ‘잼(JAM)을 한다’고 표현을 하죠. 오랜 시간 함께 연주를 해온 사람들끼리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악기를 잘 다루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전 처음 만난 사람과도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 스펙드럼을 연주하면 혼자서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진행되는 드럼 비트와 코드, 베이스 위에 멜로디 라인이나 코러스, 효과음 등을 적절하게 더하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느낌! 신나는 파티를 주도하는 디제이의 기분도 낼 수 있어요.
이렇게 즉석에서 바로바로 음악을 연주하니 매번 다른 음악,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것도 스펙드럼의 큰 매력인데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손 가는 대로 전혀 다른 음악이 만들어지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고 흥이 있습니다. 어떤 색깔을 어떤 타이밍에 만져도 원래 그런 곡이었던 듯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니, 멈출 수가 없죠.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스펙드럼 링 끝부분에 광센서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색깔이 있는 사물에 톡~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색을 인식합니다. 여기에 탭과 동작을 감지하는 가속도계와 이에 반응하는 LED까지 들어있어 두드릴 때마다 불이 켜지는 재미도 있죠.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면 번쩍번쩍 조명 효과까지 있어 재미가 두 배가 되네요.

스펙드럼 기능의 최고봉, 커스터마이징
어떤가요? 둠칫 두둠칫 신나게 즐기셨나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운드만으로는 넘치는 나의 끼를 표현할 수 없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앱을 통해 색깔부터 사운드까지 하나하나 바꿀 수 있고, 나만의 소리를 녹음해서 담을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문 두드리는 소리나 휘파람 소리를 넣을 수도 있고 직접 만든 드럼 비트를 활용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의 조합이 가능하니 나의 개성을 듬뿍 담은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 악기
사실 스펙드럼을 제대로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아이들 장난감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손가락에 끼워 두드리는 단순한 기능만으로 저절로 음악이 완성되고, 이미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비트 샘플에 약간의 조미료만 끼얹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었죠. 하지만 스펙드럼은 그 단순한 기능 외에 ‘재미’라는 강력한 한 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쓰면 쓸수록, 다양한 시도를 하면 할수록 욕심도 나고 다른 제품에서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 신선했죠. 결과물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놀이를 넘어 음악을 잘 모르는 어른도, 음악을 전공한 뮤지션도 충분히 즐기고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도 뛰어나죠.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음악은 전문적인 분야라 생각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편견을 깨고 재미 요소를 더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스피로 스펙드럼. 갑작스럽게 음악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여럿이 모인 공간에서 분위기를 바꿀 신선한 재미가 필요할 때, 주저 말고 스펙드럼을 꺼내 양 손에 끼워보세요! 여러분 안에 잠자고 있던 뮤지션의 본능이 깨어날지도 모르니까요.
For you
흥이 많아 일상에서도 재미있게 리듬을 타고 싶다면
Not for you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다면
총점 |
8.0 |
색다른 재미에 내 어깨는 들썩들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