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그룹(Daimler AG)의 디터 제체(Dieter Zetsche) 회장이 요즘 바쁩니다. IT 기업들의 자동차 진출을 견제하느라 바빠 보여요. 얼마 전에는 ‘개인 정보 보호’까지 언급하며 “구글 같은 IT 기업들이 자동차 대량 제작사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참고 링크 : “구글 영향은 제한적” 벤츠 회장의 속내는?). 이틀 전에는 애플의 자동차 개발 소식에 대해 다소 무시하는 어조로 “차를 왜 만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전한 곳은 호주 자동차 매체 <모터링>입니다. 디터 제체 회장은 이 매체와의 대화에서 “만약 메르세데스나 다임러가 스마트폰 제작을 계획 중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다고 해도, 그들(애플)이 밤잠 설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애플을 향한 최고의 존경”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애플의 자동차 개발 소식은 다임러 그룹에겐 걱정거리도 안 된다는 뜻이며, 그냥 스마트폰이나 계속 열심히 잘 만들라고 하는 것 같네요.
디터 제체 회장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그는 “(애플이 차를 만드려는)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왜 마진이 빈약한 사업에 진출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수익률 높은 사업을 하고 있으면서, 왜 낮은 사업에 진출하려는지 그 속내를 모르겠다고 하는 거죠.
실제로 애플의 투자자본수익률(ROI)는 25%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면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자본수익률은 10% 정도라고 하네요. 이 얘기를 듣고 나니 디터 제체 회장이 왜 의문을 갖는지 이해가 되네요. 수익성 적은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뛰어들 필요는 없어 보이니까요.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비슷한 견해를 많이 내놓고 있긴 합니다. 자동차는 IT 기기나 가전에 비해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애플이 쉽게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자동차라는 물체를 뛰어넘어 생각의 폭을 넓혀보면, 애플이나 구글을 포함한 IT 업계 회사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려는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된다면,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부분들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참고 링크 : 구글, 우버식 자동차 공유 사업 뛰어든다, 애플은 정말 자동차를 개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