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커버리지 확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메시(Mesh)란 단어를 들어봤을 거다. 업계에선 이미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와이파이 시스템이다. 메시는 ‘공유기 + 무선 증폭기’ 조합과 비교할 수 없는 범위, 속도, 그리고 안정성을 자랑한다. 단점이 있다면 비싼 가격. 그동안의 메시 공유기는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의 등장으로 메시 공유기의 높디높은 진입 장벽도 슬슬 깨지기 시작했다.
메시가 그렇게 좋다던데…

메시(Mesh)란 2대 이상의 공유기를 그물망처럼 연결해 하나의 와이파이 존을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공유기 여러 대로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넓힌다는 이야기다. 과정은 쉽다.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라 복잡한 유선 작업이 전혀 필요 없다. 메인 공유기와 서브 공유기를 메시로 연결한 뒤 원하는 장소에 배치하면 와이파이 커버리지가 늘어난다.
메시의 장점은 안정성이 탁월하다는 거다. 공유기 세 대를 메시로 연결한다고 가정했을 때, 네트워크는 일직선으로 묶이지 않는다. 세 대가 맞물려 묶인다. 덕분에 어느 한쪽 연결이 끊어져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편의성도 우수하다. 보통 무선 증폭기를 사용하면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SSID를 바꿔줘야 한다. 메시는 SSID를 바꿀 필요가 없다. 모든 네트워크 장치가 같은 SSID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사용하는 중간중간 장소를 이동해도 적절한 네트워크 장치에 자동으로 연결된다. 정리하자면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좀 더 쉽고 편하게 넓히고 싶을 때, 메시는 탁월한 해결책이 된다.
메시는 고가의 외산 제품에서만 가능하다?

공유기 시장 이야기부터 해보자. 업계에서 속도 경쟁이 무의미해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저가 공유기로도 기가비트 인터넷(1Gbps) 속도를 충분히 뽑아낼 만큼 시장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고급형 모델은 사실상 오버 스펙에 가깝다.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는 와이파이 커버리지 확장과 안정성 향상에서 활로를 찾았다. MU-MIMO(Multi-User Multiple-Input and Multiple-Output), 160MHz 대역폭 전송과 같은 802.11ac Wave 2 기술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다이내믹 QoS와 같은 부가 기능을 추가하는 등 속도 외의 것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메시 공유기도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메시의 시작을 알린 것 또한 글로벌 브랜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기업들이 먼저 메시 공유기를 선보였다. 넷기어 오르비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2.4GHz, 5GHz 대역에다 추가로 5GHz 대역을 사용하는 트라이밴드 메시 공유기다. 2대 이상의 공유기를 별도의 5GHz 대역으로 묶어서 신호 간섭을 최소화했다. 이외에도 시놀로지, 에이수스 등 굵직한 글로벌 브랜드가 메시 전용 또는 메시 기능을 얹은 공유기를 쏟아냈다.
아쉽게도 국내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그 탓에 메시 와이파이를 맛보기 위해선 값비싼 외산 제품에 의지하는 것 말곤 방도가 없었다. 적어도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국산의 반격,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는 글로벌 브랜드의 폭격 속에서 등장한 국산 메시 공유기다. 단독 제품은 아니고, E3(모델명) 공유기 3대로 구성된 홈 와이파이 시스템이다. 메시 하나에만 특화된 게 특징. 간이 NAS용 USB 단자, 기본 WAN/LAN 단자 외 추가 단자가 없는 대신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 세 개 한 세트이며, 가격은 21만9천원이다. 여러모로 값비싼 외산 제품을 대체하기 적당하다. 참고로 고급형 메시 공유기는 약 80만원에 달한다.
많을 것을 덜어낸 만큼 크기는 아주 작다. 손바닥만 한 크기여서 어디에 두어도 주변 환경을 헤치지 않는다. 구성도 단순하다. 전원 단자 1개, 기가비트 인터넷을 지원하는 WAN/LAN 겸용 단자 1개가 전부다. 전면엔 연결 상태를 보여주는 LED, 수동 페어링 버튼만 있다.

생김새만 단순한 게 아니다. 메시 연결도 한 방이다. 어렵고 복잡하지 않다. 마스터노드 1대, 노드 2대가 한 세트인데, 마스터 노드에 인터넷만 연결하면 끝. 연결 방식은 두 가지다. 사용하던 공유기에 물려주거나 인터넷 선을 바로 꽂아주면 된다.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는 모두 사전 연결(Pre-paired)이 되어 있다. 마스터 노드와 2개의 서브 노드는 자동으로 페어링된다. 서브 노드에 전원을 넣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3~5분 정도 기다리면 페어링 표시등(두 번째 LED)에 불빛이 들어온다. 메시 연결이 완료됐다는 신호다. 이제 와이파이 음영 구역을 찾아 노드를 놓아주기만 하면 커버리지 확장 작업이 끝난다.
이래서 ‘메시’, ‘메시’ 한다

합리적인 값이면서도 메시 공유기로써 갖출 건 다 갖췄다.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는 하나의 SSID로 묶인다. 장소를 이동하면 무선 신호가 가장 센 노드로 알아서 연결된다. 방이든, 거실이든, 부엌이든 끊김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넷기어 오르비와 같은 트라이밴드 제품이 아니다. 2.4GHz와 5GHz, 두 대역만 쓴다. 기기와는 5GHz 대역으로 우선 연결되며, 연결 거리가 멀어질 시 자동으로 2.4GHz 대역으로 바뀐다. 속도는 준수하다. AC 1200 급이다. 2.4GHz 대역에서 최대 300Mbps, 5GHz 대역에서 최대 900Mbps 속도를 낸다.
안테나는 내장형이다. 2.4GHz 송수신 안테나 2개, 5GHz 송수신 안테나 2개를 품었다. 프로세서는1GHz 싱글 코어이며, 메모리는 16MB 플래시, 128MB 램이 달렸다. 뛰어나다고 할 만한 제원은 아니나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아니다. 기가비트 인터넷을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정도랄까. 광랜 속도는 차고도 넘치게 뽑아낸다. 집안 곳곳에 두고 속도를 측정해 보니 80~90Mbps(10MBps)를 유지했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커버리지다.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는 30~40평대 집안을 와이파이로 빈틈없이 채워주었다. 거실과 침실, 부엌에 두고 사용했는데, 평균 80~90Mbps(약 10MBps)속도를 보였다. 각 공간에서 유튜브와 스트리밍 영화를 감상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에 쾌적한 수준이었다. MU-MIMO 기술이 힘을 발휘한 듯하다. 최대 4대의 기기와 동시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여러 기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해도 속도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준다.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가 보여준 와이파이 커버리지, 속도, 안정성은 꽤 준수했다. 성능을 좀 더 확인하고 싶어 테스트의 강도를 높여봤다. 최대 커버리지를 확인하기 위해 층수를 달리해 봤다. 마스터 노드를 내가 사는 집에 배치하고, 노드 1대를 친척이 사는 윗층 집에 놓았다. 아쉽게도 강력한 연결을 보여주진 못했다. 인터넷 속도는 10~12Mbps(약1.5MBps) 정도였다. 물론 이 정도도 만족스러운 수준이긴 하다. 아랫집 와이파이가 윗집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의 또 다른 장점은 쏠쏠한 부가 기능이다. 특히 휴맥스 앱을 통해 메시 연결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거나 QoS를 설정할 수 있어 좋았다. QoS를 켜면 기기별 데이터 우선순위를 지정할 수 있다. 게임을 즐기거나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 시 유용했다.
메시 하나는 끝내주는데…

메시 하나에만 특화된 탓에 몇 가지 단점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독으로 쓰기 어렵다는 거다. WAN/LAN 단자가 하나뿐이어서 유선 확장이 제한적이다. 마스터 노드에 인터넷 선을 꽂고 나면 자리가 없다. 서브 노드에 랜선을 꽂아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하는데, 그것도 딱 하나의 랜선만 꽂을 수 있고… 흠…
유·무선 인터넷을 함께 쓴다면 아쉬운 대로 기존 공유기에 물려 쓰는 게 좋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SSID가 두 개로 나뉜다. 기존 공유기의 SSID와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의 SSID가 생기는데, 이게 적지 않은 혼란을 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기존 공유기 SSID로 연결되면,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 SSID로 재차 바꿔줘야 한다. 잘못 연결될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 은근히 귀찮다.
자사 제품끼리는 같은 SSID로 묶일까 싶어 휴맥스 티삼이 공유기에도 연결해 봤다. 결과는 변함없었다. SSID가 둘로 나뉘었다. 알고 보니 자사 제품이어도 내부 시스템이 달라서 하나의 SSID로 묶이지 않는단다.
합리적 대안, 휴맥스의 메시 공유기

휴맥스 와이파이 삼형제는 메시 네트워크를 합리적인 값으로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제품이다. MU-MIMO, QoS까지 갖췄으니 이만하면 가성비를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 개 한 세트 구성으로 따져보면 고가의 메시 공유기 대비 반값 수준이다. 고급형 외산 메시 공유기와 비교하면 1/3 값이다.
물론 100% 만족을 주는 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유선 네트워크 확장성이 다소 떨어진다. 고급형 모델과 비교하면 성능도 부족하다. AC1200급이며, 듀얼밴드 제품이다. 돈을 조금 (많이) 들여 성능과 확장성이 빵빵한 제품을 선택하느냐, 상대적으로 싼값에 메시 와이파이만 알차게 쓰느냐. 이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라면 현명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와이파이 확장’ 하나만 고려한다면 더없이 합리적인 대안이 되어줄 거라 판단한다.
장점
– 인터넷만 연결해 주면 알아서 구현되는 메시 와이파이
– 30~40평대 집안도 끄떡없는 와이파이 커버리지
– 하나의 SSID로 끊김 없는 인터넷 사용
– 타사 메시 공유기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
단점
– 하나뿐인 WAN/LAN 단자
– 휴맥스 자사 공유기와 연결해도 두 개로 나뉘는 SSID
총점 |
7.0 |
보급형 메시의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