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는 지난해까지는 크게 두각되지 못했지만 2015년에 부각될 브랜드, 서비스, 제품 등을 소개하는 '넥스트 브랜드'를 연재합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지 얼리어답터와 함께 재조명하는 특집이 될 것입니다.
3편 : 엔비디아 (Nvidia)
엔비디아(Nvidia)는 칩을 잘 만드는 회사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들어가는 칩을 만든다. 컴퓨터 그래픽카드도 만든다. 우리에게는 이 그래픽 카드로 더 익숙하다. 조립 컴퓨터를 만들 때나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이렇게 익숙한 엔비디아가 넥스트브랜드라니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엔비디아는 자신의 영역을 넘어 스마트카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진보적인 기업으로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10년 후의 엔비디아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엔비디아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CES 2015에서 새로운 칩 하나를 공개했다. 이름은 테그라 X1(Tegra X1)으로, 애플 A8이나 퀄컴 스냅드래곤 등과 비슷한 모바일 프로세서다.
테그라 X1은 모바일 프로세서로써 바람직한 진화를 거쳤다. 이전 제품인 테그라 K1보다 성능이 2배 좋다. 그러면서 전기는 적게 쓴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뜻으로, 모바일에 보다 최적화 된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겨냥한 시장은 모바일이 아니다. 의외로 자동차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미래의 자동차는 세상에서 가장 진보된 컴퓨터일 것”이라며, “여러분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어느 기기보다 높은 컴퓨팅 마력(Computing Horsepower)를 가진 기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가 미래의 자동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 전망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CES 2015에서 사용한 테그라 X1 데모 영상 주인공도 자동차였다.
스마트카의 핵심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다.
얼리어답터가 엔비디아를 자동차 업계의 넥스트 브랜드라 생각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이제 자동차는 스마트카 시대로 접어 들었다. 엔진이나 변속기, 서스펜션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메라나 센서, 레이더 등을 잘 다루고 자동차와 완벽히 연동하는 게 중요해졌다. 이는 IT 회사들의 전문 분야다. 엔비디아도 그 회사 중 하나다. 이미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들 준비도 마쳤다.
엔비디아는 현재 두 가지 자동차용 컴퓨터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오토 파일럿 시스템인 ‘드라이브 PX’와 운전석 플랫폼인 ‘드라이브 CX’다. 모두 스마트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모듈이다. CES 2015에서 테그라 X1은 이 두 모듈의 메인 프로세서로 들어간다. 드라이브 PX와 CX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 번 살펴보자.
드라이브 PX는 ‘고급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Assistance System, 이하 ADAS)’이다. 사람으로 치면 눈과 뇌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주변 물체를 인식하고 분석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로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이 필수적이다. 자동차는 묵직한 질량을 가지고 빠르게 달리는 쇳덩어리인 만큼, 순간의 판단 오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테그라 X1은 드라이브 PX의 지능을 높였다. 주변 물체를 인식하고 움직이는 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다. 앰뷸런스인지 트럭인지, 세단인지 SUV인지도 구분한다. 주차된 차와 도로에 합류하는 자동차도 구별한다. 물체를 넘어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카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할 수록 더 많은 상황에 대처하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브 CX는 PX와는 조금 다르다. 실내 환경을 구성하는데 쓰인다. 기능은 데스크톱에 들어가는 그래픽 카드와 비슷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의 그래픽 퀄리티를 높여준다. 반응속도를 높이고, 화면이 보다 깔끔하게 표시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또한 화려하고 밀도 높은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자동차 계기판의 혁신
이 시스템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자동차 계기판이 있다. 요즘 자동차 계기판이 바뀌고 있다. LCD를 이용한 디지털 계기판이 바늘 꽂혀있는 기존 계기판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능이 그리 좋지 못하다. 그래픽 반응 속도가 느리고 선명하지 않다. 아날로그식 계기판이 그리울 정도다.
엔비디아가 노린 게 이런 거다. CES 2015에서 엔비디아가 준비한 드라이브 CX 시연 영상은 디지털 계기판이 등장했다. 엔비디아는 계기판을 대나무나 알루미늄, 탄소섬유 무늬 등으로 자유롭게 바꿨다. 실감나는 그래픽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혁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보다 편리하게 구성해 실용성을 높이고, 현란한 그래픽으로 보는 이의 눈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 머지 않아 스스로 운전하는 차 안에 앉아 3D 게임을 즐기면서 출근하게 될 거다.
아마도 미래의 자동차는 양극화 될 것이다. 재미를 즐기기 위한 차, 또는 이동수단의 역할만 강조된 차로 나뉠 거라고 예상한다. 주말은 스포츠카로 즐기고, 출퇴근은 스마트카로 하는 식이다. 그리고 스마트카 영역은 구글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IT 기업의 비중이 점차 커질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시대에 접어 들었다. 그동안 집중해 온 고성능이나 친환경은 당연한 게 됐다. 이제는 ‘스마트카(Smart Car)’가 대세다. 올해 CES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러 자동차 회사들은 모터쇼가 아닌 전자제품박람회에서 스마트카와 관련된 신기술을 앞다퉈 발표했다.
가령 BMW는 운전자 없이 주차하고 출차하는 원격 발레 파킹 어시스턴트 기술을 선보였다. 주인이 내리면 스스로 주차하러 가고, 명령을 내리면 주차장에서 나와 주인을 모시러 온다.

아우디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다.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A7 ‘잭(Jack, 아우디가 A7 자율주행차에 붙인 이름)’이 약 900km를 스스로 운전해 달렸다. 이 주행에서 운전자 조작은 없었다. 아우디는 잭에 기자 5명을 태워 그 사실을 입증했다. 기자들은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만 필요했다. 그 외에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었다고 한다.
구글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올해부터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를 판매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장난감처럼 생긴 시제품도 나왔다.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달린다. 삶은 달걀을 반 쪼개 검은 깨 박아둔 것처럼 생긴 것처럼 디자인은 형편없지만 그게 더 구글답다. 구글은 자율주행차의 소소한 완성도만 높여 곧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카는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카메라, 레이더, 인터넷 등 각종 IT 기술을 접목한 덕분이다. 자동차 보다는 IT 회사의 주특기들이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회사들과 부품 업체들만의 것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높다면 구글이나 테슬라, 그리고 엔비디아 같은 IT 회사를 주목하자. 자동차가 IT에게 잡아 먹힐 날도 머지 않았다.
2015 넥스트 브랜드 연재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