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엔 일본 만화가 강세였지만, 통칭 ‘히어로 영화’ 덕분에 미국 코믹스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는 추세다. 이 경이로운 히어로 사랑에 관련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고, 마블에서도 우리나라 시장은 한 번 더 챙겨야 할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코믹콘 서울 2018은 커진 시장을 방증하는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 코믹콘 서울은 뉴욕, 파리, 베이징 등에 열리는 팝 컬쳐 페스티벌로 다양한 서브컬쳐 창작물과 관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행사다. 코믹콘 서울 2018행사에 얼리어답터 에디터가 다녀왔다. 다녀온 후 정리하는 3인 3색. 코믹콘 서울 2018의 후기다.

팬보이가 보는 코믹콘 서울 2018
코믹콘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던지. 행사 소식이 들려오던 3월부터 지인들과 함께 갈 생각에 들떴었던 기억이 난다. 막상 코믹콘 서울 시즌에 다른 일이 생겨 가지 못한 게 얼마나 아쉽던지.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야 말겠다 다짐했고 소원을 이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지인의 악담 아닌 악담과 함께 말이다.
물론 코믹콘이 흔히 생각하는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아니란 사실은 알고 있다. 샌디에이고 코믹콘을 쫓아가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도. 표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요. 그보다 우선 내 팬심(a.k.a. 덕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한몫한다. 그래서 이 팬심을 코믹콘 서울 2018에서 조금 달래보려고 했다.

막상 코믹콘 현장에 도착해서는 머릿속 기대가 하나둘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작은 장내. 프레스는 행사 취재를 위해 일반 관객보다 조금 먼저 장내를 둘러볼 수 있는 점을 이용해 팬심을 돋워보려던 계획이 동공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게 끝인가…?! 물론 굵직한 업체의 부스,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캐릭터에 마음을 다스렸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맘을 감출 수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워킹데드의 스핀오프. 피어 더 워킹데드를 소개하는 좀비 분장을 한 사람들위 등장으로 시작한 오프닝 무대는 신선했다. 코믹스 헐크의 작가로 유명한 그렉박(Greg Pak), 라이브 드로잉으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김정기 작가, 세계적인 코스플레이어 게샤(Gesha).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욘두 역으로 호연한 마이클 루커가 나왔을 땐 나도 모르게 환호하고 말았다. ‘욘두우우-!!!’ 본인의 희망으로 팬 미팅 시간까지 연장했다고 하던데… 이만하면 킹갓-두! 아닌가. 세상에, 날 가져요. 욘두. 정신을 놓고 오프닝을 마친 후, 이제 관람객으로 채워진 코믹콘 서울 2018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작년 코믹콘에 다녀온 지인의 혹평 중 하나는 ‘서코(서울 코믹월드)에 마블을 끼얹었다.’였다. 그리고 돌아보면서 이 혹평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보였다. 몇 가지 전문 세션과 셀러브리티의 내한을 빼면 흘러가는 양상이 코믹월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 그래. 책을 개인이 파느냐(동인지), 출판사가 파느냐의 차이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일까. 여기에 한국인의 마블 사랑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마블 위주의 전시도 아쉬움을 더했다.
한편으론 코믹콘이 다른 행사와 달리 특별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불필요한 기대다. 코믹스를 즐기는 팬들이 모여 공감대를 나누고, 다양한 세션에 참여한다. 이것만으로도 멋진 일이 아닐까? 작년에는 부족한 행사 준비로 원성을 샀다고 하나 2018년에는 스마트폰 앱도, 행사 진행도 대체로 개선됐다.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해외 참여자가 좀 더 늘길 바라고, 동시에 세션이 확대되길 바란다.
예쁘고 멋진 코스플레이어들의 사진을 끝으로 내 턴을 마친다. 내년을 또 기대한다.
일반인이 보는 코믹콘 서울 2018
개인적으로 밖에 많이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코엑스만큼은 자주 가게 된다. 물론 행사 취재 등의 업무적인 이유가 크긴 하지만. 코엑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규모 박람회 행사가 자주 개최된다. IT 스마트 디바이스 박람회부터 사진 기자재전, 오디오 관련 행사 등 얼리어답터가 좋아할 만한 내용의 페어가 특히 많다. 그런데 이번에 다녀왔던 코믹콘은 그 동안의 박람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던 행사였다.
올해로 한국에서 두 번째 개최를 맞이한 코믹콘 2018. 코믹콘이 무엇인가. 팝 컬처 산업의 부흥을 위해 애쓰는 리드 엑시비션스가 전세계 유명 도시에서 개최하는 대규모의 팝 컬처 페스티벌이 아니던가. 작년에 서울에서도 드디어 개최되어 많은 오타쿠… 아니 서브 컬처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던 바가 있지만, 다소 밍밍했던 콘텐츠 덕분에 혹평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는 좀 달랐을까? 우선 내가 느꼈던 서울 코믹콘 2018의 좋았던 점 3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1. 분위기가 신난다!
주제 자체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재미있는 서브 컬쳐라서 살짝만 구경해도 재미있다. 부스만 흘깃 흘깃 보고 다녀도 충분하다. 그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활발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마블? DC? 네오지오? 블리자드? 나처럼 그런 거 잘 몰라도 상관 없다. 어디서 한 번쯤은 다 들어본 것들이 즐비하다. 잘은 몰라도 일단 반갑다. ‘어, 저거!’ ‘어, 그거!’ ‘어, 이거!’라며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으면 시간이 제법 잘 간다.
2. 예쁜 여자가 많다!
이거 중요하다. 관람하는 사람들의 연령층도 10대부터 30대 정도로 대체로 젊은 편이었고 남자와 여자가 골고루 분포해 있었으며 한국에 관광을 온 듯한 외국인도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IT 관련 박람회와는 다른 행사의 특성 때문인지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특히 많이 보여 행사에 흥미도를 더욱 높여준다.

3. 쓸데 없이 지름을 유발하는 물건들이 많다!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박람회의 특성상, 시장 바닥을 연상케 하는 물건 매매의 현장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믹콘도 마찬가지. 전체 부스의 반 정도는 물건을 팔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업체들이 인테리어에 바짝 힘을 주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제품 퀄리티나 가격대가 나쁘지 않다. 저렴하게 세일하는 캐릭터 문구부터, 비싸도 충분히 값어치를 할 것 같은 피규어 같은 것들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만원짜리 여러 장을 아무렇지 않게 건네고 포스터를 받아 들며 좋아 날뛰는 외국인들을 제법 보고 나니 괜히 나도 더 좋은 걸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름을 유발한다는 건 사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괜히 돈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거나 질렀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추억의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SNS에 자랑하기에 대체로 좋은 퀄리티이며, 무엇보다 매우 귀엽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유명한 배우, 성우, 작가, 아티스트, 코스플레이어 등 다양한 게스트를 잘 섭외해 프로그램을 제법 풍성하게 만들어 놓았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욘두 역을 맡았던 <마이클 루커>가 이번에 한국을 처음으로 내방하게 되었는데, 오프닝 행사 때 돌발적으로 튀어나와 예상치 못하게 이리 튀고 저리 튀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철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역시 배우의 카리스마는 다르구나! 라는 걸 느끼게 했다. 싸인회 타임에는 또 얼마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던지…!
지극히 일반인이라 주장하고픈 내가 결론을 내려본다면, ‘즐기고자 한다면 확실히 재미있는 행사’ 라고 생각된다. 얼핏 보면 굿즈 박람회의 성격이 꽤 강하기 때문에 서브 컬처에 대해 매우 빠삭한 전문가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나 게임을 종종 즐겨 보고 즐겨 하는 평범한 마니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행사가 아닐까 한다. 이 정도의 대규모 행사라면 앞으로도 충분히 환영하는 마음이다. 앞으로 더욱 많이 개최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않아도 이런 걸 좋아하고 즐기려는 사람들은 많을 테니까.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좋고. 아무리 장삿속이고 비즈니스라고 해도, 그러면 또 어떠한가. 경제만 살리면 됐지.
키덜트가 보는 코믹콘 서울 2018
어린아이의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 ‘어른이’ 등의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특정 분야에 박학한 지식을 갖추거나 관련 상품을 수집하는 일명, ‘덕후’도 늘어가고 있죠.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소가 되는 동심을 느끼고픈 어른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텐데요.
덕력은 한참 부족하지만 평소 다양한 캐릭터 용품들을 사들이고, 집과 사무실에 피규어 늘어놓기를 즐기는 저도 키덜트입니다. 특히 마블, 그중에서도 캡틴 아메리카 마니아라는 것은 이제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 정도고요.
그런 저에게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들렸는데요. 대한민국 키덜트들의 마음을 뒤흔들 코믹콘(Comiccon)이 코엑스에서 열린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얼리어답터 에디터들 모두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해외에선 이미 하나의 커다란 축제로 자리 잡은 행사라는 코믹콘을 처음, 그것도 국내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되고 설렜는데요. 키덜트의 눈으로 바라본 코믹콘을 소개합니다.
코믹콘의 재미 요소 1. 해외 유명 인사와의 만남
평소 만나기 힘든 해외 스타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가장 큰 장점이겠죠. 올해는 플래시, ‘에즈라 밀러’와 욘두, ‘마이클 루커’가 함께했는데요. 비록 에즈라 밀러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마이클 루커와의 만남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됐습니다.

코믹콘의 재미 요소 2. 해외 작가들과 함께 즐기는 행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약 중인 작가들까지 한자리에서 함께 같은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그들의 멋진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고, 이렇게 먼 나라까지 찾아와 자신의 작품을 알리려는 열정과 노력을 보며 그 자리에 함께 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물론 그들도 한국 사람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흠뻑 느끼고 돌아갔겠죠.
코믹콘의 재미 요소 3. 다양한 분야의 즐길거리가 한곳에.
마블, 레고, 넥슨, 블리자드, 카툰네트워크 등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의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전시, 강연을 비롯해 체험공간과 영화관람공간 등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려는 노력도 보였습니다.
다만 막상 가장 기대했던 마블존은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하는 히스토리 월과 마블 컬렉션 부스 외에 볼거리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는데요. 앞으로 공개될 신작에 대한 홍보라도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코믹콘이라는 이름답게 조금 더 규모가 커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코믹콘의 재미 요소 4. 코스프레로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
많은 분들이 코스프레로 자신의 개성을 뽐내고, 코스프레를 하지 않은 분들은 행사장 내부의 좀비 분장 체험존에서 분장을 하는 등 ‘진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자연스럽게 사진을 요청하고, 흔쾌히 포즈를 잡아주는 낯설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덕분에 더욱 즐거운 행사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코믹콘의 재미 요소 5. 사고 싶던 굿즈를 저렴하게
코믹콘이 굿즈를 판매하는 행사였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캐릭터 용품이나 도서 등의 굿즈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평소 사고 싶었던 피규어도 저렴하게 구매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루 관람을 마치고
코믹콘의 이름에는 아직 미치지 못할 정도로 콘텐츠도, 체험공간도 부족해 보이지만 이런 행사가 점점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져야 우리 키덜트들이 즐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좋아하는 것에 온전히 빠져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니까요.
아직 국내에서는 두 돌밖에 되지 않은 행사인 만큼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성장하는 과정인 거겠죠? 부디 플레이 엑스포, 캐릭터 페어, 서울 코믹 월드, 아트토이 컬쳐, 지스타에 이어 키덜트들의 마음을 쏘옥~ 훔쳐갈 세계적인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