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개발하는 클로바 AI(Clova AI)와 카카오에서 개발한 카카오 i(kakao i) 인공지능을 비교한 지난 인공지능 스피커 비교하기 글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네이버는 프렌즈스피커에 이어 미니언즈 스피커, 그리고 프렌즈 미니 스피커를 꾸준히 내놓았지만, 카카오는 카카오 미니의 고도화와 함께 최근 초도 생산물량을 모두 판매했으며, 이후 새로운 스피커로 돌아올 것임을 밝혔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카카오는 잠시 접어두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네이버 클로바 AI 쪽을 살펴보자. 처음 제품을 볼 때까지만 해도 두 종류에 불과했던 스피커는 어느새 라인업을 대폭 늘렸다. 만약 라인프렌즈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고자 한다면 이제 곧 출시할 미니언즈 미니 스피커까지 포함해 총 5종의 스피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는 좋지만, 이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르기 어렵다는 문제를 낳았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입이 부르터라 클로바를 부르짖은 에디터가 스피커의 특징을 정리했다.
1. 네이버 웨이브
장점 : 장난기 쏙 빠진 ‘스피커다운 스피커’
단점 :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계의 홍길동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홍길동, 아니 네이버 웨이브에 대한 소감이다. 하드웨어는 뛰어나다. 우퍼와 2개의 트위터 탑재. 20W에 이르는 강력한 출력과 어디서나 불러도 알아듣는 4마이크, 그리고 배터리가 없어도 5시간을 버티는 든든함은 집안 인테리어 도구로도 손색이 없다. 하드웨어에서 하나의 흠을 찾자면 인터넷 연결을 2.4GHz만 지원한다는 점?
이렇게 강력한 하드웨어를 갖췄지만, 클로바 AI 계에선 서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면서 일부 기능이 웨이브에선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굳이 지원 못할 기능이 아닌데도 말이다. ‘클로바’라는 호출어의 오작동이 심해 ‘헤이 클로바’라는 호출어를 새롭게 만들었는데, 이 업데이트마저 웨이브는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초, 드디어 웨이브 스피커에서 여태까지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을 지원하는 업데이트가 26일부터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고, ‘클로바를 헤이 클로바로 부르지 못했던’ 서러움에선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업데이트를 적용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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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됐고, 괜찮은 스피커가 갖고 싶다면
2. 네이버 프렌즈
장점 :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의 적자
단점 : 텀블러도 안 들고 다니는데, 스피커를요?
기본 중에 기본. 네이버 클로바 스피커의 적자이자 네이버 프렌즈가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 대신 ‘라인프렌즈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라인프렌즈 스피커’로 불리게 된 기념비적인 기기다. 전체적인 인상은 네이버 웨이브에서 하드웨어 성능을 덜고 그만큼 휴대성을 더한 모양새다.
네이버 웨이브와 마찬가지로 무지향성 스피커지만, 출력은 10W로 반 토막이 났다. 외장마이크도 2개로 줄었다. 대신 378g으로 가벼워진 무게와 72x72x166mm의 작은 크기가 되면서 네이버 웨이브와 같은 5시간의 지속시간을 갖출 수 있게 됐다. 터치 버튼이 아닌 직접 누르는 버튼으로 바뀌어 더 직관적인 조작방식이 됐지만, 몇 가지 단축 기능을 잃었다. 어떤 게 더 이득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다양한 액세서리가 많다는 점은 프렌즈 스피커만의 특징. 특히 벗기기도 귀찮고 음악 듣기엔 쓸데없지만, 갖고 싶은 후디 액세서리는 정말 예쁘다. 한동안 제대로 팔지도 않다가 뒤늦게 네이버 클로바 디바이스 직영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후디 커버 말고도 충전용 크래들, 멀티 파우치 등이 있으니 관심이 간다면 돈을 쓰러 가보자.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바디로, 무난하게 고를 수 있는 그런 스피커다. 액세서리만 좀 제대로 팔았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막상 휴대성을 강조했지만, 외부에서 인터넷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괜찮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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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고르는 익숙한 무난함을 선호한다면
3. 네이버 프렌즈 미니언즈
장점 : 내 마음대로 꾸미는 미니언즈
단점 : 미니언즈
라인프렌즈에서 만년필을 시작으로 미니언즈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제품을 연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네이버 프렌즈 미니언즈 스피커도 컬래버레이션 제품 중 하나다. 내부 구조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10W의 스피커 출력이나 오디오 재생시간,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규격 등은 네이버 프렌즈와 완전히 같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역시나 외관. 미니언즈 케빈의 모습을 성실히 재현했다. 처음 모습은 미니언즈를 꾸미다 만 모습인데, 실제로도 그렇다. 미니언즈 스피커를 완성하는 건 동봉된 스티커로 커스터마이징을 마쳤을 때다. 다양한 스티커로 눈매와 입을 붙여 완성해주자. 미니언즈의 사랑을 격렬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에서도 차이가 있다. 처음 설정 시 들리는 음악은 미니언즈가 부르는 음악으로 대체되고, 몇 가지 의성어도 미니언즈가 한다. 그리고 ‘미니언이랑 놀래’라는 명령을 내리면 그때부터 답변을 미니언즈가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미니언즈 언어로.
미니언즈의 팬이라면 네이버 프렌즈 스피커보다 훨씬 매력이겠지만, 정신 사납고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 갖고 싶지 않은 스피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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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팬
4. 네이버 프렌즈 미니
장점 : 이만하면 덤벼볼 만한 가격
단점 : 그래봤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휴대성이 아쉬웠던 탓일까? 네이버 프렌즈에서 크기를 더 줄인 프렌즈 미니도 나왔다. 출력은 7W로 더 줄었지만, 크기와 무게도 줄어 휴대하기 더 좋아졌고, 더 오래(6시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작은 크기에 줄어든 출력으로 별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기대 이상의 출력이다. 스피커 바닥 부분에 공간이 있어 소리통이 큰 덕분이다. 만듦새야 원래도 나쁘지 않았지만, 갈수록 만듦새가 좋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스피커라는 생각이 든다.
프렌즈 미니 스피커는 비로소 가방 한구석에 넣어 다닐 만한 휴대성을 갖췄다. 무게도 200g대로 부담이 덜하다. 그리고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 인공지능 스피커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가 고르기에도 나쁜 제품은 아니다. 다만, 여전히 네트워크 기능은 와이파이를 붙잡아야 한다. 그리고 와이파이가 없다면 인공지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만 남는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
네이버 웨이브에서 프렌즈 스피커가 됐을 때 줄어든 출력은 체감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프렌즈와 프렌즈 미니 사이의 체감은 크지 않기에 어쩌면 프렌즈 스피커보다 더 매력적인 스피커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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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스피커를 한번 써보고 싶다면
5. 네이버 프렌즈 미니 미니언즈
장점 : 프렌즈 미니 + 미니언즈
단점 : 미니언즈
26일부터 정식으로 판매할 네이버 프렌즈 미니 미니언즈. 출시 이전에 글을 올리지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네이버 프렌즈 미니에 미니언즈를 얹은, 혹은 네이버 프렌즈 미니언즈를 미니 사이즈로 내놓은 스피커다. 다시 말해 4번의 하드웨어에 3번의 소프트웨어를 담았다고 보면 되겠다.
하드웨어 제원은 네이버 프렌즈 미니 스피커와 완전 판박이다. 외관은 미니언즈의 밥을 훌륭히 구현했다. 오드아이인 설정까지 고스란히 담아 미니언즈 팬이라면 수집욕을 자극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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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언즈 팬
그런데 인공지능 스피커는 쓸 만해요?
유감스럽게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주진 않는다.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췄으나 그 잠재력을 아직 꽃 피우진 못했다. 단적인 예로 기본 설정이 1어절이었던 호출 명령어(샐리야, 클로바)를 2어절(헤이 클로바)로 바꿔버린 것도 오인식 문제가 도드라진 덕분이다.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의 한계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능력 부족. 아직 자연스러운 대화 처리가 어색하고, 할 수 있는 기능도 제한적이다. IoT로 연결할 수 있는 기기도 플랫폼을 지원하는 기기만 조작할 수 있기에 편리함을 누리려면 관련 액세서리를 전부 갈아치워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않았는데, 담보되지 않은 편리함을 위해 큰 비용을 낼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로 아직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삶에 익숙하지 않다. 아직은 부족한 인공지능이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범위를 우리가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들고 온 첫날에 이것저것 물어보고, 실망하고, 활용 용도를 극도로 제한하게 된다.
그러니 인공지능 스피커 이용자에게 어떤 용도로 스피커를 쓰냐고 물어보면 매번 일어나 노래를 틀어달라든지, 날씨가 어떠냐는 질문만 하고 그 선에서 만족하는 경향을 띤다. 첫 번째 문제와 맞물려, 인공지능 스피커의 능력에 대해 ‘학습된 실패 경험’을 갖춘 소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들지 않는다. 결국 인공지능 스피커는 천천히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해외에선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 국내에선 네이버 클로바,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지 못한 카카오 i나 SKT의 누구(NUGU), kt의 기가지니(GiGA Genie)까지… 다양한 특징을 갖춘 인공지능이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소비자를 체념하게 하는 성능을 내보이는 건 아쉽다. 학습된 실패 경험이 깊어지기 전, 소비자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줄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