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의 취미 겸 특기라면 드럼 연주다.
취미 밴드에서 드러머로서 공연에도 여러 차례 참여했었다.
집에 전자드럼도 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왜 하필 드럼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기타나 베이스였다면 집에서도 조용히 혼자 연습하기 드럼보다 더 쉬웠을 텐데.
오래 전, 전자 드럼을 집에 들이고 생각 없이 쿵쾅거리며 치다가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의 항의를 받았던 그 날 이후로 나의 터치는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터치가 약해지면 왠지 자신감도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 홀로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한 터치로 악기를 연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같은 취미 드러머도 자꾸만 눈길이 가게 만드는 이런 기타가 있다.
고요한 기타, 야마하의 사일런트 기타다.
사일런트 기타의 원조 브랜드다운 포스가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 중에 야마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른다고 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바이크나 반도체 같은 것부터 각종 음향 장비와 악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전문적으로 뚝딱 만드는 기업. 특히 야마하의 일렉 기타는 산타나가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사일런트 기타는 뮤지션이라면 하나쯤은 꼭 갖고 있다는 걸로 유명하다지. 나는 비록 리뷰를 위해 사일런트 기타를 사용해보고 있긴 하지만 꼭 갖고 싶은 욕망이 끓어오르는 걸 보니 나에게도 취미 뮤지션의 피가 흐르고 있긴 한가 보다. 후후 멋지군.

사일런트 기타의 종류는 총 3가지다. 일반 어쿠스틱 기타와 흡사한 SLG200S, 클래식 기타와 유사한 SLG200N, 그리고 좀 더 넓은 넥을 가진 클래식 기타 SLG200NW가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사용해본 건 SLG200N이다. 나일론 스트링이 끼워져 있는 클래식기타다.
기존 클래식 기타 특유의 통통한 디자인이 전혀 아닌, 슬림한 바디에 마치 깔끔한 붓터치로 쓱싹 그려나간 모더니즘 작품의 하나처럼 심플함이 있다. 얼핏 보면 특이한 일렉 기타 같기도 하고, 고급 바이올린 같기도 하고. 이게 바로 오아시스의 노엘이 말했던 그 명언 ‘기타를 치다가 몇 년 지나서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고 해도 뭐 어때, 그냥 세워놓기만 해도 멋지잖아?‘의 정석일 거다. 연주하는 순간 매우 멋지고, 연주하지 않아도 너무 멋진 그런 기타의 모습.
기타도 사실은 커다란 울림통 때문에 소리가 상당히 크고 시끄럽다. 삘에 취해 사정 없이 스트로크를 했다가는 옆집에 민폐를 주기 딱 좋다.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는 연주 소리가 매우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름값을 한다. 좡좡좡 신나게 쳐대기 어려운 환경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물론 완벽하게 소리가 없는 건 아니고 아주 살짝 깔짝깔짝 꿈척꿈척 소리와 미세한 현 울림 소리는 난다. 그러나 애초에 울림통이 없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주하는 나조차도 잘 안 들릴 정도. 그러니까 단자에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꽂자. 나만의 연주 세계가 빠질 수 있다. 깊이 있게 울리는 부드러운 클래식 기타 소리가 앰프로 크게 듣는 것처럼 굉장히 풍성하다. 황홀하다.
전원을 켜고 튜닝을 한다. 튜닝은 아주 간편하다. 별도의 튜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뒤적거릴 일이 없다. LED를 보며 줄감개를 만지작거리다 보면 순식간에 끝난다. 신속, 정확.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의 조용한 소리를 증폭해주는 주요 시스템의 정체는 ‘SRT’다. SRT는 Studio Response Technology의 약자로, 어쿠스틱 공명을 야마하만의 기술로 창조해내는 시스템이다. 소리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밀도감 있게 다가온다.

살며시 부드럽게 아르페지오 정도의 연주를 하면 바로 옆에 있어도 연주 소리를 거의 못 듣는다. 줄을 콱콱 잡아 뜯지 않는 이상.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오히려 옆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훨씬 더 크다. 이게 바로 사일런트 기타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픽업 단자에는 앰프 케이블을 연결해 크게 들으며 연주할 수도 있다. 합주실이나 버스킹 할 때도 꿀이다. 참고로 여기에 SRT를 켜서 같이 사용하면 피에조 픽업 사운드와 조화되어 더욱 풍성한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트레블과 베이스가 각각 확실하고 취향에 맞춰 조절하기 좋다. 재즈바 같이 넓은 공간감을 표현해주는 2종류의 리버브는 작은 방이라 해도 널찍하고 무대에 부드러운 에코가 깔린 것처럼 소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독특한 왜곡을 주는 코러스 효과는 쟝지기쟝 최래래랭 연주에 재미를 더한다.
아래쪽에 있는 AUX 단자에는 외부 플레이어 같은 걸 연결하고 그 위에 음악을 튼다. 그러면 음악 위에 연주를 얹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치거나 코드를 딸 때 행복해진다.
배터리는 AA 사이즈 2개가 삽입된다. 잔량을 볼 순 없지만 무척 오래 가니까 걱정 없이 치면 된다.
재질은 넥과 바디가 마호가니, 핑거보드와 브릿지가 로즈우드, 너트와 새들이 Urea. 견고하고 튼튼한 만듦새는 기본이다.
한쪽 프레임이 쉽게 분리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드라이버 같은 도구가 필요 없다. 고정 스위치를 도르르륵 돌려서 프레임을 빼내거나 고정할 수 있다. 케이스도 한결 홀쭉해져서 휴대성까지 좋다.
조용히 연습하기 위한 기타, 슬림하고 멋진 기타, 갖고 다니기 부담 없는 기타, 초보라도 포스 있는 연주 자태를 만들 수 있는 기타를 찾는다면 야마하 사일런트 기타를 추천한다.
장점
– 디자인이 유니크하다
– 이름에 걸맞게 매우 조용한 연주가 가능
– 이어폰부터 외부 앰프까지 두루 친하게 지내는 친화력, 포용력
– 다른 플레이어에 AUX 선을 연결하면 음악을 배경으로 깔면서 연주도 할 수 있다
– 튜닝하기 무척 쉽다
– 리버스, 코러스 음장 효과가 쏠쏠하다
– 날개 한 쪽을 뽑아 더 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 배터리가 꽤 오래 간다
단점
– (굳이 꼽자면) 한숨 고르고 구매에 임해야 하는 가격
주요 정보
– 모델명: SLG200N (클래식, 나일론)
– Scale Length: 650mm
– Total Length: 970mm
– Body Width: 356mm
– Whole Depth: 87mm
– 너트 너비: 50mm
– Body, Neck Material: Mahogany
– Frame Material: Rosewood & Maple
– Fingerboard, Bridge Material: Rosewood
– Fingerboard Radius: Flat
– Nut, Saddle Material: Urea
– Tuners: RM1188NB-7B
– Body Finish: Tobacco Brown Sunburst & Translucent Black: Gloss / Natural: Satin
– Neck Finish: Satin
– 스트링: Medium (Yamaha S10)
– Pickup: SRT Powered System + under-saddle piezo
– Controls: Power / Vol / AUX.Vol / Bass / Treble / Smooth Control Effects(Reverb1, Reverb2, Chorus) / Chromatic Tuner / SRT Blend
– Connections: Lint OUT / AUX IN / Phone Input / DC-IN
– Color: Natural / Tobacco Brown Sunburst / Translucent Black의 3종
– 구성품: 기타 본체, 캐링백, 스테레오 이어폰, AA배터리(x2)
– 가격 : 670,000원 (pick 기준)
– 제품 협찬 : 야마하 뮤직 코리아
멋진 디자인 |
민폐 방지 |
음향 기능 |
휴대성 |
8.8 |
원조는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