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IT 행사인 월드 IT 쇼(World IT Show, WIS)가 이번에도 삼성 코엑스에서 열렸다. IT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은 다녀올 만한 전시. 하지만, 목요일에서 토요일까지 하는 사흘 동안 다른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미어터지는 사람이 부담스러워서, 입구부터 IT쇼! IT쇼!를 부르짖는 암표상의 목소리가 두려워서 찾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얼리어답터가 직접 다녀온 후 소개한다. 이름하여 ‘WIS2018에 안 다녀왔지만 다녀온 척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음주 직장에서, 학교에서 IT에 관심이 많은 인재로 거듭나는 방법이 멀리있지 않다.

 

 

Step 1. 자세 잡고 멘트 던지기

먼저 벽이나 팔꿈치를 대고 기댈 곳을 찾는다. 살짝 비스듬하게 기댄다. 턱을 괴거나 팔짱을 끼는 것도 좋다. 시선은 살짝 아래. 그리고 무심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대사를 던진다.

 

“WIS 2018? 요새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과 너무 함몰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정작 볼 건 없던데? 5G, 블록체인, VR 같은 것 뿐이지 뭐.”

 

Step 2. 보충 설명하기

상대방이 공감한다면 그냥 그 선에서 마무리하면 된다. 굳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이해를 못했다면? 아래의 키워드를 숙지해두면 안심. WIS 2018을 이해할 몇 가지 키워드를 모았다.

 

1) 4차 산업혁명
산업혁명을 알고 있는가? 인류의 역사에서 ‘근대’라고 부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흔히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증기기관을 포함해 기술, 노동, 동력 등 여러 분야의 변화와 함께 이뤄졌다. 4차 산업혁명의 이런 급진적인 변화가 인류 역사상 네 번째로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되면서 유명해졌다. 정확한 정의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 그리고 이에 따른 산업 환경의 질적인 변화를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는 것은 인공지능, 그밖에도 로봇, 융합현실 등이 있다.

 

 

2) 5G 네트워크
5G는 5세대 이동 통신을 뜻하는 말이다. 무선 이동통신 기술이 축적되면서 세대를 이루기 시작했는데, 5G는 다섯 번째 세대를 뜻한다. 과거 3G, 4G와 같은 이름이 모두 이동 통신 기술의 세대를 의미하는 용어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한 5G 네트워크의 최소 기준은 20Gbps의 속도, 반경 1km2 이내 100만 개 이상의 기기 연결을 조건으로 삼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과 kt가 5G 네트워크 기술을 주도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작년 5G 테스트용 단말을 선보이기도 했다.

 

 

5G 네트워크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활용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전송해야 한다. 따라서 서비스를 활용할 때, 최소 지연 시간(1ms 이하)을 충족하면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빠른 네트워크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사물이 연계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동시에 많은 기기가 연결할 수 있도록 수용량이 넓어야 한다. 이처럼 빠른 통신망이 기반에 깔려있을 때 비로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꽃피울 수 있기에, 통신사가 5G를 내걸고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kt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평창 5G 기술’을 선보이며, 기술을 과시하는 게 괜한 일이 아니었단 소리다.

 

 

3)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VR같은 거…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확장현실은 현실을 확장한다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혼합현실(Mixed Reality) 등을 포함한다. 이 단어의 정의도 사실 모호하다. 증강현실을 일컬어 확장현실이라 하기도 하고, 혼합현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부르며, 비슷한 의미로 인텔은 융합현실이라는 단어를 쓴다. 이 모든 걸 기술적으로 포함하면 ‘시뮬레이션 인공환경’으로 지칭할 수도 있겠다.

 

 

우리의 목적은 아는 척이니까. 설명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개념만 이해하자. 우선 눈앞을 가리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완전히 다른 세상 속으로 쏙 들어가는 건 가상현실(VR)이다.

 

 

현실 세계를 보면서 가상 정보를 입혀주는 것은 증강현실(AR)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켓몬GO.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레이어를 한겹 입힌 것처럼 가상의 정보를 함께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혼합현실, 혹은 융합현실은 현실과 가상 정보를 하나로 융합한 것을 뜻한다. 레이어를 씌우는 것보다 좀 더 근본적인 통합이다. 따라서 미래엔 증강현실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혼합현실이나 융합현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4) 블록체인
요새 한창 떠오르는 블록체인. 자세히 알기엔 양이 모자르니 아는 척 할 수 있는 핵심만 보자. 흔히 블록체인하면 ‘비트코인’을 떠올릴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한 하나의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그럼 블록체인이라는 게 정말 무엇일까?

 

조금 거칠게 설명하자면 데이터의 오고감(거래)를 기록한 블록을 수천, 수만 노드에 분산해 중앙 기관 없이도 각 거래의 유효성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돈에 비유하자면, 우리가 돈을 주고 받는 기록을 ‘은행’이라는 중앙 기관에 맡겨 거래를 하던 걸, 각자 거래한 장부를 만들고, 이를 수천, 수만개로 분산해 누가 쉽게 위변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른바 ‘거대한 분산 공개 장부’다.

 

 

Step3. 증거 알리기

이만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였겠으나, 아직도 믿지 못하는 어린양을 위해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자. 솔직히 기술 설명이 좀 어렵긴 했지. 얼리어답터가 훑어본 몇 가지 재미있는 아이템을 달아둔다.

 

 

1) G7 ThinQ, 갤럭시 S9
WIS2018은 1층에선 ICT 미래인재 포럼, 안전보안산업특별관 등이 열렸고, 3층에서는 대형 부스가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의 부스는 3층, 통신사 부스 옆에 있었다. LG전자는 얼리어답터에서 소개한 G7 ThinQ 체험존의 확장판을 운영했고, 삼성전자는 S9 체험존을 운영했다. 삼성전자의 AR이모지가 이번 WIS2018의 핵심적인 이슈인 증강현실에 알맞은 기능이라 하겠다.

 

 

2) 파이골프(PhiGolf)
골프채 위에 위치 및 운동 센서를 꽂아 이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해 스크린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아이템. 국내외 유수의 크라우드 펀딩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일본에서도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란다.

 

 

기본적으로 골프의 기초를 갖춘 사람이 쓰기에 적절한 도구로, 큰 화면에서 스크린 골프를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크롬캐스트와 같은 미러링 도구도 함께 필요하다. 현재 오픈마켓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파이골프(phigolf.info)

 

 

3) 셀프(Xelf)
웹기반 콘텐츠 저작도구. 제작하기에 따라 애니메이션, 카드뉴스, 프리젠테이션, 웹페이지, 인터렉티브 콘텐츠 등을 제작할 수 있다. 쉽고 간단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현재 베타 운영 중이며, 회원 가입시 조금 완화된 조건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셀프(xelf.io)

 

 

Step 4. 한탄하기

훌륭히 증명을 마쳤다면, 이제 상대방과 함께 왜 WIS는 날이 갈수록 볼거리가 줄어드는지, 참신함 대신 장사꾼이 판치기 시작했는지를 한탄하면 된다.

 

반은 웃자고 시작했지만, 그 속에 담긴 말이 전혀 거짓말이라곤 못하겠다. 심지어 WIS2018을 다녀왔다면 그렇게 웃긴 농담도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제 오늘 하루만 남은 월드 IT 쇼. ‘월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볼거리가 가득한 IT쇼가 되길, 더는 의무감에 찾기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가본 척을 위해 얼리어답터는 이틀을 다녀와야만 했습니다.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