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펀딩 도전기
#01 윈저노트 클러치 편
새로운 무언가를 사는 일은 즐겁습니다. 특히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라면 더 설레고, 여럿이 함께 한다면 더욱 기대되죠. 이런 거부할 수 없는 삼박자의 매력을 고루 갖춘 탓인지 크라우드 펀딩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난번 얼리 펀딩 도전기 시즌2를 통해 소개해드렸다시피 얼리어답터에도 크라우드 펀딩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어떤 제품을 펀딩했는지 짧게 소개해드리기는 했지만 실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지 않도록 얼리어답터 크루들의 펀딩 제품 선정 이유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직접 사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남이 산 물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니까요.
얼리어답터 크루의 사적인 펀딩
그 첫 순서는 얼리어답터의 프로 탕진러로 손꼽히는 박병호 에디터입니다. 평소에도 크라우드 펀딩에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사비를 털어 펀딩에 참여해오고 있다지만, 무엇을 사기 전 항상 꼼꼼히 따져보는 그이기에 왜 윈저노트 클러치를 선택했는지 궁금했죠.
Q. 남성용 클러치라니, 신선해요.
가방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클러치백이라고 하면 흔히 ‘일수가방’으로 기억하실 거예요. 뜻만 놓고 보자면 일수가방과 클러치백은 같습니다만, 요새 트렌드에서 ‘남성용’ 클러치백은 조금 더 얇은 가방을 지칭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용 장지갑보다 조금 더 큰 모양의 가방인데요. 크게는 A4용지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모델도 있습니다. 간단한 서류 가방으로 클러치백을 선택하시는 분도 많죠. 보통 손에 쥐거나 몸에 끼고 다니곤 하는데요. 가방이지만 그 무게를 온전히 손과 팔이 들어야 하니 많은 물건을 넣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메기는 어렵고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밖에 될 수 없고요.
Q. 왜 클러치백을 펀딩하셨나요?
사실 제가 가방 덕후라서… 꽤 다양한 가방을 쓰고 있습니다. 가방 리뷰도 여러 번 진행했고요. 원래는 장비가 워낙 많아서 이를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가방을 하나둘 사서 쓰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더 좋은 가방에 저절로 관심이 가게 되더라고요.
이미 백팩부터 메신저백, 토트백, 크로스백, 클러치백 등 정말 다양한 가방을 쓰고 있는데요. 사실 제 맘에 꼭 맞는 가방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가방을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마다 들고 다니는 소지품과 생활 방식은 다른 법이니까요. 가장 저와 맞는 걸 찾는 수밖에 없죠.
아무튼, 기존 클러치백은 아주 작은 게 있었는데요. 이건 또 너무 작아서 지갑과 스마트폰, 약간의 소지품만 넣으면 가득 차버립니다. 그리고 클러치백의 옆면이 없고 앞뒷면이 그대로 붙은 형태라 물건을 조금만 넣으면 울룩불룩해져서 예쁘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윈저노트 클러치 제품을 보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문구가 맘에 들었어요. ‘남자도 보기보다 짐이 많습니다.’ 딱 제 얘기거든요.
Q. 짐을 많이 들고 다니세요?
직업 특성이기도 하지만, 제가 원래 잔걱정이 많아서 이런저런 물건을 이고지고 다니는 편입니다. 오늘은 물건을 좀 덜 들고 온 편인데요. 소지품을 한번 볼까요?
우산, 휴지, 스마트폰 2대, 블루투스 이어폰, 작은 노트, 펜, 비상약, 카디건, 여벌의 양말, 카드지갑, 명함지갑. 벌써 손으로 들고 다닐 분량은 아니죠? 사실 여기서 더 덜어낼 만한 짐이 있는데, 맘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노트와 펜, 스마트폰과 지갑은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것만 해도 이미 맨몸으론 다니기 어렵습니다.
취재하러 다닐 땐 짐이 곱절로 늘어나죠. 카메라, 노트북과 외장 하드 같은 주변기기도 더해야 하거든요. 물론 이쯤 되면 많은 기기가 들어가는 백팩이나 토트백, 아니면 카메라 전용 메신저 백을 씁니다.
Q. 왜 윈저노트 클러치였나요?
당연히 괜찮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겠죠? 여러 크라우드 펀딩을 보면서 느끼는 ‘신뢰도를 주는 요소’가 있는데, 윈저노트 클러치는 이 공식을 비교적 잘 따르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믿어봄 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는 펀딩의 주체의 전문성입니다. 조금 선입견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백화점 FM이라는 자신의 과거 직업을 공개하며 신뢰도를 끌어모았습니다. 소비자와 접점이 닿는 유통의 끝단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소비자일 때 사기 어려운 잡화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짚어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둘째는 기존 제품의 문제점을 잘 짚어내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쓰는 기존 클러치백의 단점이 부족한 수납력이었는데요. 이 부분을 짚어서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작은 클러치에 들어가기엔 좀 많고, 그렇다고 크로스백은 부담스러운 정도의 소지품이었거든요.
셋째는 고도화된 기술이 없다는 점입니다. IT 기술을 켜켜이 쌓은 고도화 제품은 실제 제품이 제때 개발되리란 기대도 없고, 산적한 문제가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량을 제한했습니다. 이게 좀 중요한데요.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가 나락으로 치닫는 일 중 하나가 수량 조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욕심껏 투자를 받아버리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선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지고, 서둘러 준비하다 제품 QA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렇게 침몰한 프로젝트도 있죠. 그런데 윈저노트 클러치는 제품 품질 유지를 위해 수량을 조절했습니다. 그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두 가지 걱정도 있긴 합니다. 하나는 주변에서 자꾸 지메일 아이콘 닮았다고 놀려서 ‘실제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하는 점이고요. 다른 하나는 얼마 전 앵콜 펀딩을 시작했던데, ‘이게 제작 완성도에 문제를 끼치진 않을까’하는 소심한 생각이 들어요.
Q. 완성품을 받으면 무엇을 체크하실 건가요?
우선 제품의 마감이 제대로 됐는지 꼼꼼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예전에 가방을 하나 펀딩했었는데 엉망인 마감 때문에 실망한 기억이 있거든요. 심지어 교환해도 엉망이었어요. 아무리 봐도 전체적인 만듦새가 흉측한데, 이게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짐을 예쁘게 담을 수 있는지 살펴봐야겠죠? 제 생활과 잘 맞는 가방이 될 수 있을지 꼼꼼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아마 며칠 동안 윈저노트 클러치를 끼고 출근하는 절 보시겠네요!
가방 덕후가 도전한 크라우드 펀딩
평소 박병호 에디터의 출퇴근 길을 보면 이리저리 참 다양한 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정말 가방 덕후라 부를 만하죠. 리뷰를 위한 가방이 사무실에 도착하면 종류에 관계없이 눈을 반짝이며 담당 에디터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던 그를 보면서 남자의 백 욕심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 그가 고른 가방이기에 더 기대되고, 실제 제품을 받아 본 후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요. 이제 약 일주일 후면 발송이 시작된다고 하니 곧 그 결과를 볼 수 있겠죠? 그 이야기는 6월, 윈저노트 클러치 후기와 함께 찾아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