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가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이제는 레노버하면 씽크패드를 떠올릴 사람이 많다. 하지만, 레노버는 생각보다 다양한 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기업이다. 레노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보더라도 AI, AR/VR,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데스크탑, 워크스테이션, 데이터센터, 슈퍼컴퓨팅 분야 등 컴퓨팅(Computing)과 관련된 거의 모든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 레노버에서는 지난달 26일,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미래 5가지 핵심 트렌드와 함께 레노버가 집중할 핵심 분야와 이를 뒷받침할 제품을 소개했다. 레노버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면면을 살펴봤다.

 

 

미래의 트렌드와 레노버의 핵심 사업

이제는 심심치 않게 쓰이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초연결성, 고도화한 자동화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 환경의 변화를 뜻한다. 정확한 정의와 시기는 조금씩 다르나 이미 그 과도기에 있다. 레노버는 이 시점에서 미래를 이끌 5가지 핵심 트렌드로 스마트 홈(Smart Home), 스마트 오피스(Smart Office),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Personal Immersive), 스마트 오토모티브(Smart Automotive),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를 꼽았고, 그 중 스마트 홈, 스마트 오피스, 개인형 몰입 체험을 레노버가 집중할 핵심 분야로 꼽았다.

 

 

이중 눈여겨볼 만한 요소는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이다. 흔히 시뮬레이션 인공환경 분야인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교육’이라는 테마와 묶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 레노버는 이날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 말고도 씽크스마트 허브500, 씽크패드 X1 카본 6세대, 스마트 디스플레이와 어시스턴트 팩 등을 소개했으나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고, 음성인식 인터페이스 기반 인공지능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터라 개인형 몰입 체험 기술을 위주로 체험해봤다.

 

 

활기를 불어넣는 증강 현실 기술

레노버의 증강 현실 기술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다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물이 디즈니와 협력해 만든 레노버 제다이 챌린지(Lenovo JEDI Challenges)다. 스마트폰을 베이스로 하고 증강 현실 안경과 트래킹 비콘, 광선검 조작기로 이뤄진 이 기기는 스타워즈의 제다이 기사가 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보는 현실 환경 속에서 적과 전투를 벌이는 제다이 챌린지는 적의 공격 궤도를 미리 확인해 광선검을 가져가 막고, 다시 공격을 하는 대전 형태의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스톰트루퍼의 총탄을 튕겨내고 공격하는 형태의 게임, 디펜스 게임 등을 지원한다.

 

 

눈으로 보면 현실과 다른 레이어가 한 꺼풀 더 씌워지는 게 느껴지고, 현실과 유리된 공간이 있다는 걸 알지만, 막상 실제 체험현장에선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됐다. 남이 할 땐 왜 저렇게 열심히 움직이나 하다가 막상 직접 체험할 때는 훨씬 더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이를 보고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나,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한 걸지도 모르겠다.

국내 정식 판매는 하지 않았으나 해외 직구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기기라 하나 구매하고 싶을 정도다. 다만, 오래 즐기기엔 체력과 전정기관이 튼튼해야겠다. 콘텐츠 소비 속도도 빨라 오래 즐길 제품은 아니다. 해외에선 평균 150달러 선에서 구할 수 있다.

 

 

PC 기반의 가상현실, 레노버 익스플로러

현재 VR 기기는 두 종류의 기기가 있다. 하나는 스마트폰 기반의 휴대성을 강조한 모델. 다른 하나는 고연산 PC를 기반으로 하는 고성능 모델이다. 특히 후자는 한국에서 우후죽순 생기는 VR 체험존에 가면 직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대개 htc Vive 혹은 MSI VR One 같은 기기가 대세를 이룬다.

 

PC 기반의 기기의 문제는 방에 전용 장치를 설치해야 하거나(htc Vive), 컴퓨터를 직접 이고 다녀야 한다(VR One).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사양을 타는 문제도 있다. 마지막으로, 매우 고가라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고성능 PC를 구축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드는데, VR 기기마저 큰 비용이 든다는 점은 PC기반 VR기기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레노버 익스플로러는 VR을 합리적으로 제작해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목적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500달러 이하, 한화로는 40만원대 수준으로 맞춰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윈도우 혼합현실 기반으로 쉬운 설치도 장점이다.

 

다만, 이 기기를 이른 시일 내에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어 소개할 미라지 솔로를 먼저 출시하고, 이후 차차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레노버 익스플로러를 빠르게 체험하고 싶다면 해외에서 직구에 도전해보자.

 

 

거추장스럽지 않은 VR, 미라지 솔로

레노버는 ‘미라지’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기반의 VR 기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기반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다. 왜? 미라지 솔로는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라지 솔로 기기에는 CPU, RAM, 저장공간과 OS를 갖춰 완벽하게 독립적으로 동작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간 모든 부품이 미라지 솔로에 들어갔다. 다시 말해,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렌즈 앞에 스마트폰을 넣지 않아도 미라지 솔로는 그 자체로 동작한다.

 

 

구글 데이드림을 지원하며, 전용 컨트롤러를 이용해 조작할 수 있다. 컨트롤러의 기울기 센서 등을 이용해 VR 화면 내에서 포인터가 등장하는 방식이며, 처음엔 조금 어색하지만 쉽게 작동할 수 있다. 뒷면 밴드의 조임쇠를 통해 머리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으며, 시도 조절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안경을 끼고 바로 착용할 수 있다. 여기에 3.5mm 오디오 단자를 이용해 오디오 기기와 연결해 귀까지 틀어막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가상 현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유튜브 VR 콘텐츠부터 몇몇 게임을 즐겨봤다.

 

특히 인상 깊던 건 레이싱 게임이었다. 전용 컨트롤러를 가로로 잡아 핸들을 돌리듯 움직이는 방식이었는데, 코너를 돌 때 나도 모르게 몸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쓱한 느낌에 컨트롤러를 잠깐 놨다가 차가 벽에 충돌할 때는 나도 모르게 움찔하기까지 하고 말았다. 아직 도트가 보이는 등, 여타 VR 기기와 비약적으로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으나, 케이블을 주렁주렁 매달지 않아 간편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몰입형 교육

10분 남짓 짧게 체험했으나 미라지 솔로의 무게가 상당해 제법 피로감이 들었다. 더군다나 안경을 착용한 상태로 미라지 솔로를 다시 착용해야 해 피로감이 더했다. 그리고 레노버도 이러한 단점 때문에 게임 위주의 VR 콘텐츠의 한계를 지적한다. 게임은 원한다면 오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VR 기기는 멀미, 피로감 등으로 오래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짧은 볼륨에 어울리면서 효과적인 콘텐츠로 레노버는 교육을 꼽았다.

 

VR기기를 이용하면 현실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접근한다는 점을 이용, 다양한 과학 원리를 실제로 체험해보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성인에게도 이는 유용하다. 비싼 비용을 들여야만 쓸 수 있는 중장비나, 작게는 운전면허 연습을 할 때 실감 나는 체험을 통해 운전 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그리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미라지 솔로와 함께 공개한 미라지 카메라를 쓰면 시야에 근접한 화각으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이는 고스란히 VR용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미라지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 통화는 마치 그 현장에 함께하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할 수 있다.

 

레노버는 이를 위해 미라지 솔로와 카메라를 가장 빠른 시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 교육 목적인 만큼 초기 시장은 교육 시장으로 한정해 판매하는 방안 또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VR 콘텐츠의 문제,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체험형 교육을 얼마나 채택할 수 있을까에 관한 실효성 문제다.

 

 

전통적인 교육 환경에서 레노버가 제시한 체험형 교육은 ‘좋은 건 알지만, 쉽게 도입할 수 없는 교육’이다. 학교 현장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급할 수 있는가는 레노버가 앞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점이다. 또한, 아직 VR은 대부분 게임 같은 흥미 위주의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고 아직 그 수도 적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 보급되기는 요원한 일이며, 이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또한 레노버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