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느낌 위주로 풀어낸 닛산 캐시카이 시승기 2편 입니다.
닛산의 콤팩트 SUV 캐시카이. 도심형 SUV다. 진흙탕이나 바위길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포장도로를 잘 달리는 것이 주 목적인 차다. 때문에 주행감이나 승차감, 연비 등이 구매 포인트다. 유럽에서 갈고 닦았으며, 호평을 많이 받아온 캐시카이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엔진부터 살펴보자.
캐시카이에는 1.6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131마력에 최대토크는 32.6kg.m. 2리터 디젤 엔진이 들어간 경쟁 모델 티구안보다는 출력만 9마력 떨어진다. 최대토크는 같다. 정차시엔 조용한 듯 느껴지지만, 정숙한 엔진은 아니다. 달리기 시작하면 걸걸한 소리를 내며 진동도 큰 편이다. 가속성능은 평범하다. 0→100km/h 가속에 11.1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시속 183km다. 물론 이런 숫자들이 중요한 차는 아니다.
CVT(무단변속기)에 대한 우려는 잊어도 좋다. 직결감이 많이 좋아졌다. 동력이 어디선가 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을 이제는 안 느껴도 된다. 그래도 특성은 지우질 못했다. CVT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알피엠이 뚝뚝 떨어지고, 다시 밟으면 동력이 전달될 때까지 시간차가 있다. 편하게 탈 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DS모드에 두고 달리면 이 특성을 지울 수도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RPM을 유지하고, 다시 밟았을 때 시간차 없이 엔진이 바퀴를 바로 낚아 챈다.
디젤 엔진과 CVT는 보기 드문 조합이다. 기름 잘 아끼기로 유명한 엔진과 변속기다. 이 조합으로 공인연비15.3km/l(복합)를 기록했다. 경쟁모델보다 높지만,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친다. 경유 냄새만 맡고도 달릴 것 같았는데… 총 400km 정도 달리는 동안 평균 연비는 14km/l 정도 나왔다.
주행 느낌은 어떨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물음표’다. 주행감은 좋지만, SUV라는 점을 고려해도 승차감은 떨어진다. 앞좌석은 그나마 견딜만 한데, 뒷좌석은 정신 없다. 뒷좌석에 2시간 이상 타고 있던 동료는 캐시카이의 승차감을 “빨딱 서 있는데 툭툭 친다”고 표현했다. 등받이가 바짝 서 있는데 승차감이 툭툭 튀니 힘들다는 뜻이다. 스포츠 세단이나 핫해치라면 납득할 만한 승차감이지만, SUV로써는… SUV를 타면서 승차감보다 주행감을 우선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유독 불편한 승차감에 원인을 찾아봤다. 타이어가 의심된다. 이번에 시승한 차에는 ‘맥스 퍼포먼스 썸머’ 급 타이어가 달려 있었다. 여름에 최적의 접지력을 발휘하는 스포츠 타이어다. 대개 이런 타이어들은 승차감이 나쁘다. 고무가 단단하고 사이드월 강성이 높아 진동이나 충격을 거의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보다는 승차감과 성능 모두 적당히 만족시키는 ’투어링’ 급 타이어가 캐시카이에게 더 잘 어울린다. 캐시카이는 스포츠 주행이 아닌, 궁극의 도심형 SUV가 되고 싶은 차니까. 참고로 ‘궁극의 도심형 SUV’는 한국닛산이 캐시카이를 출시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다.
하지만 코너가 끊이지 않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매력이 확 드러난다. 덩치가 무색하게 잘 달린다. 탄탄한 주행감으로 코너를 꿀걱꿀걱 삼켜 나가며, 손맛도 좋은 편이다. 특히 언더스티어를 잘 억누르며 달린다. 어지간해선 바깥으로 밀려나가지 않고 도로에 짝 달라 붙어 있다. 코너를 돌며 가속페달을 일부러 과하게 밟아봐도 마찬가지다. 영하의 기온에 겨울철 접지력이 떨어지는 여름용 타이어를 끼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버틴다. 한계가 예상을 웃돌았다. 서스펜션은 좌우 롤링이 적고, 앞뒤로 기우는 피칭은 조금 있으며, 스티어링 반응이나 피드백도 SUV로써는 좋은 편이다.
캐시카이 코너링 실력의 비결 중 하나는 섀시 콘트롤 시스템(Chassis Control System)이다. 코너링을 돕는 3가지 기술을 통합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각 휠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거나, 엔진 브레이크를 섬세하게 조절한다거나, 굴곡이 심한 노면에서 가벼운 제동을 가해 흔들림을 억제하면서 코너링 실력을 높여 준다. 운전자가 이 동작들을 느낄 확률은 거의 없지만, 도움을 받는 건 확실하다. 엔진 출력이 낮아 절대적인 가속력은 떨어질 지언정, 캐시카이의 운전 재미나 빠르기는 동력 성능을 상회한다.
캐시카이의 주행 느낌은 도심형 SUV라는 콘셉트에 잘 부합한다. 아쉬웠던 딱 한 가지가 딱딱한 승차감이었을 뿐이다. 단단한 타이어가 이번 시승에 재를 뿌린 거나 다름 없다. 편안한 타이어가 들어가는 S나 SL 모델이었으면 캐시카이를 조금 더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캐시카이가 전해줄 수 있는 최악의 승차감을 맛 본, 운 지지리 없는 사람이라 믿고 싶다. 이번에 시승한 플래티넘 모델에도 더 딱딱한 타이어와 덜 딱딱한 타이어 두 가지가 무작위로 들어가는 것 같다. 여러 대의 시승차들이 서로 다른 타이어를 끼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시카이의 가격은 S 모델 3050만 원, SL 모델 3390만 원, 플래티넘 모델 3790만 원이다.
참고 링크 : 한국닛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