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아닙니다. B&O도 아니죠. B&W라는 영국의 오디오 브랜드가 있습니다. 풀 네임으로 Bowers & Wilkins,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커로 이름난 곳이죠.

 

1993년에 B&W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스피커를 선보입니다. 바로 Nautilus. 이름 그대로 앵무조개처럼 생긴 모습인데요. 디자인부터 음향에 이르기까지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은 스피커였죠. 지금까지고 혁신적인 스피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늘 리뷰의 주인공, MiniPod BT MK II, 그러니까 PodSpeaker는 바로 B&W에서 시작됩니다.

 

 

디자인과 음향 기술의 DNA

PodSpeaker에서 B&W Nautilus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지나친 과장이 아닙니다. 물론 Nautilus는 자연 그대로 날 것에 가까운 느낌이고, Pod Speaker는 동글동글 귀여운 모습이지만요. 그 이유는 Pod Speaker의 탄생 배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PodSpeaker의 아버지, Simon Ghahary. 1991년, Simon Ghahary는 B&W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피커를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그 새로운 형태라는 게 바로 각진 곳이 하나도 없는 곡선형 디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죠. 이때 나타난 사람이 Lawrence Dickie. Simon Ghahary는 Lawrence Dickie에게 음향 기술적인 도움을 받게 되고, PodSpeaker의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게 됩니다. 한편, Lawrence Dickie는 Simon Ghahary의 디자인을 발전시켜 B&W Nautilus를 완성하게 되죠.

 

즉, PodSpeaker는 Simon Ghahary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Lawrence Dickie의 독보적인 음향 기술이 함께 창조한 결과물입니다.

 

PodSpeaker는 SCANDYNA라는 덴마크의 오디오 회사에서 판매했는데요. 2015년, SCANDYNA가 EET Group에 인수되면서 PodSpeaker 자체 브랜드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이제 오늘 리뷰의 주인공, MiniPod BT MK II 얘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요. 먼저 디자인입니다. 길었던 서론만큼이나 MiniPod BT MK II의 디자인도 할 얘기가 많습니다.

 

전체적인 모습은 한마디로 귀엽다고 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돌멩이를 층층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MiniPod BT MK II를 보고 얼리어답터 내부에서 누군가는 X 덩어리라고 표현했지만, 결코 X 따위로 치부할 수 없는 귀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봐왔던 반듯한 모습의 스피커와는 차원이 다른 디자인이죠.

 

뒤태를 볼까요? 귀엽기만 했던 전면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영화 <에일리언>과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를 디자인한 H.R. 기거의 작품이 떠오르는 미래지향적인 모습입니다. 볼륨감이 느껴지는 형태와 그 사이의 굴곡에서 아름다운 여인 혹은 근육질의 남성에게서 볼 수 있는 곡선미가 느껴지기도 하죠. 스피커라는 게 뒤태를 볼일은 거의 없는데요. MiniPod BT MK II의 뒤태는 자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MiniPod BT MK II의 인클로저는 ABS 수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충격에 강한 소재이긴 하나 목재에 비해 고급스럽지 않은 기분인데요. 그냥 기분 탓일 뿐입니다. ABS 수지가 목재보다 부족한 것도 아니고 목재를 사용했다고 모두 고급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이죠. 또한 MiniPod BT MK II의 독특한 디자인은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더라도 이를 커버하기에 충분합니다.

 

인클로저 상단에는 섬유로 만든 25mm 크기의 돔 트위터가 박혀있습니다. 아래쪽에는 5.25인치 크기의 커다란 베이스 드라이버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방탄복에 사용되는 케블라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케블라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무척 뛰어나 진동판 소재로는 제격이라고 할 수 있죠.

 

SCANDYNA 시절에는 B&W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노란색 케블라를 사용했습니다. 톡톡 튀는 컬러가 PodSpeaker의 독특한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듯했지만, 디자인보다 노란색 케블라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측면이 없잖아 있었죠. MiniPod BT MK II는 그냥 검은색. 독특한 디자인을 차분하게 뒷받침하는 세련미가 엿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인클로저 맨 아래쪽에는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일종의 베이스 리플렉스 시스템으로 베이스를 보강하기 위한 에어 덕트죠.

 

 

MiniPod BT MK II의 다리와 눈

MiniPod BT MK II 아래쪽은 3개의 단단한 고무다리가 받치고 있습니다. 노출되는 높이가 2cm 남짓으로 짜리 몽땅한 게 MiniPod BT MK II와 잘 어울리는데요. MiniPod BT MK II에 늘씬한 다리를 달아줄 수 있습니다. 또한 인클로저 중앙에 자리 잡은 케블라 진동판 주위를 보면 고무 테두리가 둘러져 있는데요. 마치 눈동자 같았던 SCANDYNA 시절의 노란색 케블라만큼은 아니지만 MiniPod BT MK II에 새로운 눈을 달아줄 수 있습니다.

 

MiniPod BT MK II에 새로운 다리와 눈이 되어주는 건 Spike와 Hoop라는 별도의 액세서리입니다. 소프트 실버, 소프트 골드, 다크 메탈, 라이트 오크, 다크 오크 등 5가지 종류가 있죠. 실버와 골드, 메탈은 알루미늄으로, 오크는 목재로 만들어져 MiniPod BT MK II의 키를 커지게 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상을 갖게 합니다.

 

가령 화이트 새틴(White Satin) 컬러에 소프트 실버, 다크 메탈처럼 알루미늄 재질의 Spike와 Hoop가 더해지면 귀여웠던 MiniPod BT MK II가 사이버틱한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소품으로 놓여 있을 것만 같죠. 블랙 매트(Black Matte) 컬러와 목재로 만든 라이트 오크, 다크 오크의 조합은 중후함입니다. MiniPod BT MK II 특유의 귀여움은 사라지고 반전의 매력을 드러내죠.

 

가장 튀는 컬러인 레드 매트(Red Matte)에 소프트 실버나 소프트 골드처럼 밝은 컬러의 Spike와 Hoop로 교체하면 MiniPod BT MK II는 한층 귀여워집니다. 좀 더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블루투스 +a

MiniPod BT MK II의 BT는 당연히 블루투스입니다. PodSpeaker는 본래 별도의 앰프가 필요한 패시브 스피커로 출시되었는데요. 진화를 거듭하며 파워 앰프를 내장한 액티브 스피커로 나오게 되고, 블루투스 모듈까지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MiniPod BT MK II는 그 정점에 있는 모델이죠. 25W 출력의 Class-D 앰프를 트위터와 베이스에 각각 달아놨습니다.

 

블루투스 모듈은 퀄컴 CSR CS8670으로 블루투스 4.0을 지원합니다. 다만 A2DP와 AVRCP 프로파일과 가장 기본적인 SBC 코덱만 지원하고, Apt-X나 Apt-X HD 등은 빠져있죠.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은 있습니다.

 

블루투스라서, 상위 코덱이 빠져있어서, 음질 저하가 우려된다면 맘 편하게 케이블을 연결하면 됩니다. 뒤쪽 엉덩이 꽁무니 쪽에 싱글 와이어링 방식의 단자가 있고, 바닥에는 옵티컬 단자와 AUX 단자도 있죠. 서브 우퍼를 연결하는 단자도 있는데요. PodSpeaker에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서브 우퍼를 출시하고 있지 않은데 왜 있는지 모르겠네요. MiniPod BT MK II는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를 지원하지만 다양한 단자까지 마련하고 있어 폭넓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Shaping Sound

이제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보겠습니다. PodSpeaker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선입견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디자인 때문이었는데요. B&W Nautilus처럼 초고가 스피커가 아닌 이상, 당시 PodSpeaker의 독특한 디자인은 Hi-Fi 스피커라기 보다 장난감 같은 취급을 받았던 거죠. 하지만 디자인이 전부였다면 MiniPod BT MK II처럼 PodSpeaker 진화의 결과를 만날 수 없었겠죠.

 

MiniPod BT MK II는 현재 전 세계 오디오 관련 매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0점 만점이라면 90점 정도인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죠. PodSpeaker 로고 아래쪽에는 Shaping Sound라고 함께 적혀있습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형태를 지닌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요. MiniPod BT MK II가 들려주는 소리는 한마디로 Shaping Sound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볼륨감 넘치는 저음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해줍니다. MiniPod BT MK II의 저음은 꽤나 재밌는데요. 볼륨감은 넘치지만 단단하다기 보다 부드럽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 말랑말랑하다고 할까요? 고음과 중음을 유연하게 받쳐줍니다. MiniPod BT MK II 사운드의 첫 번째 장점은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저음이라고 할 수 있죠.

 

묵직했던 저음에 반해 MiniPod BT MK II의 고음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다소 얌전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건 아닙니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음악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의 역할은 충분히 해내죠. MiniPod BT MK II가 들려주는 저음과 고음의 밸런스는 돌멩이를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MiniPod BT MK II의 디자인과 유사합니다. 맨 아래 돌멩이가 저음이고 맨 위 돌멩이는 고음인데요. 눈으로 볼 때 안정적인 모습은 귀로 듣는 사운드까지 연결됩니다.

 

MiniPod BT MK II의 사운드에 확실하게 정점을 찍어주는 건 중음입니다. 밸런스를 유지하는 저음과 고음 사이로 명확한 전달력을 보여주는데요. 물론 중음 역시 MiniPod BT MK II의 사운드가 유지하고 있는 밸런스 범위 안에 있습니다. 저음과 고음 사이를 거칠게 찢고 나오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것처럼 안정감 있게 위치하죠. 분명한 디테일의 산뜻한 맛, 이게 MiniPod BT MK II의 중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iniPod BT MK II 하나 더

MiniPod BT MK II는 기본적으로 단일 구성입니다. 덕분에 공간감이 제한적인데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한대 더 연결하는 겁니다. 블루투스가 빠진 패시브형 MiniPod 모델을 케이블로 연결해도 되고, MiniPod BT MK II 2대를 블루투스 연결해도 되죠.

 

스테레오로 연결된 MiniPod BT MK II의 사운드는 1+1 이상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MiniPod BT MK II 1대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공간감이 형성되죠. MiniPod BT MK II의 놓인 곳이 아닌 2대 사이 가상의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죠. 공간이 양옆으로 넓어졌다기보다는 앞뒤로 넓어진 느낌도 독특합니다.

 

다만 스피커 크기의 한계 때문인지 가상의 공간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MiniPod BT MK II의 고음 자체가 날카롭게 뻗는 스타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반면 공간의 깊이는 꽤 깊죠. 역시 MiniPod BT MK II의 저음이 지니고 있는 특징 때문일 겁니다. 중음은 여전히 또렷하고요. 어쨌든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MiniPod BT MK II 스테레오 연결이 확실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부담도 2배가 되겠지만요.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스피커

MiniPod BT MK II는 이런 스피커입니다. 부담 없으면서 부족하지 않은 크기로 어디든 올려놓고 싶은 스피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디자인 때문에 자꾸만 시선이 향하는 스피커.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쓰다듬으면서 귀여워해 주고 싶은 스피커. 음악을 들으면 귀엽게만 볼 수 없을 정도로 밸런스 잡힌 사운드를 들려주는 스피커. 한대 더 연결하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2배 이상 커지게 하는 스피커.

 

이런 스피커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리뷰를 위해 그동안 MiniPod BT MK II를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블루투스 외 다양한 단자 지원
의외로 풍성한 저음
화려하지 않은 고음
디테일이 분명한 중음
좁고 낮지만 깊은 공간감
어떨 수 없이 망설여지는 가격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