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시 떠올려보자. 우리 집 인터넷 공유기는 뭘 쓰고 있는지. 아마 십중팔구는 머릿속 이미지가 흐리멍덩할 것이다. 이 이유는 대부분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유·무선공유기를 쓰고 있는 게 첫째요. 다음은 기본 기능만 하면 되기에 저렴한 공유기를 하나 들여두고 기억 속에서 잊고 있는 게 둘째일 테다.
쓰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비싼 공유기. 과연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휴맥스 T9과 T9x를 써보면서 공유기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정리하고 간단한 답변도 달았다.

1. 공유기가 우리 집에 있어요? 그게 뭔데요?
집에서 유·무선인터넷, 그러니까 컴퓨터에서 인터넷이 되고 스마트폰에서 집에서 쓰는 와이파이(Wifi)를 연결해 쓰고 있다면 집안 어딘가 공유기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처음 인터넷을 설치할 때, 설치기사가 어딘가에 잘 설치해두고 인터넷이 잘 안되면 여기 전원을 껐다 켜보라는 안내를 해줬을 확률이 높다.
유·무선공유기는 라우터라고도 부른다. 정확히는 라우터에 게이트웨이, NAT 기능을 더하고 여기에 이더넷 포트 허브 기능을 얹은 후, AP 기능을 곁들인 제품이다. 너무 어렵다고? 다시. 인터넷은 인터넷 회선 업체(ISP)에서 받은 공인 IP를 통해 접속한다. 게이트웨이를 통해 공식 인터넷 네트워크와 분리된 가상 내부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설 IP를 구축해 서로 통신할 수 있도록 만든 후, NAT(Network Address Translation)를 이용해 패킷을 연결한 컴퓨터에 재전송한다. 너무 어렵다고?…
이처럼 복잡한(심지어 관련자가 보면 기초 중 기초라 할 만한) 내용을 소비자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우리가 모르는 세상에서 들어온 마술 같은 인터넷을 집 안에서 여러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쓸 수 있도록 ‘공유’하는 기기. 그 정도만 알아도 문제는 없다.
문제가 없으면 공유기는 손을 별로 타지 않는 기기다. 게다가 시중에 나온 공유기를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못생겼다. 납작한 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안테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어디 두기도 그렇고 숨겨두자니 당장 인터넷 환경이 나빠진다.
적어도 휴맥스 T9 그리고 T9x는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디자인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집에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을 만한 디자인이다. 타워형 디자인이라는 T9은 실제로 경주 첨성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혼자만의 보물처럼 꼭꼭 숨겨두지 말고, 이제 당당히 올려두자. 가정의 인터넷 환경을 위해서도 그편이 좋다. 그리고 누군가 ‘이 세련된 기기는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주자. “인터넷은 인터넷 회선 업체(ISP)에서 받은 공인 IP를 통해… 너무 어렵다고? 다시.”
2. 그래서 좋은 공유기는 어떤 공유기인가요?
사실 너무 원초적인 질문이고 너무 당연한 대답이 돌아올 질문이긴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속도 빠르고, 보안 확실하고, 안정성이 뛰어나 손 안 타는 공유기가 좋은 공유기다. ‘너무 어렵다고? 다시’를 반복하긴 싫으니 눈앞에 있는 T9과 T9x를 기준으로 살펴보겠다. 아래와 같은 용어가 많이 들어간 공유기가 좋은 기기다.
– 802.11ac
무선 전송 표준 기술인 IEEE 802.11 규약 중 차세대 규약으로 꼽히는 기술이다. 다중 안테나로 데이터를 동시 송수신할 수 있는 MIMO(Multi Input, Multi Output)를 지원하며, 이론상 최대 3.7Gbps까지 지원한다. T9과 T9x에서는 2.4GHz 기준으론 3T3R, 5GHz에서는 4T4R을 지원해 AC2400을 충족한다.
– AC2400
무선 인터넷은 지원하는 무선 주파수가 있다. 주파수는 2.4GHz와 5GHz. 일반적으로 두 주파수 중 하나에 연결하나 고급 무선 기기는 동시에 연결해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이는 기기도 있다. AC2400은 2.4GHz에서 최대 600Mbps, 5GHz에서 최대 1,733(약 1,800)Mbps 속도를 갖춘 것을 의미한다.
– MU-MIMO
다중 안테나로 데이터를 동시 송수신하는 MIMO라는 개념에 다중 유저(Multi User) 지원을 추가해, ‘여러’ 사람이 써도 빠른 속도를 지원하는 기술을 뜻한다.
– 빔포밍(Beamforming)
공유기가 무선 인터넷을 쓰는 기기의 위치를 파악해 전파의 방향과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뜻한다. 쉽게 말해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와이파이가 3칸으로 잡히도록 공유기가 알아서 노력한다고 보면 되겠다. T9과 T9x는 Anyclient Beamforming을 지원해, 설사 스마트폰이 빔포밍을 지원하지 않아도 이 위치를 체크하는 기술을 갖췄다.
– Wi-fi CERTIFIED™
무선 인터넷 제품 중 와이파이 표준 규격을 준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증을 받으면 그만큼 표준 규격을 준수했다는 소리이므로 안정성을 믿어볼 수 있다. Wi-Fi Alliance에서 제품이나 브랜드를 검색하면 인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휴맥스 T9과 T9x는 모두 인증을 받았다.
– WPA2-PSK,AES
앞선 내용이 인터넷 속도나 성능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보안 이야기다. 공유기에서 보안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공유기 패킷을 탈취해 어떤 인터넷을 접속했는지 알 수도 있고, 정상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했으나 위변조한 사이트로 가게끔 설정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인터넷 자원을 끌어쓰는 거로 모자라, IP로 불법적인 일을 하다가 걸리면 이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 WPS2-AES 방식은 현재 개인이 쓸 수 있는 가장 괜찮은 정도의 암호화 기능이다.
이밖에도 T9과 T9x는 원하는 대로 순위를 정해서 패킷량을 조절하는 Intelligent QoS, 스트리밍 서비스와 게임에 우선순위를 제공하는 Entertainment Port, USB 3.0 포트에 외장 디스크를 연결해 간이 웹하드로 쓸 수 있는 편의 기능을 담았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편의 기능. 기능을 쓸 줄 아는 사람,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기능으로 이게 좋은 공유기를 가르는 판단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T9과 T9x의 성능은 똑같다. 다만 디자인과 포트 수에 차이가 있다. 유선 기기를 많이 연결한다면 제공하는 포트가 더 많은 T9x를 고르자. 그 외의 기능은 완전히 같으므로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다.
3. 휴맥스 T9, T9x가 좋아요?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했다는 특징은 말 그대로 특징. 이와는 별개로 순수한 기본기 자체가 좋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공유기에도 컴퓨터처럼 CPU와 RAM을 탑재한다. 컴퓨터처럼 고급일 필요는 없지만, 뛰어난 성능이 안정적인 연결을 가져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고성능 장비에 들어가는 인텔 듀얼코어 WAVE500 칩셋을 탑재했고, 다수의 기기가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512MB DDR3 램을 탑재해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자체적으로 멀티 클라이언트 테스트를 진행해 많은 기기가 동시에 접속해도 안정적인 처리량을 갖췄다.
흔히 공유기를 판단할 때 최고 속도만 보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인터넷의 속도는 단순히 공유기만 봐서는 안 된다. 첫째로 들어오는 인터넷 회선이 빠른 회선인지, 그리고 공유기에 접속할 기기가 빠른 규격을 호환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유선일 때는 내부 UTP 선이 기가비트를 지원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
또한, 이렇게 광고하는 최고 속도는 이론상 속도가 대부분이다. 아무런 방해요인이 없을 때 이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 것이지 인터넷 회선이 어떤 환경을 통해 오는지도 모르고, 내부에 있는 생각지도 못한 많은 방해요인이 인터넷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기가 접속하느냐에 따라서 속도도 크게 달라진다. 인터넷에서 데이터(패킷)를 주고받을 때, 주소인 IP와 별개로 포트(Port)를 이용한다. 이 포트의 수는 총 65,535개. 공유기를 쓰더라도 들어오는 회선 IP는 1개밖에 없으므로 모든 기기가 1개의 포트만 쓴다고 가정하면 이론상 공유기 한 대에 65,534개(공유기 자신도 하나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까지 접속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이미 약속된 포트도 있고, 기기별로 여러 개의 포트를 이용한다. 심지어 브라우저나 프로그램별로 여러 개 포트를 쓸 수도 있으니 연결 한도는 더 적다. 그리고 이 모든 기기가 인터넷을 하기 시작하면 데이터양이 회선의 대역폭을 넘겨 정상적으로 쓸 수 없을 것이다.
T9과 T9x가 128대까지 안정적 연결을 검증했다고 하나, 통제 변인 자체가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일 확률이 높으니 실제로 접속하는 건 많아야 2~30대 전후로 잡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 정도면 가정과 소규모 사무실에서 쓰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네트워크를 관리하면서 한 가지 더하고 싶은 장점은 전용 앱을 통한 손쉬운 관리를 지원한다는 것과, 관리자 페이지 UI가 깔끔해 원하는 설정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더하고 싶다.
한번 설정을 마치면 다시 접속할 일이 없는 관리자 페이지지만, 오랜만에 접속하는 관리자 페이지인 만큼 깔끔하고 찾기 쉬운 UI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잘 보급된 우리에게 공유기의 존재는 자연스럽기에 희미하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공유기’를 찾기는 어려워졌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사기는 쉽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이용자의 불편함이다. 그리고 점점 더 빠른 인터넷, 더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기기를 쓰게 되면서 그 불편함은 커져만 갈 것이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좋은 공유기를 찾으려면 결국 소비자가 어느 정도 똑똑해져야 한다. 무조건 저렴한 제품이 능사는 아니다. 여기선 휴맥스 T9과 T9x를 ‘준수한 예’로 들었으나, 이 말고도 시중에 좋은 공유기는 많으니 꼼꼼히 따져보자. 물론, ‘복잡한 일상 속에서 공유기까지 공부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예로든 휴맥스 T9과 T9x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겠다. 기본기와 편의성이 조화를 이룬, 제법 훌륭한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디자인 |
안정성 |
편의성 |
7.4 |
기본에 충실한, 매력적인 공유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