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복잡한 마음으로 기다릴 13월의 세금 혹은 월급. 연말정산 시즌이 돌아왔다. 이미 끝난 거 아니냐고? 내가 아직 못했는데?! 2017년 연말정산은 2월분 급여를 받기 전까지 해야 하고, 2017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기간은 1월 15일부터 2월 28일까지로 아직은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이번 연말정산 기간 소식을 들으며 올해는 꼭 도전해봐야지 하는 미션이 있었다. 업무용으로 쓰는 맥북으로 연말정산을 마무리해보겠다는 미션이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모든 국민이 쓰는 서비스지만, 유독 ActiveX로 점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덕에 작년엔 눈물을 흘리며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 12월 희망적인 소식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결과에서 국세청 연말정산, 정부 민원24 등 국민이 자주 쓰는 정부 사이트를 시작으로 사이트에서 ActiveX를 걷어내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그리하여 빠르면 이번 연말정산부터 타 OS로도 연말정산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시도해봤다. 과거엔 맥북으로 연말정산이 가능했다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을 곱씹으며, 윈도우와 IE(Internet Explorer) 조합이 아니면 시도조차 어려웠던 통곡의 벽.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도전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위해 준비한 것들
– 2015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 공 USB
– 공인인증서가 저장된 아이폰X
공인인증서 저장하기
맥북을 열고 가장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를 켰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오페라 같은 다양한 브라우저가 있지만, OS에서 기본으로 지원하니까 조금은 마음고생을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를 통한 로그인을 선행해야 한다. 공인인증서가 들어있는 USB가 있었으나 만료 일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덕분에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부터 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스마트폰에 갱신한 공인인증서를 저장해뒀다는 것.
거래 은행 공인인증센터에서 공인인증서를 USB에 저장하는 과정부터 도전해야 했다. 거래 은행 공인인증센터로 들어가 스마트폰인증서복사 프로그램(KSCertRelay)을 설치했다. 다행히 윈도우OS와 맥OS를 둘 다 지원해, 설치 프로그램 패키지 파일(.pkg)을 내려받으면 된다.
스마트폰에서 PC로 인증서를 복사할 때, 브라우저에 저장하면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으나 하드디스크나 외장 드라이브에 저장하려면 또 다른 인증서 송·수신 프로그램(CrossWebEX)을 설치해야 한다.
브라우저에 저장한다는 이야기는 글로벌 웹 표준(HTML5)를 지원하는 브라우저의 웹 저장소 영역에 인증서를 저장하는 것으로, 어떤 브라우저에서든지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장한 기관에서만 쓸 수 있어 홈택스 로그인은 할 수 없어 결국 인증서 복사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마찬가지로 pkg 파일을 지원해 맥OS에서도 설치할 수 있다.
단, 중간에 모든 브라우저를 꺼야 하니, 하던 작업은 꼭 저장하자. 만약 그렇게 못하면 그동안의 로그인과 기타 모든 작업 내용을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 저장하더라도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니 마음을 평온하게 먹도록 하자.
모든 과정을 마치고 다시 은행 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로딩 이미지만 무한정 돌뿐, 더 진행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 브라우저를 완전히 종료(command+Q)하고 다른 은행의 공인인증센터에 들어갔다.

프로그램 설치를 마친 후 은행 공인인증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touchenex CrossEX NP Plugin’ 플러그인을 사용하도록 ‘{사이트 주소}’ 웹 사이트를 신뢰하겠습니까? 라는 안내가 뜬다. 앞서 들어갔을 때는 이 메시지가 뜨지 않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걸까 싶다. 도리 없이 신뢰를 누르고 스마트폰에서 인증서를 가져와 이동식 디스크에 저장했다.
중간 정리
소요 시간 : 20분
위기의 순간 : CrossWebEX 설치 중 모든 브라우저를 종료해야 했을 때

국세청 홈택스 로그인하기
이제 국세청 홈택스에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 홈택스에 접속 후 로그인 버튼을 누른 후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시도한다. 시행착오 끝에 브라우저인증서 로그인으로 로그인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홈택스는 이용자를 호락호락 들여보내진 않았다. 통합설치프로그램(Veraport)이 없으므로 우선 이 프로그램부터 설치해야 했다. 확인 창을 닫으면 자동으로 팝업이 열리고 통합 설치프로그램 설치 안내 창이 뜨므로 여기서 설치하기를 눌러 설치 파일을 저장하면 된다.
veraport-g3.exe를 저장한다 해 당황했으나, 실제로는 OS를 알아서 체크해 맥OS라면 pkg파일을 저장한다. veraport-g3.pkg 파일을 실행해 설치를 마치면 된다. 설치를 마친 후 다시 로그인했지만,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공인인증서 때의 노하우를 살려 브라우저를 완전히 끄고(command+Q) 다시 접속해 홈택스 로그인을 시도했다.
브라우저인증서 로그인에서 ‘열기’를 누른 후 앞서 저장한 외장드라이브에 있는 인증서 파일을 찾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나 ‘드라이브\NPKI\{인증기관이름}(이를테면 yessign)\USER\cn={소유자이름}…\‘안에 .der 파일과 .key 파일이 들어있다. 이 파일을 모두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확인을 누르면,
등록된 인증서가 아니니 사업자 번호 혹은 주민등록번호로 인증서를 다시 등록하라고 한다. 이처럼 인증서를 재발급받으면 홈택스에서도 다시 등록해야 한다. 로그인 창으로 돌아오면 이번엔 ‘공인인증서 등록’ 버튼을 눌러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러 가자.
주민등록번호나 사업자 번호를 입력 후 등록하기를 누르면 다시 공인인증서 로그인 창이 뜬다. 앞서 한 방법과 같이 .del과 .key 파일을 선택하면 정상적으로 공인인증서가 등록됐다는 안내가 표시된다. 이젠 정말 로그인할 수 있다.
다시 인증서 파일(.del, .key)를 선택하고 인증서 비밀번호를 가상 키보드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누르면 드디어 로그인이 끝난다.
중간 정리
소요 시간 : 15분
위기의 순간 : 인증서를 등록하라고 했을 때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이용하기
홈택스에 로그인까지 마쳤다면 이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로그인까지가 어려웠을 뿐,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쓸 때는 생각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PDF로 저장하기도 문제없고, 바로 인쇄를 하는 과정에서도 큰 제약이 없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면 링크를 따라 pkg 파일을 설치하고 브라우저를 끄고, 다시 시도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작년 연말정산 때, 장렬히 실패한 후 USB를 하나 들고 다니며 ‘저 연말정산 때문에 PC 좀 쓸 수 있을까요?’ 하고 쩔쩔매던 기억이 떠오른다. 1년이 지난 지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일은 고됐으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이미 많은 사업장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연말정산을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 시기가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맥OS에서도 이제 자신있게 연말정산을 마칠 수 있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이번 정부는 ActiveX 퇴출에 힘을 싣는다고 하니, 내년에 있을 2018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덧붙여 한 가지. pkg로 설치한 파일은 맥OS 응용 프로그램 폴더(Macintosh HD\Applications\) 안에 폴더별로 언인스톨러가 들어있다. 내 소중한 맥북에 찌꺼기 같은 프로그램을 걷어내고 싶다면 CrossEX, CrossWebEX, KSCertRelay, Veraport 폴더 안에 있는 언인스톨러를 실행해 완전히 지워주자.
맥OS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한 후기
1. 일부 pkg 파일은 반드시 설치해야 하니 포기하고 설치하자.
2. 설치 후에는 브라우저를 완전히 끄고 다시 실행하자.
3. 브라우저 재시작 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맥을 재부팅 하자.
4.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응용프로그램 폴더에서 프로그램을 지울 수 있다.
5. 맥OS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