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바-바-바-나나-
바-바-바-바-바-나나-
바나나아-아- 포테토-나아-아

 

여기까지 읽으면서 저절로 몸이 들썩들썩. 콧노래로 비치보이스의 바바라 앤을 흥얼거렸다면 축하한다. 당신도 훌륭한 미니언즈 덕후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약방의 감초로 시작해 정식 주인공으로 데뷔해 개봉 당시(2015년)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미니언즈는 이제 단순히 조연으로 취급하기 어려운 일루미네이션의 간판스타다.

 

단순한 체형과 샛노란 색상, 기상천외한 행동은 미니언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면서, 동시에 상품화하기 쉽다는 특징이다. 그 덕분일까? 미니언즈의 성공 이후 정말 많은 제품이 미니언즈의 모습을 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얼리어답터도 미니언즈를 격하게 아끼고 있고, 현재 사무실 한쪽에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라인스토어

다시 돌아와, 최근 미니언즈 팬이라면 주목할 만한 스페셜 에디션 소식이 있었다.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라미 X 라인프렌즈 사파리 만년필을 세상에 내놓았던 라미(LAMY)가 다음 컬래버레이션 대상으로 미니언즈를 점찍었다.

 

며칠 전 라인프렌즈 스토어에는 라미 X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을 2월 1일부터 판매한다는 티저 페이지를 공개했다. 그리고 출시 당일, 오프라인 매장 오픈 시간에 앞서 비장한 각오와 신용카드를 가슴에 품고 라인프렌즈 스토어로 향했다.

 

 

가자, 라인프렌즈 스토어로!

가로수길에 있는 라인프렌즈 스토어에 조금 서둘러 도착했다. 라인프렌즈 스토어로 향하긴 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미니언즈와 라인프렌즈 사이엔 도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라인프렌즈 스토어에서 다른 회사 캐릭터 상품을 독점 판매한다는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홍보가 크게 된 느낌도 아니었고, 줄 설 필요 없는 라인프렌즈 스토어에 도착해 이 혼란은 더 커졌다. 정말 여기서 파는 게 맞는 거겠지?

 

 

매장 오픈을 기다려 들어가자마자 미니언즈 만년필을 찾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라인프렌즈 샵에서 왜 미니언즈를 찾아…? 하는 마음의 소리가 느껴진 건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그러나 금세 프로답게 안정을 되찾은 직원은 아직 물류창고에 있고 전시는 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지금 꺼내주겠다. 한정판과 일반판이 있으며 몇 개가 필요하냐?하고 친절히 안내해줬다.

 

몇 개까지 살 수 있을까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돌아온 직원의 답변은 두 개. 떨리는 목소리는 이번에도 기분 탓일 테다. 다만, 이게 정확한 내용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인터넷에 올라온 라미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패키지는 1인당 1일 3개까지 구매할 수 있었으니까.

 

이번 라미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은 만년필 본체만 들어있는 단품과 다양한 액세서리를 포함한 한정판 패키지를 나눠 출시한다. 만년필 자체도 매력 만점이지만, 다양한 액세서리 또한 빼놓을 수 없기에 방문 전부터 한정판 패키지를 이미 점찍어둔 상태였다.

 

일반판은 5만6천 원, 한정판은 7만9천 원. 덜컥 구매하긴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나, 어쨌든 우리에겐 신용카드가 있으니까. 다음 달의 나를 믿으며 결제를 마쳤다.

 

 

구성, 구성을 보자!

더 기다릴 자신이 없어 곧바로 지하에 있는 라인프렌즈 카페를 찾았다. 귀여운 라인프렌즈 사이에서 미니언즈 캐릭터 상품을 뜯어보자니 살짝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까! 에디터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미니언즈의 눈빛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상자를 열 때부터 조금 아쉬웠다. 테이프가 붙어있는데 접착력이 너무 좋아 상자를 훼손해버린 탓이다. 상자도 겉이 뜯어지기 쉬운 재질이라 테이브와 함께 일부가 보기 흉하게 찢어지고 말았다.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덕후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패키지다. 마음을 다잡고 상자를 열었다.

 

LAMY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패키지에는 LAMY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 만년필 하나, 접착 메모 패드 1개, 먼슬리 플래너 1개, 양장노트 1개와 스티커 1개가 들어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띈 건 먼슬리 플래너다. 미니언즈를 빼면 장식 없는 깔끔한 디자인으로 직접 날짜를 입력해 활용할 수 있다. 총 여섯 종류의 미니언즈가 장식돼 있고, 종류당 두 장씩 들어가 1년 동안 쓸 수 있다. 함께 들어있는 받침대에 달력을 끼워두면 되겠다.

 

달력을 뒤집어보면 깨알 같은 디테일이 반긴다. 다른 캐릭터 상품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미니언즈는 앞뒤의 표현을 모두 세밀하게 해놓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먼슬리 플래너도 그렇고 다른 액세서리 또한 마찬가지다. 함께 들어있는 받침대가 들어간 패키지는 화려하지만, 막상 열어보면 아무런 장식 없는 집성목 재질이라 조금 아쉬웠다.

 

 

미니언즈, 그중에서도 밥이 그려진 접착 메모 패드다. 총 40장이 있으며 자유롭게 떼고 붙일 수 있다. 케이스 하단엔 펼칠 수 있는 받침이 있어 사진처럼 세워둘 수 있다. 하지만 쓰다 보면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보다시피 덜렁거리는 모양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종이 질은 평범한 편이며, 접착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다. 또한, 다른 제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오드아이인 밥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살짝 아쉽다.

 

 

함께 들어있는 양장 노트에도 미니언즈가 들어가 있다. 노트는 꽤 괜찮은 편인데 깔끔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제본이 눈에 들어온다. 양장 노트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노트의 펼침성을 실제본으로 대폭 개선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종이가 제법 두껍고 괜찮다. 제일 뒷면에 있는 작은 포켓, 그리고 빼꼼 내다보는 캐릭터의 센스와 안에 들어있는 스티커도 놓치지 말자.

 

다시 한번 노트를 한장한장 넘기다 보니 마지막 커버 부분이 살짝 오염된 걸 발견했다. 아… 정말 이럴 겁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라미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 만년필을 꺼냈다. 별도의 패키지에 들어있고 꺼내면 미니언을 그려낸 틴 케이스가 반긴다. 그리고 틴 케이스 뒷면에는 칼로 벤 듯 긴 상흔이 남아있었다. 휴…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만년필을 보자.

 

 

예쁜 틴 케이스 안에는 사파리 옐로우 만년필 한 자루, 고무 클립형 피규어 액세서리 4개와 블랙 잉크 카트리지 2개, 컨버터 1개가 포함돼 있다. 미니언즈 만년필 출시 소식과 함께 걱정했던 부분이 사파리 옐로우 만년필이었다.

 

이미 사파리 제품군에 옐로우 만년필이 있어, 자칫 똑같은 만년필을 사면서 고무 클립형 피규어 액세서리를 비싸게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고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유감스럽게도 기존에 있던 사파리 옐로우 색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리뉴얼된 디자인을 따라 클립과 닙은 크롬 도금된 색상이다. 테마에 맞게 클립 정도는 검은색으로 칠해뒀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팁은 가장 얇은 EF 촉. 유럽제 만년필의 획은 일제보다 두꺼운 감이 있어 EF도 다소 두껍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체감상 수성펜의 약 0.7mm 정도다.

 

 

기존 사파리 만년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고, 이미 가진 색만 다른 사파리 펜만 4자루가 넘는데도 화가 나게 예쁘다. 정말 누가 클립에 미니언즈를 끼얹을 생각을 했나.

 

 

어떤 피규어를 끼워놔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매력적인 피규어가 한가득이다. 이 고민은 현재 진행형으로,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기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돌아갔다.

덕질의 소장품은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나요?

그럼 이제 자잘한 아쉬움을 토로할 차례다. 앞서 요소마다 조금씩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 그러니까 색상이나 디자인 등을 차치하고 눈에 밟히는 게 품질관리다.

 

 

물론 에디터의 사례는 운이 없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스 테이프를 뜯을 때 박스가 상하는 문제와 같이 모든 제품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문제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구매처인 라인프렌즈 스토어에 전화문의 결과 이런 코스메틱 이슈는 검토 후 교환 사유가 된다 하니 문제를 발견하면 빠르게 문의하도록 하자.

 

라인프렌즈 카페에서 제품을 봤을 땐, 미니언즈에 눈이 멀어 제대로 보지 못한 스크래치를 사무실로 돌아와 뒤늦게 발견했다. 결국, 밤에 택시를 타고 라인프렌즈 스토어를 다시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개봉하며 살펴본 제품에는 스펀지 조형 중 생긴 흠집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코스메틱 이슈는 대량 생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잘한 실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정 수량 생산, 귀여운 액세서리 디테일, 풍성한 고퀄리티 구성품을 강조한 제품을 단순 공산품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하물며, 구매 예상 고객이 에디터와 같은 덕후. 다시 말해 특정 분야에 한해 깐깐한 소비자라면 더욱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기존 사파리 옐로우를 그대로 활용한 구성은 영리하지만, 역시 아쉬운 느낌이다. 기존 사파리 옐로우를 쓰는 사람이나 라인프렌즈 샐리 스페셜 에디션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사고 싶지만, 사기 애매한 제품으로 전락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두 번의 왕복 끝에 이른바 ‘양품’을 손에 넣은 에디터는 당분간 미니언즈와 함께 행복하게 보내다 오겠다. 그리고 어제의 내가 지른 비용을 갚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겠다. 커밍쑨!

 

리뷰에 들어간 에디터의 지출
158,000원(라미 미니언즈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 7,500원(교환하러 다녀온 교통비) = 165,500원
Tulaliloo ti amo!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