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PC-Fi에 꽂혀 북쉘프 스피커와 DAC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다. 그렇게 열심히 자료를 수집해보고 난 뒤 내렸던 결론은, 사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좋은 음질을 경험해보고 싶은 입문자라면 스피커는 오디오엔진의 A2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오디오엔진의 스피커를 들어보니, 그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오디오엔진은 10년이 넘는 길지 않는 역사를 가진 오디오 브랜드지만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스피커를 잘 모르는 사람이 컴퓨터에 연결해 들을 스피커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그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꼭 들어갈 정도로. 실제 눈으로 본 오디오엔진 A2+의 모습은 매우 깔끔했다. 높이 16cm의 적당히 아담한 몸체에 세라믹 도자기처럼 부드럽게 번쩍이는 광택.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면부 디자인.
참고로 A2+는 A2의 개선판이다. 달라진 점은 뒷면에 USB 디지털 입력 단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3.5mm AUX 아날로그 연결 외에 컴퓨터에서 USB를 통해 음원 데이터를 디지털로 받아 출력한다는 것이다. 귀로는 구분하기 힘들지만 잡음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보다 깨끗한 사운드를 구현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최대 16bit 48kHz의 CD 수준 이상의 음원을 고스란히 손실 없이 출력한다.
그 외에 일반적인 3.5mm AUX 단자, RCA 입/출력 단자, 전원 단자, 그리고 양쪽 스피커를 서로 연결해주는 커넥터가 보인다. 왼쪽 스피커에 앰프가 들어있고 오른쪽 스피커는 신호를 받는 패시브 스피커라서 연결도 복잡하지 않다.
좋은 스피커들이 다 그렇겠지만, A2+는 꽤 무겁다. 보기에는 발랄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왼쪽 스피커가 1.6kg, 오른쪽 스피커가 1.4kg. 생각해보면, 스피커가 묵직하게 바닥에 눌러 앉아 있어야 소리 출력이 커도 진동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한 잡음이 없고 더욱 안정적인 감상이 가능하다.
다행히 바닥에는 미끄러짐을 막고 진동을 한층 더 흡수해주는 폼이 탄탄하게 붙어있다. 마운트 홀도 마련되어 있어서 스탠드에 고정할 수도 있고.
드라이버는 케블라로 만들어진 2.75″ 우퍼와 3/4″ 실크돔 트위터가 탑재되어있다. 그 덕에 우퍼는 크기에 비해서 저음을 상당히 박력 있게 표현하고, 트위터는 고음역대를 매우 세밀하고 깨끗하게 들려준다. DAC은 PCM2704칩이 탑재되어있다. PCM2704는 소리를 한층 활기차고 또렷하게 해주며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PC-Fi를 시작함에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있을까 싶은 그런 DAC.
음질을 잘 몰라도, 확실히 소리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음악의 톤이 전체적으로 훨씬 깨끗하게 변모해 귀에 쏙쏙 꽂힌다. 어느 초가을 아침 목욕탕에서 전문 세신사에게 해묵은 때를 구석구석 벗기고 난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가로수길을 상쾌하게 활보하는 느낌이다. 출력 자체도 최대 60W로 크지만 볼륨을 작게 해도 소리가 웅얼거리거나 묻히지 않고 악기와 목소리가 모두 또렷하게 잘 들린다. 신기할 정도.
저음이 쿵쾅쾅 부우웅 울리진 않지만, 매우 담백하고 음악의 숨결을 절대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둥둥거린다. 스피커 크기에 비해서는 양감이 풍부해서 꽤 놀라운 느낌이 든다. 극저음의 표현도 깔끔하다. 그래도 박진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못내 아쉽다고 해도 괜찮다. 자금력만 괜찮다면 서브우퍼를 연결해주면 되니까. 2채널 스피커인 A2+가 2.1채널 스피커로 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A2+의 아사삭하고 생기 넘치는 고음에 서브우퍼의 웅장한 저음이 조화되면 게임이나 영화 감상을 할 때 훨씬 감동적일 거다.
소리를 좀 더 잘 느끼고 싶다면 별도 스탠드를 바닥에 끼워 넣어 각도를 살짝 위로 향하게 조절해주면 좋다. 아무래도 스피커가 귀의 높이 보다 낮게 셋팅되기 때문에, 소리가 귀에 곧바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
사소한 아쉬움이 있다면 볼륨 노브가 뒷면에 있어서 조작하기 살짝 불편하다는 것. 그리고 별다른 LED 같은 장치가 없어서, 스피커가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팔을 뻗어 손을 구부려서 볼륨 노브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도 디자인이 깔끔하니까 이 정도는 참고 쓸 만하다.
오디오엔진 A2+의 가격은 30만 원. 컴퓨터에 연결하는 몇만 원짜리 평범한 스피커들을 모조리 치워버리게 만드는, 작지만 강력한 한 방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는 녀석이다. 이걸로 한 번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감상해본다면, 그 뒤엔 다른 저렴한 스피커들은 쳐다보지도 않게 될 것이다. A2+를 비롯해 오디오엔진의 다른(훨씬 비싼…) 상위 제품들을 pick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참고가 되길 바라며.
장점
– 디자인이 깔끔하다.
– 단단하면서 깨끗하게 음악 본연의 맛을 표현하는 음색
– 크기에 비해 저음역 울림이 매우 탄탄하고 충실하다.
– 책상 위에서 시작할 PC-Fi의 입문용 스피커로 매우 적절한 제품.
단점
– 볼륨 조절 노브가 뒷면에 있는 게 살짝 불편하다.
– 대형 콘서트 무대 같은 박진감을 느끼고 싶다면 살짝 부족할 수 있다. 그럴 땐 서브우퍼를 연결하는 것을 추천.
오디오엔진 주요 라인업 요약
A2+ : PC-Fi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단연 가장 먼저 추천하는 준수한 스피커. 금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B2 : 오디오엔진의 깊고 깔끔한 음색을 블루투스로 편하게 즐기기 좋은 무선 스피커. 3.5mm 유선 연결도 가능하다.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인상적.
A5+ : 데스크탑 사운드를 넘어 홈오디오 레벨도 넘보는 당찬 북쉘프 스피커. A2+보다 더 넓고 깊은 웅장함을 표현한다. 출력도 150W로 거대하다.
HD3 : 미니멀한 사이즈로 홈오디오의 기본을 부족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모델. 각종 유/무선 연결로 실내 어디서든 편하게 고음질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서브우퍼를 별도로 연결할 때 유용한 베이스 로우 컷 스위치도 탑재.
HD6 : 오디오엔진의 플래그십 프리미엄 홈오디오 스피커. 150W의 최대 출력과 가장 폭넓은 연결 호환성을 비롯해, 칩 하나까지 고성능을 발휘하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 |
단단하고 풍부한 저음역 |
깨끗하고 맑은 중고음역 |
공간감 |
사용 편의성 |
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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