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멋지게 공구를 다루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뭐든지 척척 분해하고 뚝딱 뚝딱, 팔에 힘줄을 세워가며 물건과 씨름하고 다 고친 뒤에는 땀을 쓱 닦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어보는 그런 모습. 그게 바로 공구에 대한 남자의 로망. 물론 많은 이들은 나처럼 공구를 자주 쓰진 않을 테지만 왠지 도구라도 멋진 걸 갖고 싶을 것이다. 그런 나의 마음에 쏙 들어온 드라이버와 렌치가 있다. 미니인치(mininch)의 잘 빠진 공구 3가지다.

 

우선 mininch는 대만 회사다. 4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멋진 물건을 만들자며 시작했다고 한다. 젊은 피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화려하게 빛을 봤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공구를 만들고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단한 성공을 거뒀고, 이렇게 나의 손 안에도 그들이 만든 드라이버와 렌치가 들려있다.

 

 

 

mininch Tool Pen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재밌는 색연필 하나를 샀던 기억이 있다. 여러 컬러 들이 손톱만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분리, 결합되며 펜대를 형성하던 물건이다. 탑이나 전투기 모양으로 만들어 갖고 놀 수도 있어서 필통에서 자주 꺼내곤 했던 그런 색연필. Tool Pen은 그 색연필을 생각나게 한다. 그냥 얼핏 보면 펜이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펜. 세련된 육각 기둥 모양이다. 메탈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만큼 묵직하며 내 안의 마초적인 로망을 자극한다.

 

 

 

비트를 앞으로 쏙 빼내고 꼬랑지에 넣으면, 펜대 안에 들어있는 다른 비트들이 차례로 쓱 나타난다. 획기적이다. 자주 쓰는 비트를 총 6개 넣어놓고 교체해가며 쓸 수 있다. 펜대에 구멍이 있어서 어떤 게 들어있는지도 확인하기 좋다. 비트에는 기름칠이 되어 있는 기본적인 센스까지. 그리고 뚜껑은 자석으로 착착 떨어지고 붙는다. 편하다.

 

다만 이 뚜껑을 펜대 뒤에 꽂듯이 꽂을 수는 없다. 그리고 안 쓰는 비트들이 거치된 스탠드의 보관도 다소 애매하다. 책상 위에 그냥 놓아도 왠지 멋지긴 한데, 케이스처럼 되어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비트들은 단단하다. 저렴한 드라이버는 조금만 쓰다 보면 끝부분이 닳거나 하는데, 미니인치의 비트들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이 굉장히 단단하다. 니켈, 크롬, 몰리브덴 합금강철인 SAE 8660으로 만들어진 덕분이다. 크기가 대체로 큼직한데, 스마트폰이나 시계 등에 쓸 수는 없고 책∙걸상 등의 가구나 가전 등에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나사 크기라면 웬만해서는 커버하는 정도다. 종류도 많다. 총 16가지의 비트가 들어있다. 일자 비트 3가지, 십자 비트 2가지, 육각 비트 4가지, 별 모양의 비트 4가지, 사각 모양 비트가 3가지.

 

다만 바디 자체는 흠집에 좀 취약하다. 마치 아이폰 5가 처음 나왔을 때 모서리의 다이아몬드 커팅이 생각난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쉽게 흠집이 생겨서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그래도, 사용하다 생기는 자연스러운 흠집이 더해지면 그건 또 그것대로의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손에 쥐는 순간부터 2020년 버전의 맥가이버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 그리고 이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전해주는 매력. 나사 돌릴 거 없나 괜히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없어도 그냥 책상 위에 놓아두니 너무 멋지다. 드라이버 치고는 가격이 좀 세긴 하지만 그 가치는 충분하다. 가격은 pick 할인가 기준으로 91,800원.

 

 

장점
– 멋진 디자인
– 묵직한 그립감
– 기발하고 편리한 비트 교체 방식
– 바디에 어떤 비트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쉽다.
– 뭐든 고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부여해준다.
단점
– 약간 무겁다.
– 외부 충격과 흠집에 취약한 외관
– 한 번 뽑아낸 비트를 그대로 다시 끼울 수는 없고 바디 반대편에 다시 넣어 밀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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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nch Tool Pen mini

Tool Pen도 펜 같았지만, 이 미니 버전은 더욱 펜처럼 생겼다. 조금 더 가늘고 얄팍하다. 뚜껑에 있는 클립이 그런 느낌을 극대화한다. 뚜껑은 자석으로 착착 붙는다. 펜을 쓸 때처럼 펜대 뒷부분에도 뚜껑을 꽂을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마찬가지로 앞 부분의 비트를 쏙 빼서 뒤에 꽂아 교체하는 방식이다. 구멍으로 어떤 비트가 있는지 볼 수도 있고. 바디에 넣을 수 있는 비트는 5가지다.

 

 

 

Tool Pen보다 훨씬 작은 나사를 조이고 풀 수 있는 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포함된 비트 종류가 더 많다. 무려 22가지. 일자 비트 4가지, 십자 비트 3가지, 육각 비트 4가지, 별 모양 비트 3가지, 사각 비트 1가지, 그리고 육각 별 모양에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톡스 시큐리티 비트 3가지, 아이폰에 쓰이는 개미 손톱만한 별 모양 펜타로브 비트 3가지에다가 스마트폰의 유심 카드 트레이를 꺼낼 수 있는 툴까지 들어있다. 비트 재질도 SAE 8660으로 동일해서 단단하다. 하지만 작게 만들어졌으니 좀 더 조심해서 다루긴 해야겠다. 그래서인지 Tool Pen과는 다르게, 비트를 보관하는 거치대는 케이스로 만들어져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크기가 작은 기기들의 나사를 풀기 적합한 작은 크기의 드라이버. 고급 펜처럼 생긴 멋진 디자인과 탄탄한 만듦새, 묵직한 그립감은 역시 커다란 만족감을 안겨준다.

 

일상적인 가구나 가전에 더 많이 쓸 것 같으면 Tool Pen을, 작은 기기에 쓸 드라이버를 찾는다면 Tool Pen mini를 고르면 된다. 물론 둘 다 갖고 있으면 천하무적. Tool Pen mini의 가격은 pick 할인가 기준으로 108,800원. 비트가 더 많고 정교해서 그런지, Tool Pen보다는 조금 더 비싸다.

 

 

장점
– 더 슬림하고 멋진 디자인
– 여전히 기발하고 편리한 비트 교체 방식
– 바디에 어떤 비트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쉽다.
– Tool Pen보다 좀 더 가볍다.
– Tool Pen보다 훨씬 더 일상에 자주 쓰일 만한 오밀조밀 비트 구성
단점
– 외부 충격과 흠집에 취약한 외관
– 한 번 뽑아낸 비트를 그대로 다시 끼울 수는 없고 바디 반대편에 다시 넣어 밀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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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nch Wrenchit

마지막 세 번째 공구는 스패너다. 이제 나사 뿐만 아니라 볼트와 너트도 정복할 수 있다.

 

 

 

Wrenchit에 포함된 렌치 파츠는 총 10개. 내장된 육각 렌치 8가지와 나비너트 렌치, 그리고 보너스 같은 병 오프너까지. 이 중에서 5가지를 슬리브 바디에 넣어 놓을 수 있다. 렌치 파츠 일부에는 스포크 렌치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전거 수리에 용이하다.

 

 

 

참고로 슬리브의 무게는 30g, 렌치 파츠는 하나에 7g 정도. 고로 이 완전체의 무게는 약 65g. 두께 4mm에 불과한 슬림한 몸에 이렇게나 가벼운 무게라니. 볼트를 제대로 풀고 조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곱게 접어둬도 된다. Wrenchit은 SUS 420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있다. 강도와 자경성이 높아 무척 단단해서 가전에서부터 의료기기, 각종 샤프트류에도 많이 쓰이는 재질이다.

 

 

교체도 역시 쉽다. 튀어나온 렌치를 엄지로 힘 줘서 탁 밀어 넣고, 쓰고 싶은 렌치를 끼워주면 된다. 반대편으로는 넣을 수 없으니 신중하게.

 

 

Wrenchit에는 조금 제작비가 더 여유로웠는지 파우치가 기본으로 들어있다. 슬리브와 나머지 렌치 파츠 5개를 한꺼번에 정갈하게 넣고 똑딱이 단추로 딱딱 잠그면 된다. 멋지다. 특히 라이딩을 즐긴다면 추천. 자전거를 탈 때 비상용 툴로 챙기고, 라이딩 목적지에 다다르면 오프너를 활용해 병맥주를 한 캔 따면 되겠다.

 

 

장점
– 스패너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이 또한 멋진 디자인. 얇고 단단하다.
– 기발하고 편리한 렌치 교체 방식
– Wrenchit의 모든 구성품을 보관할 수 있는 파우치가 들어있다.
단점
– 너무 얇아서, 작업 시의 그립감이 손잡이가 있는 스패너보다는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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