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가장 위협받는 산업은 무엇일까? 여러 산업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카메라. 정확히는 흔히 ‘똑딱이’라 부르던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하이엔드 제품군의 출시와 함께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저가형 콤팩트 카메라는 꾸준히 사양길을 걸었으나, DSLR에 필적하는 이미지 퀄리티를 갖춘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는 출시 후 점차 시장 성장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 소니의 RX 시리즈가 있다. 소니코리아에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IFA 2017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RX 시리즈의 신제품, 세계 최소형 카메라 RX0과 초망원 카메라 RX10 IV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가장 작은 카메라, RX0

소니의 RX0는 1인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59×40.5×29.8mm의 크기는 한 손에 쏙 담기는 크기로 여타 액션캠이 생각나는 크기다. 무게는 95g으로 바지 주머니나 코트 주머니에 쏙 넣고 가기에도 무리가 없다.

 

 

항공기의 부품 재료로도 활용하는 듀랄루민보다 경도가 강한 초고 듀랄루민(ESD)를 활용해 2m 낙하의 충격에서도 끄떡없으며 200kgf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수심 10m 방수를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RX0에 들어있는 1인치 센서는 소니가 제작한 적층형 1,530만 화소 엑스모어 RS CMOS 센서다. 여기에 소니의 비온즈 X 프로세서와 자이스 테사 T* 24mm F4 광각렌즈를 조합해 성능이 조화를 이뤘다.

 

UI는 다른 소니 카메라와 비슷하다. 여기에 좌우, 그리고 상하 버튼을 이용해 다양한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다. LCD가 작아서 그런지 터치 LCD는 지원하지 않는다. 버튼을 이용해 쉽게 메뉴를 바꿀 수 있는 점은 좋으나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UI는 아쉽다.

 

 

24mm의 화각은 표준 화각에서 볼 수 있는 화각으로 화각 자체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F4의 조리갯값은 살짝 아쉬운 느낌이나 크기와 만듦새를 따져본다면 크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초당 960fps에 이르는 슈퍼 슬로모션 비디오 촬영 모드와 같은 강력한 영상 편집 기능도 갖췄다. 기기 자체로는 FHD 급 영상을, HDMI 레코더로 연결하면 비압축 4K 촬영을 지원한다. 여타 카메라에 걸린 29분 30초의 촬영시간 제한도 없어 영상 용도로도 쓰기에 좋다.

 

 

여기에 여러 대의 RX0를 연결하면 슬로우 모션 기법을 활용한 불릿 타임 영상이나 타임 슬라이스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작은 LCD에서 결과물을 확인하긴 어려우나, 기본적인 제원은 훌륭하다. 다양한 카메라를 활용해 멀티카메라 촬영 환경을 경량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나 막상 카메라 한 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을 찍기에는 부족한 그립, 손 떨림 방지의 부재 등이 아쉽고, 영상을 찍기에는 마찬가지로 손 떨림 방지나 4K 부분 지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니가 소개하는 대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을 듯하다. 99만9천원이라는 가격도 걸림돌.

 

소니는 RX0에 유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액세서리도 개발 중임을 밝혔다. RX0의 아쉬운 점은 보완할 수 있겠으나 이에 따른 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빠른 카메라, RX10 IV

1인치 센서를 탑재한 올라운드 카메라 RX10은 풀프레임 카메라인 RX1과 휴대성을 강조한 RX100에 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못 본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꾸준히 수요가 있는 제품이기도 했다. 사진가라면 바랄 ‘단 하나의 카메라’의 포지션을 RX10 시리즈가 채웠기 때문이리라.

 

 

기존 초망원 카메라는 망원화각으로 갈수록 화질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RX10 IV는 24mm부터 600mm에 이르는 구간 동안 화질의 저하를 억제하면서도 최대 f/4에 이르는 조리개를 구현했다.

 

네 번째 버전을 맞으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속도다.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 a9의 기술을 그대로 탑재한 덕분에 속도를 크게 향상했다. a9의 DRAM 적층형 센서에 위상차 검출 AF를 탑재했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이미지를 기록하는 센서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바로 한 겹 얹어 데이터 처리 속도를 5배 향상했다. 여기에 센서 테두리에 둘렀던 AF 센서 또한 센서에 다시 한 겹을 덮어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했다고 보면 되겠다. 그 결과 0.03초 만에 AF를 잡을 수 있는 빠르고 정확한 시스템을 구현했다.

 

 

정밀한 동체 추적을 지원해 움직이는 물체의 초점을 놓치지 않고 촬영할 수도 있다. 풀 트래킹 모드에서 최대 24연사, 249장까지 촬영할 수 있는 빠른 연사속도도 장점이다.

 

제법 묵직한 RX10 IV를 손에 들었다. 웬만한 DSLR에 가까운 크기라 손에 감기는 그립감이 뛰어난 편이다. 렌즈에 달린 조리개 링으로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으며, 줌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24mm에서 600mm까지 가는 과정은 너무 험난하므로 검지에 있는 줌 조절 레버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600mm로 가면 24mm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망원의 위엄’을 RX10 IV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초망원화각이므로 손의 잔 떨림조차 크게 느껴지지만, 주광에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면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터치 LCD에 인색한 소니가 탑재한 터치스크린은 확실히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빠른 AF 속도 덕분에 터치하자마자 바로바로 초점을 잡아 망원에서도 쉽게 촬영할 수 있었다.

 

풀 픽셀 리드아웃 방식의 4K 영상 촬영을 지원하므로, 영상용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960fps의 슈퍼 슬로모션 촬영 또한 지원한다. 다만, 망원으로 갈수록 RX10 IV가 지원하는 손 떨림 방지 기능 이상으로 흔들림이 심해지므로, 망원 화각에서 영상 촬영을 고민하고 있다면 삼각대 같은 액세서리가 필요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화각을 조절하는 속도가 더딘 문제는 여전하다. 또한, 219만9천원에 이르는 가격도 아쉽다. 올라운드 카메라지만, 센서의 한계도 명백하므로 화각의 범용성만으로 지갑을 열게끔 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뛰어난 만듦새를 보여왔던 RX 시리즈의 후속답게 RX0와 RX10 모두 뛰어난 완성도, 특징을 갖췄다. 다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자청하는 RX10에는 센서 크기라는 원초적인 한계가 남아 있고, RX0는 하나만으로 매력을 모두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기존 카메라 시장을 흔들만한 잠재력이 담긴 것 또한 사실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일 RX0와 어떤 환경에서든지 제 역할을 할 RX10의 행보가 기대된다.

모두 사진보다는 영상용에 더 어울리는 카메라네요.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