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RE 이어폰은 보통 3자리의 숫자로 불립니다. SHURE의 대표적인 이어폰 라인업인 SE 시리즈 기준으로 첫 자리는 작을수록 하위, 클수록 상위 기종이고, 중간 자리는 드라이버 수, 마지막 자리로 MMCX 커넥터 유무(5는 MMCX 커넥터)를 구분하죠.

 

SHURE의 첫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소개했던 SE215-BT1. SE215-BT1는 리뷰에서 언급한대로 기존 이어폰인 SE215 유닛과 MMCX 블루투스 액세서리 케이블, RMCE-BT1을 결합한 제품입니다. 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SE215-BT1와 함께 출시된 SE112-BT1입니다.

 

 

어쨌든 SHURE

SE112-BT1 역시 SHURE의 첫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SE215-BT1과 마찬가지로 기존 유선 이어폰인 SE112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SE112는 SHURE 이어폰에서 하위 기종에 속하는 제품인데요. 앞서 얘기한 기준으로 1로 시작하니 하위에서도 최하위, 가운데 1은 드라이버가 하나, 마지막 2는 MMCX 커넥터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SE1xx 제품의 경우 5로 끝나도 MMCX 커넥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SE115가 그렇죠. SE215-BT1의 바탕이 된 SE215가 SHURE의 스테디셀러가 된 비결은 SE215부터 MMCX 커넥터를 사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MMCX 커넥터는 SHURE 이어폰의 가장 큰 특징이죠.

 

다시 말하지만 SE112는 MMCX 커넥터가 아니라 일반 케이블 방식입니다. 꼭 MMCX 커넥터여야만 할 이유는 없고, 또한 SE112가 전혀 새로운 이어폰은 아니지만, MMCX 커넥터가 빠진 SE112-BT1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MMCX 커넥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RMCE-BT1을 사용한 SE215-BT1과 동일합니다. 3개의 버튼으로 통화와 재생, 볼륨 등을 컨트롤하고, 블루투스 4.1 규격으로 10m까지 오디오 신호 전송이 가능합니다. 배터리 사용 시간은 만족스러운 8시간.

 

 

SHURE는 귀 뒤로, SHURE를 귀 아래로

MMCX 커넥터를 사용하지 않은 SE1xx 제품은 SE215 이상의 제품과 유닛 형태가 다른 모습입니다. 가수들의 인이어 모니터링 이어폰에 적합한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이어폰 모습이죠. SE112-BT1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SE112-BT1은 SHURE 이어폰의 특징 중 하나인 오버이어 방식으로 착용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 다 가능합니다. SE112-BT1의 가장 큰 특징이죠. 오버이어 방식은 언더이어 방식에 비해 착용하는 과정이 번거롭습니다. 파우치 안에서 잘 엉키기도 하죠.

 

SE112-BT1은 매뉴얼 상으로는 오버이어 방식의 착용을 권장합니다. 유닛에 새겨진 SHURE 로고도 오버이어 방식일 때 똑바로 보여집니다. 다만 와이어 폼 케이블이 아니라 귀 위에서 뒤쪽로 넘어가는 부분이 확실하게 고정되지 않습니다. 와이어 폼 케이블에 비해 안정감은 부족한 편입니다.

 

언더이어 방식도 가능합니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유닛 형태만 보면 언더이어 방식으로 착용해야만 할 것 같죠. SE215-BT1, 그러니까 SE215 이상 제품의 경우 유닛 형태로 인해 언더이어 방식으로 착용이 불가능하지만 SE112-BT1은 아직까지는 SHURE에서 유일하게 언더이어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어떻게 착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고정용 클립이 필수가 될 수 있습니다. SE215-BT1도 그렇지만 케이블이 애매하게 길어 (와이어 폼 케이블이 아니라 오히려 더 길게 느껴집니다.) 배터리 부분이 아래로 쳐지고, 리모컨까지 목 뒤쪽으로 넘어가는데요. 언더이어 방식으로 착용했을 때는 이런 무게감으로 인해 귀 위쪽에 고정되는 반전의 효과가 있습니다. 반면 언더이어 방식일 때는 배터리 무게로 인해 귀에 쉽게 빠져버릴 수 있죠.

 

즉, SE112-BT1은 착용에 있어 유닛의 형태보다는 슬리브로 인한 고정이 전부일 수 있는데요. 때문에 SHURE 특유의 소음 차단 기능인 Sound Isolating이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소음에 귀를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Sound Isolating 기능은 확실해 외부 소음에 방해 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반전의 SHURE

함께 출시된 SE215-BT1와 달리 MMCX 커넥터를 사용하지 않은 점. SHURE치곤 익숙하지 않은 유닛 형태와 착용 방식. 무엇보다 SHURE 이어폰 중 최하위 기종인 SE112로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SE112-BT1의 사운드는 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SE112-BT1에 차분히 귀를 기울여보니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역시 SHURE라고 할까요?

 

만약 SHURE 이어폰이 MMCX 커넥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SHURE의 스테디셀러는 SE215가 아니라 SE112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운드에 부족함이 없죠. SHURE 이어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보컬을 명확하게 살려주는 균형 잡힌 사운드는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여기에 저음을 보강해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SHURE 이어폰이 원래 그렇듯 전체적인 균형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음 성향의 이어폰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SHURE의 이어폰 중 저음이 비교적 강한 SE215와 유사하게 저음역대를 살짝 강조한 수준입니다.

 

저음 외에도 전체적인 사운드 경험도 SE215와 유사합니다. SE1xx와 SE215의 차이는 MMCX 커넥터가 유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운드 퀄리티는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물론 중저음에 비해 다소 답답한 고음, 이로 인해 시원스러움이 덜한 느낌입니다만, 이는 SE112-BT1의 단점이라기 보다 SHURE 이어폰의 특징이겠죠.

 

 

SHURE로 시작

SHURE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면 SE112-BT1을 선택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MMCX 커넥터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SHURE 이어폰을 사용한 적이 없다면, 이왕 사용하는 SHURE 이어폰을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SE112-BT1은 적합한 제품입니다. 2% 부족하기는 하나 SHURE다운 착용감과 SHURE의 Sound Isolating 기능, 그리고 SHURE만의 사운드를 모두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SHURE 이어폰에서 가성비를 찾고 싶다면 SE112-BT1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점
만족스러운 8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
오버이어와 언더이어 모두 가능한 착용 방식
저음이 보강된 SHURE 사운드
단점
어쩔 수 없는 MMCX 커넥터의 부재
긴 케이블과 이로 인해 애매해진 리모컨 위치
다소 부족한 SHURE 시그니처 사운드
MMCX 커넥터를 대신한 일반 케이블
SHURE다운, SHURE답지 못한 착용 방식
긴 케이블과 리모컨 위치
저음 성향이 강한 SHURE 사운드
최하위 기종이라는 편견을 깨는 사운드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