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필립스 블루투스 스피커 리뷰에서 블루투스 스피커가 설 자리는 모호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기능을 갖추지 않는 이상 집에서는 고출력 사운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고, 밖에서는 고급 리시버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최근, 한 번 만져본 이후로 자꾸 눈에 밟히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멀티 포트 충전기와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유명한 앤커(Anker)의 블루투스 스피커. 사운드코어(SoundCore)와 사운드코어 나노(SoundCore Nano)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다.
도대체 왜?
예쁘니까
첫 번째로, 예쁘다. 다양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보면서 이처럼 깔끔하면서 눈에 쏙 들어오는 디자인은 오랜만이다. 물론 Anker 사운드코어가 여태 본 스피커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 가서 디자인이 나쁘다는 이유로 홀대받진 않을 깔끔한 디자인을 갖췄다.
직육면체 원형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옆면을 잇는 이음매를 둥글게 처리했다. 깔끔한 원색 사용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군더더기를 모두 쳐낸 정제된 디자인 덕분이다. 특히 레드 색상의 강렬함이 남다르다. 무난한 검은색 기기를 선호하지만, 저절로 눈과 손이 갈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전면에 있는 ANKER라는 브랜드명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깔끔한 디자인 덕분이다. 상단에는 아무런 양각으로 된 조작 버튼이 있다. 스피커를 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으며, 장식이 없어 디자인의 일체감을 살렸다. 소리가 나오는 전면을 빼고는 부드러운 느낌의 실리콘으로 감쌌다. 덕분에 손으로 쥐었을 때 느낌이 좋다.
ANKER 사운드코어 나노도 마찬가지다. ‘나노(Nano)’라는 이름답게 실제 크기는 사운드 코어의 1/3 정도 되는 크기다. 사운드코어 나노는 54x54x33mm. 사운드코어는 165x45x55mm니까 꼭 1/3이다. 무게는 나노가 82g, 사운드코어가 365g으로 1/4 수준으로 작고 가볍다. 주머니에 가볍게 넣기에도 좋다.
사운드코어 나노는 실리콘이 아닌 알루미늄 합금 소재가 전면에 드러나 사운드코어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테두리는 다이아몬드 커팅 처리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마치 작은 보석함 혹은 화장품을 보는 듯하다. 스트랩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손목 혹은 다른 액세서리에 연결해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뛰어나니까
ANKER 사운드코어와 사운드코어 나노. 모두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하지만 단순히 예뻐서 이 제품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소리가 비슷한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었다.
ANKER 사운드코어의 출력은 6W. 3W 드라이버가 두 개 탑재된 구조다. 평범한 출력이나 막상 들어보면 이게 ‘6W였나?’ 싶을 정도로 소리가 훌륭하다.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가 잡혔고 명료해 소리의 전달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특히 인상적으로 꼽고 싶은 부분은 저음. 저음이 둥둥거린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역의 분리가 잘 되면서 저음이 단단하게 소리를 받치는 게 인상적이다. 이는 현재 ANKER에서 특허 출원 중인 베이스 포트의 영향이라고 한다. ANKER 사운드코어의 음향 왜곡률을 측정했을 때, 전체 왜곡률이 1% 미만일 정도로 균형잡히고 명료한 음질을 자랑한다.
블루투스 4.0으로 연결하는 방법 말고도 AUX를 지원한다. 덕분에 간단히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유선으로 연결하면 무선보다 연결하는 것보다 더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다. 컴퓨터와도 연결할 수 있다.
사운드코어 나노도 상황은 비슷하다. 3W 드라이버 하나로 이뤄져 전체 출력 3W를 갖춘 사운드코어 나노 또한 비슷한 성향의 소리를 갖췄다. 해상력이 좋고, 저음이 단단하다. 단, 체급 차이도 있거니와 구조가 조금 달라 전체적인 소리의 깊이는 사운드코어 나노보다 사운드코어 쪽이 뛰어난 편이다.
전체적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듣던지 기본 이상은 한다고 할까? 커다란 스피커는 켜기 싫고, 리시버는 왠지 귀에 걸기 불편할 때, 가볍게 쓸 수 있는 대안의 성격으로 활용하기 좋았다. 배터리 시간도 상당한 편. 사운드코어는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사운드코어 나노는 4~5시간가량 배터리를 이용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합리적이니까
마지막으로 선택하기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 ANKER 사운드코어는 미국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판매량 1위를 달성했던 제품. 현재는 사운드코어2라는 후속 모델이 나온 상태라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 이 제품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그 가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ANKER 사운드코어가 3만9천9백원, ANKER 사운드코어 나노가 1만9천9백원으로 해외가격과 단순 환율을 비교해도 약 6천원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해외 전자제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 들어가는 인증과정과 절차 때문에 가격이 대폭 오르는 게 일반적이나 ANKER에서는 놀랍게도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 가격과 이만한 차이라면 충분히 정품을 선택할 만하다. 특히, 문제가 생겼을 때 정식 AS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차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 또한, 이 모든 걸 아우르더라도 이만한 디자인, 이만한 음질을 갖추면서도 이만한 가격을 갖췄다는 건 충분히 ‘합리적’이라 할 만하다.
분명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한 상황은 한정적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면서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내 블루투스 스피커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블루투스 스피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은 소품으로 활용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은 다른 용도를 떠나 ‘장난감으로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음질은 말할 것도 없고. 장난감으로 써보고 싶다면 어디에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사운드코어 나노가 매력적일 테고, 소품으로, 혹은 작은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피커를 찾는다면 사운드코어가 매력적일 것이다.
어떤 용도로 활용하든 충분히 도전하고 접근해볼 만하다는 점에서 여태까지 접했던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막상 들고 다니면서 블루투스 스피커가 필요한 순간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한 번을 쓰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제 쓰임새를 다한 게 아닐까 되뇌이며 결제 버튼을 눌렀다.
ANKER 제품 구매하기
– ANKER 사운드코어 구매하기
– ANKER 사운드코어 나노 구매하기
정제된 디자인 |
균형잡힌 음질 |
합리적인 가격 |
8.4 |
성공적인 지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