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R-1000X를 감탄하며 썼기에, 새로운 1000X 시리즈의 출시 소식과 제품 발표회를 가는 길은 설렘 가득에 그리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을 한 스푼 얹은 길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보지 못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 이런 걸까?

 

 

그렇게 다녀온 제품 발표회. 다행히 새롭게 돌아온 1000X 시리즈는 에디터의 기대를 만족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행사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경험엔 한계가 있었고, 조만간 오래오래 만져보리라는 다짐과 함께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소니의 1000X 시리즈와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완성도 높은 WI-1000X를 만나봤다면, 이번엔 완전 무선 이어폰, WF-1000X를 만나볼 차례다.

 

 

편의성과 휴대성

소니 WF-1000X는 이번 1000X 시리즈의 막내뻘 모델로 가장 작은 크기를 갖춘 완전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다. 하지만 관심은 가장 크게 모았는데, 이는 여태까지 완전 무선 이어폰 제품 중 노이즈 캔슬링을 탑재한 모델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만져봤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완전 무선 이어버드는 보기와 다르게 가볍다. 유닛당 6.8g에 불과해 장시간 착용해도 귀에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착용감에서는 이견이 좀 있는데, 생각보다 귀속 깊숙이 들어는 형태라 외이도, 그러니까 귓구멍이 좁거나 얕은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거나 밖으로 튀어나와 보일 수 있다. 이른바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인다는 지적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함께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실리콘 이어버드나 컴포트 이어버드의 작은 크기를 선택하면 조금 나아지나, 귀가 작은 편이라면 미리 착용해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음질과 조작감

WF-1000X의 세부 설정은 함께 제공하는 헤드폰 커넥트(Headphone Connect) 앱을 통해서 할 수 있다. 보기와 다르게 제공하는 설정이 많지는 않다. 스마트폰의 센서와 GPS를 이용해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하는 적응형 사운드 제어, 수동으로 노이즈 캔슬링을 켜고 끄거나 주변 소음 청취(표준 모드, 목소리 우선 모드). 그리고 연결 방식을 설정할 수 있다.

 

진득하게 써본 바로는 웬만하면 연결은 ‘안정적인 연결 우선’으로, 적응형 사운드 제어는 끄고 노이즈 캔슬링(주변 사운드 제어)을 켠 상태로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이유는 후술할 노이즈 캔슬링과 연결 때문.

 

 

완전 무선 이어폰에 뛰어난 음질을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WF-1000X는 적어도 에디터의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맞췄다. 하지만 함께 출시한 다른 제품(WI-1000X, WH-1000XM2)와는 체급 차이 이상으로 뚜렷한 음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아쉬운 느낌이다.

 

음악을 듣다 보면 다른 소니의 보급형 이어폰과 음색적인 특징을 함께 한다. V 곡선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평범한 음질이다. 그나마 특정 음역을 불편할 정도로 강조하거나, 소리를 왜곡하지 않는 점은 장점이다.

 

전체적인 출력은 조금 작은 수준. 만약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데 출력이 도저히 쓰지 못할 정도라면 스마트폰 설정에서 ‘블루투스 기기 미디어 볼륨 연동’을 활성화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자. 이를 끄면 정상적으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버튼이 하나씩 있다. 마스터 유닛인 왼쪽은 전원 버튼, 슬레이브 유닛인 오른쪽은 재생/일시 정지 버튼이다. 기존 4극 이어폰 리모컨과 마찬가지로 버튼을 누르는 횟수에 따라 곡간 이동도 지원한다. 물리적으로 눌리는 방식이라 좋지만, 키 깊이가 약간 얕은 느낌은 있다.

 

 

연결과 노이즈 캔슬링

WF-1000X의 아쉬운 부분이다. 블루투스 방식의 완전 무선 이어폰은 좌우 유닛을 2.4GHz 대역의 블루투스로 연결하기에, 비슷한 대역의 신호가 많으면 혼선이 생길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WF-1000X의 연결 문제는 따로 지적할 정도로 불안한 느낌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슬레이브 유닛인 오른쪽의 소리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음악이 끊기는 것, 그리고 좌우의 싱크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2.4GHz 대역의 신호가 많은 곳에서는 적응형 사운드를 켜놓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사용자의 상태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을 조절하면서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전작을 너무 기대해서일까?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을 보였다. 노이즈 캔슬링을 작동하면 소음이 어느 정도 줄어들긴 하지만,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보다는 인이어 방식에서 오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내, 실외, 대중교통에서 WF-1000X를 이용해 음악을 들었다. 노이즈 캔슬링이 외부 소리를 듣는 데 크게 방해되지 않았다. 출시 전부터, 현장에서도 기대하던 이어폰이라 막상 실제로 만져보면서 드러난 약점은 아쉬웠다. 구매를 고려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노이즈 캔슬링을 켠 채로 주변 보행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고, 대중교통의 역 안내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카페에서도 옆자리 앉은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기대하지 말 걸 그랬어

1000X 시리즈를 만져보면서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게 WF-1000X였다. 헤드폰인 MDR-1000X의 성능은 만족스러웠지만, 들고 다니기에 불편했고 머리가 눌렸다. 그래서 WF-1000X가 이 불편함을 해결해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만난 WF-1000X는 이런 불편함을 완벽하게 해소해주긴 했다. 대신 1000X 시리즈를 선택하려고 했던 근본적인 목적을 이뤄주진 못했다. 아쉬운 노이즈 캔슬링과 잦은 끊김은 오래오래 함께하고픈 마음을 냉정하게 밀어냈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 노이즈 캔슬링을 더한 건 매력적인 조합이었지만, 그 결과물의 최선이 WF-1000X는 아니었을 것이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패키지를 닫았다.

깔끔한 디자인
직관적인 조작성
노이즈 캔슬링 성능
평이한 음질
간헐적인 연결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