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한국 IT업계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그 이슈들이 기술적 이슈나 혁신적 이슈라기 보다는 정치적이거나, 윤리적 이슈가 더 많았다. 대한민국은 IT업계도 뭔가 비정상이다. 얼리어답터와 함께 2014년을 흥분시킨 10가지 사건들을 되짚어 보자.

 

10. 불멸의 액티브 엑스

만약 대한민국에서 핵폭탄이 터진다면 살아 남는 것이 두 개가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와 액티브 엑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마를 시청한 후에 “천송이코트를 사게 하라!”라는 지시를 하며 액티브 엑스를 공격했지만 모두 무시했고, 엑티브 엑스는 여전히 살아 남았다. 하긴 대한민국에서는 핵폭탄 스위치를 누르려 해도 액티브 엑스 때문에 누르기 힘들 거다. 다행이다.

참고 링크 : 차라리 공인인증서를 쓰게 해주세요.

 

9. LG전자 임원이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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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LG전자 사장(HA사업본부장)은 9월 초, 유럽가전전시회 IFA기간 중에 독일에 있는 삼성전자 매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가 파손됐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조성진 사장이 건드렸다는 혐의가 있었고, 삼성전자는 즉각 고발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이며, 검찰은 지난 12월 2일 LG전자 임원들 조사를 마치고, 조성진 LG전자 사장을 소환할 것임을 밝혔다. 사원이 해도 될 일을 사장이 직접 한 것은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준 쾌거라 할 수 있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 : 한국에는 마땅한 대체 단어조차 없는 생소한 개념. 뜻은 알 필요 없다.

 

8. 텔레그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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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은 난데없이 “사이버 상에서 국론 분열과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외쳤다. 그러자 법무부와 검찰은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북한 대남방송식의 촌스러운 발언을 내뱉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다음카카오는 안일하게 대처했고, 실수를 연발했다. 사용자들은 대안으로 ‘텔레그램’이라는 독일산 메신저로 대거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텔레그램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자 다음카카오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고, 이석우 공동대표는 머리를 숙여 사과하며 ‘감청 영장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밑에 나올 4번 항목의 결과를 낳았다.

 

7. 무너지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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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7조 4500억원, 영업이익은 4조 60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 18.7% 감소,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와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 1위를 뺏겼고, 텃밭인 한국에서도 애플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늘려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 무너졌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아직도 삼성전자는 4조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으니까. 게다가 많은 삼성맨들을 미생으로 만들며 비용을 줄이고 있으니 살아 남을 거다. 그러나 노키아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2007년 이후, 적자를 보기까지 4년 걸렸고, 모바일 사업부가 매각되기까지 6년이 걸렸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참고 링크 : 삼성전자에 대한 어떤 시나리오

 

6. 게임중독법

지난 4월 새누리당의 신의진 의원은 게임중독법을 발의했다. 애들에게 게임을 덜하게 하는……뭐 대충 그런 법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는 ‘게임 셧다운제’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문체부는 12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까지 2천 300억원을 국내 게임산업에 투자하는 ‘피카소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누가 이 카오스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면 고마울 것 같다.

 

5. 1억 3,60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지난 1월 신용평가업체 KCB의 직원은 USB 메모리라는 최첨단 해킹도구를 이용해 1억 400만 건의 신용 카드 정보와 200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했다. USB메모리에도 엑티브 엑스를 적용하지 못한 국내 IT산업의 실수였다. 개인정보유출의 아이콘인 KT도 질 수 없었다. 3월에는 KT가 12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시인했다. 공격자는 1년 동안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빼냈고, 초딩도 할 수 있는 무작위 대입 방식으로 정보를 빼냈다. 사실 우리는 KT가 자신이 해킹 당했다는 사실을 1년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발견한 것을 칭찬해 주고 싶다.

 

4.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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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를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라고 한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7월이라고 밝혔다. 물론 카카오그룹에서 아동포르노가 유통됐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지난 10월 이석우대표가 밝힌 “검찰의 감청영장을 거부하겠다.”의 결과물인 것은 영장류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3. 단통법 사태

지난 11월부터 한국에서는 단통법이 시행됐다. 단통법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구입하는 것을 막고, 통신비를 인하시키기 위한 취지의 법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비싸게 구입하게 됐고, 통신비는 오히려 올라갔다. 사실 취지는 좋지만 분리공시제가 지켜지지 않았고, 보조금 하한제가 아닌 보조금 상한제를 정하면서 오히려 소비자 부담은 늘어났다. 미래부는 예상외의 부작용에 크게 당황했다. 우리도 당황했다. 일부러 이렇게 부작용을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참고 링크 : 아이폰6 대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 모뉴엘 사태

모뉴엘은 2007년 자금난을 겪으며 수출 가격과 실적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700억의 매출을 1조원까지 부풀렸다. 위장 수출입을 반복하면서 회계장부를 조작해서 은행으로부터 6년간 2조 7천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모뉴엘은 대출 받은 돈으로 사옥을 건립하고, 잘만테크 등을 인수하며 돈잔치를 벌였다. 모뉴엘의 파산신청 직전까지 은행이 모뉴엘에게 빌려 준 돈은 6768억 원이고, 회수 불가능한 돈은 2908억 원이다. 이 정도면 4대강 사업에 비해 꽤 양심적인 결과다.

 

1.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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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삼성

이건희 삼성 명예회장은 지난 5월 10일 호흡곤란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아시아엔이라는 매체는 5월 16일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삼성은 이 기사에 대해 즉각 항의했으나 그 이후로는 무시하고 있다. 여전히 아시아엔에서는 이건희 회장 사망 기사를 볼 수 있다.
http://kor.theasian.asia/archives/101829
이 놀라운 미스터리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하다는 기사는 꽤 나왔으나 지난 7개월간 단 한번도 언론에 의해 그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다. 진실은 먼 훗날 MBC “서프라이즈”에서 밝혀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