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무엇을 배워왔는가?’

 

이 질문에는 무수히 많은 대답이 오갈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응급법이다. 우연히 함께 훈련했던 나이 많은 동기가 실제로 심폐소생술 강사 자격이 있었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분대가 훈련소 평가로 응급법을 실습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 덕분이다.

 

이후 이때의 기억을 되살려 군 복무 기간 응급법 하나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행복하게 사회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벌써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

 

 

미리 적어두지만,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하면 안 된다.

심폐소생술(CPR)은 알아두면 좋다. 심장마비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므로 주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생존 사슬’이기도 하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단순히 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 이를 익혔다고 하긴 어렵다. 몸으로 직접 익혀 인이 박였을 때야 제대로 익혔다 할 수 있다.

 

기존 심폐 소생술을 익힐 수 있는 교구(敎具)로는 상반신 모양을 본뜬 마네킹이 있다. 그러나 휴대가 불편하고 가격이 비싸며,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도구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올라왔고, 좋은 성과를 냈다. 휴대용 심폐소생술 교육 키트인 cprCUBE가 주인공이다.

 

 

기존 마네킹과는 패키지부터가 다르다. 심폐소생술 강사가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과 달리 한 손으로도 쉽게 들 수 있는 패키지는 휴대성을 대폭 살렸다.

 

 

패키지 테두리에는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기본적인 과정이 그림으로 표시됐다. 응급상황 발생 시 의식을 확인하고, 119에 지원요청 후 전문 직원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구조 호흡을 반복한다. 그리고 cprCUBE로는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상자를 열고 cprCUBE를 보자. 테두리를 펼치면 사람의 상반신 그림이 나타난다. cprCUBE를 정해진 위치에 놓을 수 있도록 가이드도 있다. 실제 심폐소생술을 진행할 때, 흉부 압박할 위치도 중요하다. 양쪽 젖꼭지 사이를 압박해야 한다.

 

자칫 명치께를 잘못 압박하면 내부 장기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단다. 그래서 위의 연출 사진처럼 흉부를 압박하면 생존 사슬은 고사하고 환자를 확실하게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다. 연출은 연출일 뿐이다.

 

 

cprCUBE는 육면체 모양이며 빨간 부분은 스펀지처럼 눌린다. 그리고 하단에는 배터리, 적외선 센서, 스피커, 진동 모듈과 LED가 있다. 상단을 올바른 깊이로, 올바른 주기에 맞춰 눌렀을 때 적외선 센서로 압박 판정을 하고 이를 진동과 LED, 소리로 알려준다.

 

 

겉은 유연하게 눌리나 실제로 깊게 누르려면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눌러줘야 한다. 이 부분은 실제 사람의 흉부와 비슷한 설계라고 한다. 그래서 cprCUBE를 이용해 실제 심폐소생술을 하듯 정확한 리듬으로 압박했을 때, 반복적인 피드백을 줘 정확한 심폐소생술을 체득할 수 있다고 한다.

 

 

동봉된 쉬운 가이드를 읽고, 이제 전원을 켠 다음 cprCUBE로 심폐소생술을 익히는 일만 남았다. 또 하나, 정식 이용자 설명서를 펼쳐보면 사람 얼굴을 그릴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취향껏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자의 의식을 확인해야 한다. 어깨, 혹은 쇄골 부분을 두드려 환자의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촬영의 편의를 위해 사람을 정면에서 보았으나 실제로는 환자의 옆에 앉아 진행해야 한다.

 

환자가 숨을 쉬는지, 맥은 뛰는지도 확인한다. 손으로 목에 있는 경동맥을 짚어보거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지를 보면 된단다. 의식도, 호흡도 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119에 연락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행인을 분명히 지정(거기 안경 쓰신 남색 옷 입은 분)해 119를 요청하고, 없다면 스피커폰으로 119에 연락하며 심폐소생술을 수행해야 한다.

 

행인을 지정하는 이유는 방관자 효과를 막기 위함이다. 아무나 도와달라는 말은 구속력이 없다. 분명한 지목 후 명령·요청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구속력이 생기고, 실제 행위로 이어진다고 하니 이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인공호흡을 할 수 있다면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숨을 불어넣는다. 인공호흡이 이뤄졌을 때 효과가 더 좋지만, 구강 대 구강. 혹은 구강 대 비강 호흡을 할 수 없다면 흉부 압박만 진행해도 된다. 쓰러진 초기에는 호흡이 남아있어 흉부 압박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손으로 다른 한 손의 깍지를 잡아당긴다. 이렇게 손목과 손바닥 사이로 흉부압박을 실시한다. 힘을 고르게 온전히 줄 수 있는 부위라고 한다. 5cm 이상 깊이로 충분히 압박한다. 몸무게를 실어 힘을 충분히 줘야 한다. 이때 팔은 구부리지 않는 게 좋다.

 

 

인공호흡과 흉부 압박은 30:2로 수행하는 게 좋다. 힘을 줘서 충분히 누른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꾸준히 누르면 cprCUBE에 불이 들어오고, 16회 이상 성공하면 불이 한 바퀴 회전하며 콤보 이펙트가 발생한다.

 

 

처음 심폐소생술을 실습했을 때는 좀처럼 압박 성공이 이어지지 않았다. 원인은 압박속도. 심폐소생술은 생각보다 큰 힘이 필요해 조금 빠르게 해야 한다고 배운 게 문제였다. cprCUBE의 전원을 3초간 눌러 가이드 모드를 켜면 규칙적인 박자를 안내해 올바른 속도를 배울 수 있다.

 

리듬을 익히고 리듬에 맞춰 흉부 압박을 진행하자 성공 표시가 쌓이기 시작했다.

 

 

실제 응급차가 오는 시각은 평균 5분에서 10분. 그동안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다. 3분 남짓 체험해보면서 땀을 뻘뻘 흘렸다.

 

실제 환경에서는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피를 토하는 등 부작용처럼 보이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수하더라도 심정지가 이어지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cprCUBE는 가슴 압박의 품질을 높이고,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심정지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만큼, 심폐소생술을 잘 익혀두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cprCUBE는 단지 일회용으로 쓰는 제품은 아니다. 늘 곁에 두고 체득할 수 있도록 자주 들춰봤을 때 의미 있다. 또한, 교육용으로도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고가의 마네킹 장비 대신 cprCUBE를 이용하면 더 많은 기기를 구할 수 있다. 관리에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몸으로 체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cprCUBE의 활용도가 빛난다.

 

cprCUBE와 별개로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선한 사마리안 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이야기다. 응급구조행위는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cprCUBE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한 사마리안 법이 의인을 완벽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가족, 내 친구와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술로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고 보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cprCUBE가 효과적으로 도울 것이다.

깔끔한 디자인
간단한 사용방법
심폐소생술 체득 여부
제품에 담긴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