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인기 있는 게임, e스포츠의 상징, 수많은 패러다임을 만든 게임, 후속이 넘지 못한 전작, PC방의 부흥을 이끌었던 게임… 이 모든 수식어는 이제 한국인의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를 위해 준비한 말이다.

 

지난 3월 얼리어답터에서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뉴스를 담담히 전했지만, 키보드를 두드리며 추억은 연신 단축키를 헤매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디아블로2로, 다시 와우로… 삶의 한 축을 훌륭히 블리자드에게 저당 잡힌 코스다.

 

 

여름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기를 4개월. 드디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에 관한 소식이 등장했다. 초회 한정판 출시 후 상용판을 출시하고 7월 말에 대대적인 오프닝 이벤트와 함께 8월 초 얼리 액세스. 그리고 8월 중순부터 일반에게도 공개한다는 일정이었다.

 

이제 와 PC 게임의 패키지를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이미 손가락은 초회 한정판 구매 버튼을 누른 후였다. 안 사면 후회가 남지만, 사면 물건이 남는다. 후회는 짧고, 물건은 길다. 즐거운 마음으로 도착할 초회판을 기대했다.

 

 

긴 기다림 끝에 도착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새록새록 떠오르는 청소년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모습을 정성 들여 촬영하고, 살펴봤다.

 

 

초회 한정판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패키지의 로망을 떠올렸으나, 아쉽게도 이번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선 CD와 같은 저장 매체를 볼 순 없다. 대신 블리자드 배틀넷 아이디에 귀속되는 코드를 입력해 게임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며, 이제는 CD가 아닌 인터넷으로 게임을 정식 설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스타크래프트와 관련 없는 블리자드의 게임 쿠폰도 많다. 하스스톤 오리지널 카드 7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꼬마 해체자 애완동물, 히어로즈 오브 스톰의 영웅(레이너, 캐리건, 태사다르)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나름 모아두면 가치 있는 상품들이나, 와우, 히오스, 돌.. 아니 하스스톤을 하지 않는다면 큰 가치가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다른 게임을 즐기지 않아 얌전히 상자에 다시 넣어두었다. 시공의 폭풍 속으로 향하기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함께 들어있는 마우스패드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 재질이다. 도톰하고 표면은 플라스틱 재질로 코팅해 쉽게 오염되지 않는다. 크기가 크진 않지만, 스타크래프트 느낌을 잘 살려놨다. 바닥에 놓고 쓰기보단 앞에 두고 감상하고 싶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매뉴얼과 설정집은 20년 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표지에 리마스터가 붙은 게 전부라고 해둘까. 내부 구성이나 일러스트, 설정 등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의 내용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지만, 재질이나 제본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소장용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면 오히려 설정집과 매뉴얼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매뉴얼이었지만, 달라진 그래픽만큼 매뉴얼도 달라졌으면 했다. 아쉽다.

 

 

패키지 안에 다시 고정된 카드 안에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코드 카드와 엽서 크기의 기념 카드가 들었다.

 

코드를 등록하면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약 구매 특전 건물 스킨인 ‘차 하이브, 아이어 넥서스, 코랄 커맨드 센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 2의 초상화 3개도 계정으로 들어간다.

 

 

함께 든 기념엽서는 총 12장. 스타크래프트의 원화와 패키지 이미지, 그리고 게임 일러스트 등이 포함됐다. 기념 엽서의 품질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당연히 실제 보내는 데 쓸 일은 없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즐겼다는 기념이니까.

 

 

어디 한번 게임을 켜볼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블리자드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기존에 블리자드 게임을 즐겨 블리자드 앱을 설치했다면 블리자드 앱에서 바로 구매하고 설치할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따로 항목에 있지 않은데, 기존 스타크래프트인 ‘스타크래프트 엔솔로지’를 설치하면 리마스터 구매자는 자동으로 리마스터로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면 F5키를 누르면 된다.

 

 

게임 시작 전,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이 정체 모를 창이다. ‘지금 플레이 가능’을 누르면 구매 페이지로 가버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실행할 수 없었다. 정답은 오른쪽 위에 있는 X를 눌러 창을 닫으면 된다. 못났다. UI.

 

 

시네마 컷의 구성은 달라지지 않고 그래픽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시네마 컷을 보고 들어간 메뉴. 메뉴가 확실히 깔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F5를 눌러 연신 감탄했다. 리마스터와 일반을 오가는 애니메이션도 있어 자연스럽게 20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모든 그래픽이 달라져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4K UHD를 지원하는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된 그래픽을 보는 재미가 있다. ‘Not Enough Minerals’라는 원어도 한국어로 번역됐다. 과거의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옵션에서 설정을 바꿔줄 수도 있다.

 

 

옵션에선 꽤 많은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단축키.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을 때도 유달리 단축키를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이렇게 직관적이지 못한 단축키를 수정할 수 있다. 단, 멀티플레이인 배틀넷에서는 단축키 변경 사항을 적용하지 않는 조건의 방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이미 기존 단축키를 활용한 것 자체가 플레이어의 피지컬이라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등한 조건에서 플레이하는 건 ‘경쟁’ 측면에선 좋으나, ‘즐거움’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이 또한 피지컬이 안 되는 이용자의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말이다.

 

 

무척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를 잡았다. 기억을 더듬어 이리저리 플레이하다 보니 어느새 컴퓨터의 막강한 화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1:1 플레이에서 지다니. 오랜만에 느껴보는 굴욕적인 기분에 몸을 떨었다. 오냐, 어디 한 번 해보자.

 

그리고 내리 다섯 판을 지고서야 게임을 껐다. F10-E-X-X. 게임을 끄는 단축키는 귀신같이 몸이 기억했다. 왠지 서럽다.

 

 

추억을 마주한다.

오랜만에 만나본 스타크래프트는 다른 모습이나 속은 같았다. 실제로 리마스터 계획이 등장하고 나서 가장 많았던 피드백이 ‘게임성은 기존과 똑같게’라고 한다. 이를 충실히 반영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편의성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 보이나 이 역시 기존 게임성을 위해 고스란히 남겨뒀다고 한다. 게임에 문제가 됐던 버그와 최대 오브젝트 수 한계만 해결하고자 한단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를 추억하는 흐름이 보인다. 디지털의 최첨단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좇는 거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이제는 과거를 추억하는 흐름이 우리가 생생히 기억하는 90년대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묘한 상실감을 불러온다.

 

어쨌든, 지금은 다가온 추억을 즐겨야 할 때다. 과거 내로라하는 ‘스타 잘하는 친구들’의 명성을 겨룰 때가 돌아왔다. 다시 한번 내 목숨을 아이어에!

 

리뷰에 들어간 에디터의 지출
29,800원(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초회 한정판)
시나리오를 다시 즐겨보고 싶어서 산 겁니다.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