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나의 인생 나의 열정
오오! 지친 내 모습
오오! 그것은 인생~ 그것은 외로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를 꺼낸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즐기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고된 일상에 혹사한 몸을 식히고 가볍게 긴장을 풀어주는 혼자만의 의식 같은 일이다.

 

최근 퇴근 후 맥주를 즐길 벗이 생겼다. 맥주를 더 맛있게, 멋있게 즐길 수 있는 디스펜서. 피직스 웨이탭 맥주 디스펜서(Fizzics WAYTAP Beer Dispenser)가 그 주인공이다.

 

 

디자인을 즐긴다.

싼 맛에 저렴한 디스펜서를 산 적이 있었다. 단순하게 생긴 디스펜서는 캔맥주에서만 쓸 수 있었고, 어설픈 실력으론 맥주 거품만 한가득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야 맥주 디스펜서인지 맥주 거품기인지 알 수 없게 될 즈음 쓰는 걸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찬장 구석에 치웠다.

 

피직스 웨이탭 맥주 디스펜서는 적어도 디자인 하나만큼은 매력적이다. 어디에 올려놔도 마치 올려둔 그 장소를 모던한 느낌의 바로 변모시키는 위력을 갖췄다.

 

 

상단에는 뚜껑을 돌려 배터리를 넣을 수 있다. AA 건전지 4개를 넣으면 된다.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그림이 있으니 이에 맞게 건전지를 넣고 뚜껑을 거꾸로 돌려 닫으면 된다.

 

 

바로 앞에는 탭 레버와 노즐이 있다. 탭 레버는 앞으로 당기고, 뒤로 밀 수 있다. 건전지를 넣고 탭 레버를 움직이면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손으로 감싸 쥐어도 될 정도로 넉넉한 길이와 안정감을 갖췄다. 탭 레버를 움직이는 느낌이 좋아 자꾸만 만져보고 싶다.

 

 

깔끔한 본체를 타고 내려오면 브랜드 이름인 피직스(FIZZICS) 문구와 잠금 해제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하판과 상단을 분리할 수 있다. 이 공간에 맥주를 넣고 다시 닫은 후 맥주를 따르면 된다.

 

 

맥주를 따르는 동안 흔들리지 않도록 무게를 잡아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하판. 그리고 떨어질 잔여물까지 완벽하게 막아줄 실리콘 고무 매트는 하나하나가 완벽한 디자인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요모조모 뜯어보면 살짝 아쉬운 부분도 눈에 밟힌다. 디스펜서 상단과 본체의 재질이 다른 점이라든지 무게중심을 안정적으로 잡고 있지 못한 점. 그리고 상단과 하판을 붙잡는 고정쇠가 하나밖에 없어 쉽게 흔들거리는 건 못내 아쉽다.

 

 

맥주를 즐긴다.

디스펜서답게 맥주를 즐겨보자. 저가형 디스펜서와 달리 피직스 웨이탭은 최대 360mL 용량의 병맥주, 750mL 용량의 캔맥주까지, 현존하는 맥주 대부분을 쓸 수 있다. 캔은 물론이거니와 병도 문제없다. 다만, 안에 질소 위젯(공)이 들어있는 기네스 캔맥주는 쓰기가 어렵다.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 상단과 하판을 분리한 후, 맥주의 뚜껑을 열고 웨이탭 디스펜서 안으로 집어넣자. 디스펜서에 넣고 내버려 둘 일은 없지만, 이렇게 넣으면 기기 안에 밀폐돼 보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맥주를 넣은 후 맥주에 알맞은 예쁜 잔을 준비한다. 피직스에서 임페리얼파인트 모양의 기본 잔을 제공하지만, 맥주마다 어울리는 잔은 조금씩 다르므로 전용잔이 있다면 전용잔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탭 레버를 당기면 기분 좋은 진동과 함께 노즐에서 맥주가 흘러나온다. 잔을 살짝 앞으로 기울여 맥주잔 옆면에 맥주가 닿도록 따른다. 그러면 거품이 생기지 않고 곱게 맥주를 채울 수 있다. 잔의 절반 이상을 채우면 레버를 놓는다. 맥주가 예쁘게 담겼다. 이제 거품을 얹을 차례.

 

 

컵을 살짝 세우고 탭 레버를 거꾸로 밀면 새하얀 거품이 나온다. 이 거품은 피직스 웨이탭 맥주 디스펜서가 초음파 진동으로 맥주에 든 탄산 거품을 잘게 쪼개서 내놓는 것이다. 크리미한 느낌은 물론이거니와 맥주의 공기접촉을 닫아 산화되는 것을 막는다.

 

 

만약 거품의 크기가 고르지 않으면 표면장력, 그리고 거품마다 집중되는 압력의 차이 때문에 거품층이 불안정하다. 결국 기포가 서로 흡수하고 흡수되면서 거품층이 쉽게 사그라들고 만다. 하지만 피직스 웨이탭 맥주 디스펜서에서 나온 섬세한 거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맥주를 두고 잠시 상념에 젖어도 괜찮다는 소리다.

 

맥주를 맛있게 즐긴 후엔 병이나 컵에 깨끗한 물을 담아 디스펜서를 청소한다. 그냥 물을 담아 디스펜서로 흘려보내기만 하면 된다. 디스펜서 내부의 초음파 진동이 호스 안에 있는 잔여물까지 깨끗하게 닦아준다.

 

 

불편함을 즐긴다.

퇴근 후 즐기는 맥주 한 잔. 그러나 맥주를 그냥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의식 같은 만큼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지킨다. 화는 털어내고 개운하게 샤워한 후 마시기, 자책하면서 마시지 않기, 맛있다고 세 캔 이상 들이키지 않기. 귀찮다고 병 혹은 캔 채로 마시지 않기…

 

맥주에 어울리는 잔을 사다 모으고, 다음 주 마실 맥주를 고르러 주말에 마트를 가거나 서울 곳곳의 수입 맥주 상가를 찾아가는 일은 분명 편리함과는 거리를 둔,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일상은 편리하기에 더 바쁘고, 여유가 사라진다. 점점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 사라진다. 그렇기에 퇴근 후 불편한 일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오롯이 그 일을, 그 일을 하는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다.

 

 

피직스 웨이탭 맥주 디스펜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맥주는 그냥 마시고 넘겨버릴 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디스펜서를 열고 예쁜 잔에 집중해서 맥주를 따르고, 맥주의 풍미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으로 잠시나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만하면 생활의 ‘건강한 불편’을 더하고, 혼술의 멋을 살려주는 벗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매력적인 디자인
캔과 병을 넘나드는 범용성
섬세하고 풍부한 거품
더해지는 혼술의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