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올해는 특히 그 위세가 엄청났다. 최악의 미세먼지와 황사는 봄을 지나 여름인 지금까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믿지 못하겠다면 지금 미세먼지 정보를 검색해보자. 그리고 미세먼지는 가을에도, 겨울에도 줄어들지 않을 듯하다.

 

운동하나 하지 않고 에디터가 인생을 방만하게 보내는 동안 우리나라의 대기 질은 그 이상으로 악화 일로를 걸었다. 운동으로 올 여름 몸짱 만들기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 대신, 미세먼지 극복하기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준비했다. 이왕이면 쉬운 방법으로.

 

그래서 마스크를 준비했다. 운동은 어렵고, 돈 쓰기는 쉬우니까. 스웨덴에서 나온 프리미엄 마스크. 에어리넘(Airinum)이 그 주인공이다.

 

 

에어리넘은 2014년 스웨덴에서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인도 여행 중 천식이 도지는 일을 계기로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호흡의 중요성을 알리자’를 목표를 정하고 회사를 차렸다. 그 결과물이 에어리넘 마스크다.

 

 

기능과 디자인을 아우를 혁신적인 제품을 제작하자고 한 결과 이렇게 고급스러운 마스크가 튀어나왔다. 프리미엄 마스크라지만, 이렇게 거창한 패키지와 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돈을 썼다는 느낌을 팍팍 들게 하는 패키지 안에는 설명서, 에어리넘 마스크 본체, 교체용 필터가 있다.

 

에어리넘의 필터는 자체 개발한 필터로 N95 등급을 받았으며, 내부 평가에 따르면 N95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참고로 N95 등급은 미국 기준(NISOH)으로 부유 입자 중 95% 이상을 걸러낼 수 있는 등급이다. 국내에선 KF94 등급과 유사하다.

 

 

겉으로 봐서 필터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는 없으나 도톰하면서도 밀착했을 때 호흡이 걸러지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보아 그냥 평범한 필터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N등급의 필터는 숨을 쉴 때 막히는 느낌이 들면 교체해야 한다.

 

N등급은 반드시 교체해야 할 특정한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으니 쓰다가 숨쉬기 곤란하다 싶으면 필터를 바꿔주자. 패키지에는 여벌 필터가 하나 들었고, 나머지는 별매다.

 

필터를 벗긴 후 외부 스킨은 세탁할 수 있으니 필터 교체 전 물로 빨아주면 한층 더 쾌적하게 쓸 수 있다.

 

 

에어리넘에는 배기를 위한 밸브가 별도로 마련된 점도 특징이다. 에어리넘을 쓰면 양쪽 볼 위치에 있는 배기 밸브는 습기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마스크를 쓰면 반드시 겪는 문제가 있다. 코와 입으로 내뱉은 호흡이 나갈 곳을 못 찾아 마스크 내부에 이슬처럼 맺히거나, 안경을 쓰면 코 위로 솟구쳐오르며 안경을 뿌옇게 만드는 문제는 기존 마스크의 한계였다. 그러나 에어리넘에는 배기 밸브가 있어 습기와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배출할 수 있다.

 

배기 밸브에 입을 대고 숨을 쉬면 숨을 들이쉴 순 없지만, 내쉴 순 있다. 방독면의 정화통 생각이 문득 든다. 어쨌든 쉬익쉬익 격정적으로 숨을 쉬다 보면 습기와 이산화탄소가 금세 빠진다. 얼굴에 알맞게 썼다면 안경에 김 서림도 없다.

 

 

마스크에 중요한 착용감도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1,000개 이상의 사람 얼굴을 샘플링해 총 5가지 크기를 내놨다. 가장 작은 XS부터 가장 큰 XL까지 얼굴 크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에어리넘에서는 몸무게, 그리고 눈 밑에서 턱 끝까지 길이로 크기를 고를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기준이 머리가 작은 사람을 위한 기준이다. 남들과 비슷한 평균 크기의 머리라고 스스로를 기만한 에디터는 M 사이즈를 착용하고 요다가 됐다.

 

 

다행히 귀에 거는 스트랩은 신축성이 있는 재질이다. 여기에 길이 조절 버클이 있어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양쪽 고리 사이를 잇는 액세서리가 있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땐 목에 걸어놓을 수도 있다. 코 받침 부분은 코 모양에 맞게 고정할 수 있다. 메모리폼과 비슷한 받침이 있어 착용감을 더했다.

 

 

마음의 짐 같은 디자인을 보자. 에어리넘은 스웨덴에서 디자인해, 이른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스칸디나비아, 혹은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제품 디자인을 설명할 때 마법 주문처럼 쓰인다. 마치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liarmus)’처럼. 효과적으로 사람의 무장을 해제하니 틀린 말도 아니고, 나쁜 전략도 아니다.

 

그런데 이 제품의 디자인이 뛰어난가? 사진을 보고 직접 보고, 이리저리 톺아봐도 디자인이 매력적이라고는 못 하겠다.

 

 

결정적인 문제는 배기 밸브다. 냉정하게 보면 착용감을 살린 마스크가 갖출 수 있는 디자인 요소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외부 패턴 디자인이 어떤가에 따라 제품의 인상이 바뀐다. 그런데 배기 밸브는 패턴에 갈 관심을 모조리 가져가 버린다.

 

사람들은 예쁜 패턴이 있는 마스크 대신 볼에 배기 밸브 달린 마스크로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미세먼지 문제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유난으로 보일까 두렵다.

 

 

제품의 기능성 때문에 디자인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믿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면 기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지 않았나 싶다. 안경을 착용해 마스크를 쓰기가 불편했지만, 에어리넘 마스크에서는 불편함이 없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슬픈 육신을 위해 조금 더 당당해지기로 했다. 어차피 마스크 쓴 모습은 내가 보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미세먼지 극복방안을 마련했다.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 비용은 8만9천원. 프리미엄다운 가격이지만, 운동하기보단 돈 쓰는 게 역시 쉽다.

마스크를 착용한 후 느끼는 성능
편안한 착용감
정체불명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미세먼지를 편하게 대비하는 비용 8.9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