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아이스 커피…
여름이니까 아이스 커피…

 

광고에 넘어가는 기분은 들어도 여름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물론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내가 TV 속 이나영이나 자이언티는 아니지만….

 

최근 여름에 시원하게 즐길 커피로 ‘콜드브루(Cold Brew)’가 인기를 끌었다. 더치커피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생기던 콜드브루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콜드브루를 맛보고 싶어도 사 마시자니 비싸고 직접 내려보자니 번거롭다.

 

 

지난 겨울, 기존 콜드브루의 아쉬운 점을 개선한 커피드립퍼 TOC이 크라우드펀딩에서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목표의 두 배를 달성한 성공. 그만큼 기존 콜드브루의 아쉬운 점이 있었고, TOC이 이런 아쉬움을 긁어줬다는 뜻이 아닐까?

 

TOC이 얼마나 시원하게 긁어줬을지, 커피를 내려봤다. 여름엔 역시 아이스 커피니까.

 

 

커피의 눈물, TOC

TOC이라는 이름은 커피의 눈물(Tears Of Coffee)을 줄인 말이다. 또한, 톡, 톡하고 우러난 커피 방울이 떨어지는 신선한 소리를 형상화했단다.

 

상자를 열고 매끈한 느낌의 TOC를 꺼냈다. 전체적인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깔끔한 느낌이지만, 고급스럽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커피가 고이는 서버는 유리 재질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TOC의 구조는 다른 커피드립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엔 우려낸 커피를 담을 수 있는 서버가, 위에는 찬물을 담을 수 있는 본체가 있다. 특이한 점은 커피가루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인데, 일반 커피가루를 쓰는 게 아니라 일회용 전용 캡슐을 쓴다.

 

 

캡슐은 갓 로스팅한 원두를 그라인딩 후 캡슐에 담아 낱개로 진공 포장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10개 들이 전용 캡슐팩을 보면 다시 낱개 포장돼 있다.

 

포장을 뜯은 반투명한 캡슐은 마치 필름 통을 보는 듯하다. 캡슐 안에는 곱게 갈린 커피가루가 담겼다. 물과 맞닿는 부분은 필터가 있고, 아래에는 우려난 커피가 나올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다.

 

 

안에 들어간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로 콜롬비아 킨디오 커피라고 한다. 제조사인 제미스와 협약한 커피비평가협회에서 검증·관리하는 원두란다. 로스팅 방식이나 그라인딩 정도를 최적화했다는 점은 좋으나, 선호하는 원두를, 그라인딩 정도를 고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TOC은 아직 전용 캡슐만 쓸 수 있다. 편리함에 예속되거나, 번거로운 나만의 길을 걷거나.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톡톡, 커피를 내리다.

집에서 원두를 직접 갈아 8시간씩 기다리고, 다시 저온 숙성까지 거친 콜드브루도 마셔봤으니 이번엔 편리함에 예속돼볼까. TOC를 통해 커피를 내렸다.

 

 

TOC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기는 정말 쉽다. 캡슐을 본체에 끼우고, 서버 위에 올린다. 커버를 열고 찬 물을 표시선(약 150ml)까지 붓는다.

 

 

찬물을 붓고 커버를 살짝 덮어준다. 굳이 힘으로 누르지 않아도 커버가 부드럽게 닫힌다. 이는 커버를 설계, 제작할 때 신경 쓴 부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커버는 단단히 닫혀 추출 과정에서 향이 날아가거나 혹은 외부에서 오염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커버까지 덮었으면 이제 끝. 평평한 곳에서 맛있는 커피가 우러나길 기다리면 된다.

 

 

희석해 약 2~3잔 정도의 콜드브루를 마실 수 있는 분량(120ml)를 내리는 데 약 90분 정도 걸렸다. 최소 8시간 이상씩 걸리는 기존의 콜드브루와 비교하면 무척 빠른 속도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면 점심 먹고 옆 자리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실 수 있다.

 

 

점심먹고 즐기는 콜드 브루 한 잔.

TOC은 콜드브루 중 점적식과 침출식의 장점을 골고루 취했다. 콜드브루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울방울 떨어지는 커피’는 점적식(Dripping). 찬물에 커피를 담가 우려낸 후 나중에 가루를 걸러 마시는 방식인 침출식(Steeping)이 있다.

 

 

TOC은 이 두 가지 방식을 합쳤다. TOC에 캡슐을 연결하면 캡슐 위에 물이 고일 공간이 생긴다. 이를 통해 원두에서 자연스럽게 커피가 우러나고, 이렇게 우러난 커피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 커피가루를 통과하고 한 방울씩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두 방식 모두 원리는 근본적으로 같으므로 두 가지 방법을 섞었다 해서 커피의 풍미가 기적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다만, 빠른 추출 속도의 비밀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한다.

 

 

잘 내린 콜드브루 원액에 찬물을 조금, 얼음도 조금 넣어 마셨다. 콜드브루 특유의 부드럽고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잘 느껴지지 않는 신맛, 은근한 단맛과 혀끝에 남는 쌉쌀한 맛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 느낌이 든다. 유분감이 많지 않아 마신 후에도 산뜻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커피다. 1시간 반만 기다리면 이런 훌륭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은 TOC에 기꺼이 취향과 지갑을 바칠 수 있는 장점이다.

 

 

커피는 취향의 음료다.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커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니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원두를 담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혹여나 취향에 맞지 않았다면 이 다음을 기약하자.

 

TOC으로 커피를 내려보니 커피의 풍미를 따지기엔 편리함의 유혹이 너무 크다. 커피를 준비하고 갈고,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재미는 있지만 때론 너무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와 비교해 TOC으로 내리는 커피는 빠르고, 간편하다. 심지어 맛도 나쁘지 않으니 자꾸 편리함에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10개들이 1팩에 2만4,200원씩 하는 전용 캡슐의 가격도 합리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집에는 빛을 못 본 원두가 많은데 큰일이다.

매끈한 디자인
빠른 커피 추출 속도
자유가 제한된 전용 캡슐
커피의 풍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