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 제3법칙. 흔히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라 부르는 것은 물리적인 환경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트렌드를 봐도 그렇다. 기술이 발전하고 최신 기술에의 욕망이 커질수록, 이와 같은 힘으로 방향은 반대인 레트로에의 회귀 욕구가 커지는 걸 보게 된다.

 

지난 23일 삼성전자는 폴더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더2를 국내 정식 출시했다. 2016년 9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후 약 10개월 만이다. 천편일률적인 바(Bar) 타입 스마트폰이 아닌, 과거의 향수를 살린 폴더형 디자인이 소구점이라 하는 갤럭시 폴더2를 살펴봤다.

 

 

폴더형 디자인이 주요 특징이라지만, 스마트폰이 갤럭시 폴더2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LG전자는 스마트폴더 시리즈로 LG 와인 스마트를 비롯한 스마트폰이 출시된 적 있다.

 

하지만 폴더형 스마트폰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서는 2013년 듀얼 액정을 탑재한 갤럭시 골든을 출시해 스마트폴더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어 갤럭시 폴더 시리즈를 내놓았다.

 

 

갤럭시 폴더2는 갤럭시 폴더라는 이름이 붙은 후 두 번째 등장하는 폴더형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폴더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스마트폰으로 성능을 대폭 희생해 가격을 아꼈다. 그래서 갤럭시 골든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성능이 초라해진 것은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갤럭시 골든의 가격이 아직도 갤럭시 폴더1보다 비쌀 정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갤럭시 폴더2가 비로소 갤럭시 골든의 성능을 거의 따라잡았다. CPU 클럭이 소폭 떨어지긴 하지만, 전체적인 제원을 놓고 보자면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앞선다.

 

도대체 어떤 성능이길래? 하고 제원을 살펴보면 갤럭시 폴더2는 퀄컴 스냅드래곤 425 프로세서, 2GB 램, 16GB 저장공간을 갖췄다. 배터리는 1,950mAh. 전면 500만, 후면 800만 화소 AF 카메라를 탑재했다. 좋게 봐줘도 보급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크기는 60.2x122x16.1mm고 무게는 164g이다. 폴더형을 채택한 만큼 접으면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디스플레이도 아담하다. 3.8인치 WVGA TFT LCD를 넣었다. WVGA의 해상도는 480×800. 4K HDR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요즘 시점에 보기 어려운 해상도다.

 

 

이 해상도는 실제로 동영상을 돌렸을 때 참담할 정도로 한계를 드러낸다. 유튜브 앱에서 360p 이상의 동영상을 재생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영상을 쾌적하게 감상한다는 부분에선 디스플레이의 품질도, 폴더형 디자인도 어울리지 않는다. 멀티미디어 감상을 하고 싶다면 갤럭시 폴더2는 눈 밖으로 치워두자.

 

또한, 스마트폰 어디를 둘러봐도 찾을 수 없는 3.5mm 오디오 단자 또한 멀티미디어 감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마이크로 5핀 케이블을 통해 오디오를 출력할 수 있으니 함께 있는 오디오 어댑터를 이용하자. 아이폰7으로 우리는 하해와 같은 이해심을 얻지 않았는가.

 

 

옛날이 떠오르는 탈착식 배터리는 반갑다. 용량은 1,950mAh로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3.8인치 디스플레이와 전체적인 제원이 배터리를 잡아먹는 성능은 아니다. 배터리의 부족함 없이 넉넉히 쓸 수 있겠다.

 

 

케이스 한편에는 스트랩을 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손목 스트랩 혹은 넥스트랩을 연결할 수 있다. 과거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부분이다.

 

 

경쾌하게 디스플레이를 젖히면 숨겨진 키패드가 드러난다. 거꾸로 디스플레이를 살짝 내리면 경쾌하게 폴더가 닫힌다. 폴더를 열고 닫는 손이 습관처럼 움직인다. 자꾸자꾸. 어쩌면 피젯 토이의 원조는 이 폴더폰이 아니었을까?

 

3×4 배열의 천지인 키패드는 새삼스레 반갑다. 통화, 지움/취소, 종료 버튼도 그대로다. 4방향 내비게이션 버튼과 단축키 버튼도 보인다. 단축키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락처, 카메라, 카카오톡(메신저), 메시지 버튼이다. 단축키를 길게 누르면 다른 앱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키패드 상단에는 안드로이드 OS를 위한 버튼도 보인다. 멀티태스킹, 홈, 뒤로 가기 버튼이 있으며 안드로이드 OS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다. 비좁은 디스플레이를 살리면서 안드로이드 기능키를 디스플레이에 가깝게 놓아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이지만, 막상 쓰다 보면 디스플레이는 상판, 버튼은 하판에 있어 결국 손이 바빠진다.

 

 

그래도 키패드에서 느껴지는 쫀쫀한 키감 하나는 일품이다. 왠지 뭔가를 자꾸 누르고 싶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하고 싶고, 문자로 안부를 물어보고 싶은 키감. 익숙해지면 화면을 보지 않고도 입력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는다.

 

 

깨알 같은 기능도 갖췄다. *키를 길게 누르면 진동/소리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소소한 기능이 반갑다.

 

 

안드로이드 마시멜로를 탑재했으며, 갤럭시 폴더에 탑재된 터치위즈 UI는 터치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얼추 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페이지, 아이콘 커서를 방향키로 조작할 수 있다.

 

언제든지 종료 버튼을 누르면 앱을 종료하고 홈 화면으로 넘어오는 기능도 충실히 구현했다. 과거 폴더 피처폰을 쓰던 습관이 금세 살아나 손에 붙는다.

 

 

하지만 이 느낌도 잠시. 터치위즈에서 지원하는 일부 앱을 빼면 방향키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를 테면 게임. 반짝 유행하던 ‘튀어올라라, 잉어킹!’을 받아봤다. 갤럭시 폴더2 키패드로는 도저히 잉어킹을 튀어오르게 할 수 없었다. 바보 같은 잉어킹, 바보 같은 키패드, 그리고 미련을 못 버리는 나.

 

 

영어를 키패드로 입력하는 것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럴 땐 그냥 터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하자. 쿼티 키보드로 입력하는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터치 입력도 쉽진 않다. 3.8인치 디스플레이는 두 손가락이 올라가기엔 턱없이 좁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려고 갤럭시 폴더2를 살짝 내려 잡으면 하판이 덜렁덜렁 움직인다. 절묘한 키감을 자랑하던 키패드 부분이 마치 잉어킹처럼 튀어오른다. 잉어킹은 결국 튀어오르지 못했지만, 키패드는 이렇게 튀어오르고야 말았다.

 

 

갤럭시 폴더2를 쓰다 보면 폴더형 스마트폰의 명확한 한계를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이 폴더형이라는 생각보다는 폴더 피처폰이 약간 똑똑해졌다고 접근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도 든다.

 

정리하자. 기존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실버세대에게는 ‘카카오톡되는 폴더폰’으로 쓰기 좋겠다. 혹은 전화통화가 잦은 이용자의 업무용 폰으로 쓰기에도 적합하다. 폴더폰 특유의 레트로한 향수도 가득하다. 그러나 이 용도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을 대체할 용도로 갤럭시 폴더2를 고민한다면 그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독특한 형태의 스마트폰의 OS 업데이트는 거의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갤럭시 폴더2 사후 지원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적어도 폴더폰을 쓰던 향수는 완벽하게 불러일으켰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는 정면으로 대치하지만, 레트로 느낌을 살리면서도 기술 트렌드는 완전히 놓치지 않은 영리함 또한 갖췄다. 폴더폰 마니아라면 기꺼이 구매 버튼을 누름 직하다.

 

폴더형 스마트폰으로 장단점이 분명한 갤럭시 폴더2의 가격은 29만7천원으로 책정됐다. 이동통신사 약정을 통해 더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고, 제조사를 통해 자급제 모델을 구매할 수도 있다.

평범한 디자인
조금 아쉬운 성능
비좁은 디스플레이
폴더에서 느끼는 향수
사용 편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