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지문과 홍채의 모양이 전부 다 다르듯이, 귀의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를 오롯이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귀에 잘 맞게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질을 내뿜고 있어도 이어폰이 귀에 제대로 안착되지 않아 틈이 생기기라도 하면 소리는 금세 왜곡된다.

 

커널(canal)형 이어폰은 보청기처럼 귓구멍 안에 쭉 밀어 넣어서 끼운다. 틈이 생기지 않게 귓속을 꽉 채우기 때문에 바깥 소리는 차단된다. 그래서 인이어(in ear), 또는 밀폐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주위 소리를 어느 정도 막아주고, 음악은 다른 소리에 방해 받지 않고 곧바로 고막에 도달한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취향을 타는 이어폰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 커널형 이어폰을 이물감이 심하고 바깥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은 이어폰이라고 하면 보통 이런 커널형 이어폰을 뜻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귓구멍 입구에 살짝 걸치듯이 끼워서 듣는 오픈형 이어폰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커널형 이어폰이 새어 나가는 소리가 적고, 부품의 품질도 함께 발전되기 시작하면서 ‘고음질=커널형’ 이라는 공식이 점차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이어 형태의 제품의 수는 압도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시끄러운 주변 소리를 줄이며 음악에 더 집중하고 싶을 때 제격인 커널형 이어폰. 그 중에서 내 마음에 제대로 꽂혔던 제품을 소개한다.

 

 

 

ONKYO E900M

나에게 일본은 참 애물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가 치욕의 역사를 겪은 사실 때문인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는 적대적인 거부감이 먼저 든다. 하지만 특유의 서브컬처나 A/V(Audio & Video)에 있어서는 동경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음향과 영상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SONY’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또 하나의 일본 프리미엄 음향 브랜드가 있다. 바로 ‘ONKYO’다. 온쿄는 하이파이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이어폰과 헤드폰 등 다양한 음향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역사가 무려 70년도 넘는다. 여러모로 이리저리 봐도 음향 전문가다운 면모를 내뿜는다. 하긴, 브랜드 이름부터 ‘음향(音響, おんきょう)’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ONKYO의 제품은 이 E900M 이전에 블루투스 스피커와 각종 이어폰을 통해 여러 번 접했었다. 나에게 ONKYO가 전해줬던 당시의 사운드 이미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 지은 쌀밥’이었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데, 오래 씹을수록 단 맛이 나고, 매일 꼭 먹어야 하는 밥 말이다. 그리고 E900M은 밥 중에서도 좋은 햅쌀을 정성껏 씻어 정확한 양의 물을 담아 가마솥으로 천천히 지은 밥이라고 하고 싶다. 한 마디로 장인 정신의 결정체. 잘 지은 밥은 그 자체로도 별미다. 입 안에서 밥알이 따로 또 같이 뒤엉켜 환희의 춤을 춘다. E900M은 그런 햅쌀밥 같은 이어폰이다.

 

금색으로 번쩍이는 독특한 외관과 개성적인 케이블은 보고 만질 때마다 특별해지는 기분이다. 담백함의 극치를 들려주는 깔끔한 소리도 좋다. 베이스를 강력하게 부풀려서 듣는 나의 성향을 비춰봤을 때 전체적으로 다소 심심한 인상을 주지만, 씹을수록 단 맛을 내는 것처럼 묘하게 빠져드는 맛을 가졌다. 깔끔함이 매우 일품이다. 이 이어폰과 가장 잘 어울렸던 음악이 있었다면, ‘부활’의 「가능성」이란 곡이 아닐까 싶다. 날카로운 톤으로 녹음된 원곡에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사뿐히 더해진다. ‘낡은 radio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리네… 우연한 이 비처럼 그리운 이름 그리운 비가 오네’ 예상치 못했던 비가 갑작스럽게 내리지만, 그 비마저도 어쩜 그렇게 반가울 수 있었을까? 그 아련한 그리움과 설레임이 섞인 감정을 E900M은 정말 디테일하게도 캐치한다.

 

들을수록, 음미할수록 ONKYO E900M은 한 공기 봉긋하게 솟은 특등급 햅쌀밥 같다. 밥심으로 살아가는 나 같은 한국인에게 항상 함께 하고 싶은,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이어폰이다.

 

 

Name : ONKYO E900M
Type : 커널형
Sound Specs : 듀얼 BA + 1DD, 주파수 5Hz – 40kHz, 감도 107dB, 임피던스 16Ohms
Physical Specs : Y형, MMCX 커넥터, 케이블 1.3m
Strength : Hi-Res Audio 인증
Release : 2016
Price : ₩640,000
Well-matched song : 부활 – 「가능성」

 

ONKYO E900M 리뷰 보기

 

 

 

 

1MORE E1010

태초에 대륙이 있었다. 그리고 대륙에는 샤오미(Xiaomi)가 있다. 샤오미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가격에 비해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제품들을 선보여왔다. 가전업계의 애플을 넘어 지구의 넘버원 만물상이 되고 싶은 듯했다. 꽤 괜찮은 품질에 가격까지 저렴하니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기술력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지만, 어쨌든 세계적 화제가 된 것만은 확실하니까.

 

그런 샤오미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질 수 있었던 건 2가지의 물건 때문이었으리라. 바로 보조배터리와 ‘피스톤 이어폰’이다. 샤오미의 보조배터리는 그야말로 보조배터리 붐을 일으켰고, 피스톤 이어폰 시리즈 역시 싼 가격에 그럭저럭 들을 만한 음질과 제법 잘 빠진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 피스톤 이어폰의 디자인을 맡았던 주인공이 바로 1MORE다. 1MORE는 이제 그들만의 음향 기기를 제작한다. 가짓수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잘 만든다. 샤오미의 이름을 등에 업고 그냥 저냥 만들어 파는 거겠지 뭐, 라고 생각했던 나를 미안하게 할 만큼 말이다. 이어폰에서부터 헤드폰, 그리고 무선 제품에 이르기까지 그 가짓수도 많다.

 

1MORE의 E1010은 ‘Triple Driver In-Ear’ 제품 이후로 새롭게 만들어진 고급형 이어폰이다. 별칭은 ‘Quad Driver In-Ear’.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Triple에는 드라이버가 3개, Quad에는 4개가 들어있다. 이론적으로 분명 더 좋아진 셈이다.

 

‘드라이버’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에서 소리를 최종적으로 재생하는 부분이다.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이 드라이버 유닛이 들어있는 개수가 많을수록 좋은 소리를 기대할 수 있다. 4개가 들어있는 이어폰이라면 어떤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 1MORE의 Quad Driver In-Ear는 그 기대감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실제 소리의 느낌은 놀라울 정도다. 사운드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톤이 굵다. 굵다는 것은 저음의 무게감이 묵직하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드럼의 심벌과 하이햇 등의 쇳소리는 섬세하다. 소리가 울린 뒤에 살짝 남는 매끄러운 잔향까지도 매력 있다. 내가 들어왔던 1MORE의 음향기기들은 대체로 두툼한 느낌의 톤을 가지고 있었다. 힙합이나 메탈을 들을 때는 비트가 더욱 강해져 신났을지 몰라도, 시원하게 듣고 싶은 라이브 앨범에는 조금 맞지 않았었는데 이 녀석은 시원하게 현장감을 살려준다. Eagles의 ‘Hell Freezes Over’ 앨범에 실린 「Hotel California」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지옥을 쿨하게 얼릴 만하다.

 

E1010은 제트엔진 같은 멋진 디자인에 뛰어난 스펙, 적절한 가격대까지 갖춘 탐나는 이어폰이다. 음악 감상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줄 것이다.

 

 

Name : 1MORE E1010
Type : 커널형
Sound Specs : 트리플 BA + 1DD, 주파수 20Hz – 40kHz, 감도 99dB, 임피던스 32Ohms
Physical Specs : Y형, 3버튼 마이크 리모컨, 케이블 1.25m
Strength : Hi-Res Audio 인증
Release : 2017
Price : ₩220,000
Well-matched song : Eagles – 「Hotel California (Acoustic Live Version)」

 

1MORE E1010 리뷰 보기
1MORE E1010 사러 가기

 

To be continued…

「같이 들을래?」 시리즈
① 응답하라 8090
② 커널형 이어폰
③ 오픈형 이어폰
④ 블루투스 이어폰
⑤ 헤드폰
⑥ 블루투스 스피커
⑦ 기억에 남은 음악꾸러기
⑧ 마치며
착용감을 꼭 따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