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의 다양한 카메라 중, ‘레트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유독 눈이 가는 카메라가 있다. 바로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인 X100 라인이 그렇다. X100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밀려 사장 위기인 콤팩트 카메라 제품군이라는 점도 특이하고, 후지필름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또한, 레인지파인더(RF) 느낌을 전자식으로 재현한 것으로도 유명해 여러모로 후지필름 카메라 제품군 중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독특한 카메라에서 후지필름 브랜드에 담긴 레트로 감성을 살펴봤다.

 

 

 

장점
– 레트로가 생각나는 디자인
– 레인지파인더의 느낌
– 다양한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단점
– 터치 기능의 부재
– 틸트 액정 부재
– 부담스러운 가격

 

 

미려한 디자인과 조작감

후지필름 X100 시리즈는 2010년 처음 등장했다. 그리고 2013년에 후속작인 X100S, 2014년에 X100T. 그리고 2017년에 X100F가 등장했으니 평균 1년 9개월 마다 새 카메라가 출시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7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놀랍도록 원래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어떻게 보면 X100 시리즈는 후지필름의 얼굴 마담과 같은 꼴이다. 클래식 카메라의 조작감, 그리고 디자인을 살렸다. 전체적인 외형은 X100T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단을 다듬어낸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일까?

 

 

어디를 보더라도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혹자는 한 번 만들어낸 디자인을 파먹을 뿐이라 조소(嘲笑)한다. 그러나 X100 시리즈의 디자인은 분명히 ‘먹히는’ 디자인이고, 이를 조심스럽지만 꾸준히 다듬고 있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다.

 

아날로그 조작은 후지필름 X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다. 독특한 조작감은 기존 카메라에 익숙한 사람에게 낯설게 다가오지만, 쓰다 보면 이내 독특한 ‘손맛’을 느끼고, 아날로그 조작을 통한 찍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후지필름 X100F에는 ‘카메라 모드’ 설정이 없다. A(조리개 우선), S(셔터 스피드 우선) 모드 대신에 각 요소를 이용자가 설정하는 방식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조리개. 렌즈 앞에 있는 조리개 링을 돌려서 조리개 값을 설정할 수 있다. F2에서 최대 F16까지 조일 수 있다. A로 놓아 카메라가 자동으로 지정하게 할 수도 있다.

 

조리개를 수동으로 두고 다른 요소(셔터 스피드, 감도)를 자동(A)으로 두면 일반 DSLR의 조리개 우선 모드로 쓸 수 있다.

 

 

셔터 스피드는 상단 다이얼을 통해 조작한다. B(벌브)부터 1/4000까지 셔터스피드를 조작할 수 있다. 한 단계(스텝)는 1/2씩 차이나며, 너무 그 값이 크다면 엄지 다이얼을 돌려 1/3씩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셔터 스피드를 수동으로 두고 다른 요소(조리개, 감도)를 자동으로 두면 셔터 스피드 우선 모드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감도(ISO) 역시 셔터 스피드 다이얼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 단, 셔터 스피드 다이얼을 위로 들어올린 채로 다이얼을 돌리면 화면에 표시된 감도가 바뀐다. 감도는 최소 100에서부터 51200까지 지원한다.

 

모든 설정값을 A로 두면 P(프로그램) 모드로 전환한다. 이상태에서 검지 다이얼을 돌리면 노출에 맞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조합이 바뀐다.

 

 

마지막으로 노출 다이얼을 통해 사진의 노출값을 지정할 수 있다. +3에서 -3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X100F부터는 노출 다이얼을 C에 설정해 +5에서 -5까지로 확장할 수도 있다.

 

그밖에도 AF설정은 왼쪽에 있는 레버로, 초점은 아날로그 다이얼을 통해 지정할 수 있다.

 

 

X100F로 사진을 찍다 보면 확실히 사진기의 기본 기능(노출, 조리개, 셔터 스피드)을 모른다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카메라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를 안다면 확실히 아날로그 조작으로 찍는 재미를 선사하는 즐거운 카메라다.

 

한편으론 더 직관적으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도 있다. 기존의 SLR 카메라는 어떤 모드에 있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카메라 설정 값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X100F는 다르다.

 

 

순간순간 원하는 값을 같은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음은 직관적이고 빠르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셔터 찬스를 얼마나 잡아낼 수 있느냐로 이어진다. 짧은 순간, 원하는 사진을 X100F가 담아낼 수 있다는 소리다.

 

레트로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찍는 재미를 주는 카메라. X100F는 이 어려운 질문에 훌륭한 답을 내놓은 셈이다.

 

 

보고, 찍는 사진

X100F에는 뷰파인더가 달려있다. 이 또한 후지필름 카메라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 담겨있다. 바로 X100 시리즈와 X-Pro 시리즈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X100F에는 광학식 뷰파인더(OVF)가 달려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있는 레버를 통해서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설정할 수도 있다. 광학식 뷰파인더와 전자식 뷰파인더는 서로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광학식 뷰파인더는 보는 그대로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초점 설정의 편의성, 그리고 태양의 영향을 적게 받고, 기기의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전자식 뷰파인더는 카메라에서 설정한 색감, 노출, 심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이 더 낫다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취향에 맞게 쓰는 게 좋다. 그리고 후지필름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광학식과 전자식 뷰파인더를 합친 뷰파인더 기능을 담았다.

 

 

X100F의 뷰파인더는 렌즈 기준 우측 상단에 뷰파인더가 있어, 실제 렌즈와는 다른 시각을 갖췄다. 다시 말해,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는 그대로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래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광학식 뷰파인더 내부에 투영식 LCD을 설치해 광학식 뷰파인더 위에 수정된 프레임을 보여줘 접사 촬영 등에서 생기는 화각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따라서 넓은 시야각을 확인하면서도 실제 촬영되는 프레임, 카메라 노출계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RF카메라와 유사하게 구현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RF(레인지 파인더)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조작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RF카메라는 라이카와 같은 일부 브랜드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 쉽게 접하기 힘든 만큼, RF카메라와 비슷한 조작감과 사용성을 원한다면 후지필름 X100F도 매력적인 카메라라 할 수 있다.

 

 

필름으로 담아내다.

후지필름의 다른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X100F에도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가 담겼다.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는 특정한 색감을 카메라에서 자동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단순한 기능을 넘어 후지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개성을 부여하는 요소라 하겠다.

 

 

특이한 점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의 이름이다. 프로비아, 벨비아, 아스티아… 모두 후지필름이 생산했던 실제 필름의 이름이다.

 

 

각 필름의 설명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색감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든지 쉽게 쓸 수 있는 프로비아(Provia)는 풍부한 계조와 진한 발색으로 산뜻한 느낌을 얻을 수 있고, 벨비아(Velvia)는 채도가 높은 색감으로 풍경과 자연의 생기를 살리는 데 적합하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벨비아
아스티아
클래식 크롬

이밖에도 이미 마니아를 갖춘 클래식 크롬(Classic Chrome)이나 PRO Neg. Std 등이 담겨있으며, 이번 X100F부터는 X-T2 등에서 좋은 평을 받았던 아크로스(Acros) 모드가 추가됐다.

 

 

아크로스는 흑백 모드로 선명한 디테일을 살렸으며, 기존 모노크롬 필름 시뮬레이션보다 계조 표현이 뛰어나 풍부한 느낌을 담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필름 시뮬레이션으로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을 연출할 수도 있다.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범람으로 사진에 필터를 입히는 게 흔해지면서 ‘색감’이 이제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으나, ‘사람이 기분 좋다고 느끼는 색을 표현하자’는 후지필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레트로’라는 가치

후지필름 X100F는 레트로의 느낌을 살렸으나, 디지털 기기의 편의성도 살렸다. 전작보다 조작감을 개선하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AF를 플래그십 카메라와 같은 스마트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0.08초라는 빠른 AF 속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더욱 완성도를 높인 2,430만 화소 X-Trans CMOS III 센서, X-Processor Pro로 전작인 X100T보다 카메라 화소수는 50%가량 상승하면서도 8fps에 이르는 고속 연속 촬영을 지원한다.

 

이런 강력한 성능을 주머니에 담을 정도로 작은 카메라에 담아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프리미엄 이용자를 위한 완성도 높은 카메라를 만들겠다는 후지필름의 이야기는 허언이 아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터치와 틸트 액정 기능. 있으면 편리한 기능이나, 고집스러울 정도로 X100 시리즈에서 보기 어려운 기능이다.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정도다.

 

후지필름이 X시리즈로 추구하는 철학은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후지필름은 X100F를 통해 이를 하나의 가치로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이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고가의 카메라에 담긴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

 

 

X100F는 분명 매력적이고, 완성도 높은 카메라다. 기기에 남은 아쉬움은 앞서 살펴본 ‘레트로 감성’과 상충하는 부분이다. 결국 철학과 편리함 사이의 완충점을 어디로 짚어내느냐가 X100F, 그리고 후지필름의 X시리즈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은 셈이다.

디자인
아날로그 조작감
사용자 편의성
독특한 색감
다소 비싼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