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소매치기는 지갑을 통째로 훔쳐가지 않습니다. 지갑에 꽂혀있는 카드 정보만 쏙 빼가죠. RFID 리더기로 카드 정보를 몰래 복사해 가는 스키밍(Skimming)은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범죄입니다.

 

물론 지갑만 바꿔주면 간단히 예방할 수 있죠. 어떤 스마트한 소매치기도 포기하게 만드는 지갑, SECRID입니다.

 

 

장점
– 튼튼하고 든든하다.
– 카드를 꺼내기 편리하다
– 어떤 주머니에도 넣기에 충분하다.
단점
– 카드 수납에 한계가 있다.
– 현금 수납에 한계가 있다.

 

 

 

Designed and Made in Holland

스키밍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기승을 부리는 범죄인 것 같습니다. RFID 차단 지갑은 대부분 해외 브랜드인데요. SECRID 역시 네덜란드에서 온 지갑입니다. 요즘 Made in China가 아니라 Designed and Made in Holland라고 적혀 있는 게 신기한데요.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자국에서 한다는 건 확실한 차별점이 될 수 있죠.

 

SECRID의 핵심은 RFID 차단, 모든 지갑이 RFID 차단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가죽이 더해지는데요. 네덜란드의 가죽 산업은 몇 년 전부터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SECRID 덕분에 일자리가 생기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지갑으로 이런 창조경제가 가능할지 몰랐네요.

 

SECRID는 가장 기본적인 카드프로텍터를 비롯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미니월렛과 슬림월렛, 그리고 가장 두툼한 트윈월렛으로 구성됩니다.

 

 

 

시작과 기본, 카드프로텍터

카드프로텍터(Cardprotector)는 SECRID의 시작이자 기본입니다. 알루미늄 재질이라 그런지 금속 명함 케이스를 보는 듯한데요. 손에 쥐이는 싸늘한 느낌이 기분 좋습니다. 아이팟 나노를 손에 쥐는 기분이랄까요? 지갑을 꺼낼 때마다 또 카드 긁냐고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듯 합니다.

 

8mm로 슬림하지만 약하지는 않습니다. RFID를 차단하면서 카드 정보를 보호해주는 것은 물론 카드 자체를 보호하기에도 충분합니다. 어지간한 손 힘으로는 꿈쩍하지도 않죠. 심하게 떨어뜨리거나 어딘가에 찍히지만 않으면 표면에 흠집도 잘 생기지 않습니다.

 

카드는 4×4자리 번호를 비롯한 주요 정보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죠. 카드프로텍터에 총 4장의 카드를 넣을 수 있습니다. 주민증이나 면허증처럼 평평한 카드는 6장까지 가능합니다.

 

물론 단 1장이라도 단단히 고정됩니다. 입구 쪽 가장자리에 카드를 고정해주는 빨간색 패브릭이 덧대어 있는데요. 카드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흠집을 방지해 줍니다. 다만 오래 사용하면 헤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만큼 카드를 적게 사용하라는 의미일까요?

 

아래쪽 레버를 당기면 카드가 보기 좋게 솟아 나옵니다. 비스듬하게 나와 어떤 카드가 몇 번째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4~6장 카드로 가득 채울 경우 카드들이 밀착되어 있어 카드 전체를 다 빼내야 합니다.

 

알루미늄 재질에 비해 레버는 플라스틱 재질이라 상대적으로 취약하게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카드프로텍터 자체가 빈틈 없이 디자인되어 그리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파손하려고 들지만 않으면 말이죠.

 

 

카드프로텍터의 빈틈없는 디자인은 로고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인쇄한 게 아니라 음각으로 새겨져 있죠.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작업해서 인지 2010년에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똑딱이 버튼의 차이, 미니월렛과 슬림월렛

미니월렛(Miniwallet)과 슬림월렛(Slimwallet)부터 SECRID의 가죽 라인업입니다. 카드프로텍터를 기존 지갑과 유사한 구조의 가죽 덮개로 둘러 놓은 형태인데요. 덕분에 카드프로텍터를 통한 4~6장의 카드 외에도 2장의 카드와 지폐까지 휴대할 수 있습니다.

 

미니월렛과 슬림월렛의 차이는 똑딱이 버튼(스냅 버튼)이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슬림월렛은 똑딱이 버튼이 있어 형태가 잘 유지됩니다. 대신 똑딱이 버튼만큼 5mm 가량 두껍죠. 반대로 미니월렛은 똑딱이 버튼이 없어 얇긴 하지만 형태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지폐 수납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요. 지폐를 머니 클립에 끼워 넣다 보면 슬림월렛은 똑딱이 버튼이 아예 고정되지 않습니다. 미니월렛이 좀 더 많이 끼울 수는 있지만 보기 싫게 벌어지게 되죠. 슬림월렛 기준으로 10장 이내가 적당하다고 보면 됩니다. 어차피 SECRID는 카드에 초점을 맞춘 지갑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죠.

 

당연히 2장의 카드 슬롯은 RFID 차단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스키밍 범죄와 무관한 카드를 꽂고 다니면 되겠죠. 가로 폭이 카드에 딱 맞게 제작되었고, 가죽 재질이 빳빳한 편이 아니라 명함 수납은 불가능합니다.

 

가죽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데요. 네덜란드는 본래 최고급 가죽 원산지입니다. 지역 특성상 기온이 낮아 소를 실내에서 사육하고 벌레가 잘 서식하지 않는데요. 덕분에 가죽에 스크래치가 적은 편이고 가죽 자체도 질긴 편입니다.

 

SECRID는 이런 최고급 가죽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합니다. . 그 종류가 10가지에 이르는데요. 클래식한 Original부터 가죽 자체의 개성을 살린 Vintage, 악어, 도마뱀 스타일로 가공한 Nile과 Rango, 네덜란드 가죽 장인의 이름을 딴 Dutch Martin, 사피아노(Saffiano) 패턴의 Crisple, 비비드한 컬러가 돋보이는 Matte, 광택이 매력적인 Metallic과 Glamour, 남은 가죽을 재활용한 Recycled까지입니다. 여기에 가죽 별로 다양한 컬러까지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지죠.

 

 

 

최종 진화형, 트윈월렛

트윈월렛(Twinwallet)은 SECRID의 최종 진화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카드프로텍터가 두 개가 들어있죠. 4~6장의 카드 수납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평소 휴대하는 카드가 10장 정도 된다면, 적합한 타입입니다.

 

대신 컴팩트한 사이즈에 어울리지 않는 25mm의 두께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카드프로텍터부터 미니월렛과 슬림월렛은 바지 앞주머니에 넣어도 불편하지 않지만 트윈월렛은 주머니보다 가방에 넣는 쪽이 낫습니다.

 

카드프로텍터 외 구성은 2장의 카드 슬롯와 머니 클립으로 미니월렛, 슬림월렛과 동일합니다. 역시 SECRID는 카드에 초점을 맞춘 지갑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죠. 똑딱이 버튼은 슬림월렛과 달리 측면에 있는데요. 가뜩이나 두꺼운 두께를 감안한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어떤 지갑을 쓰고 계신가요?

다시 말하지만 SECRID는 카드에 초점을 맞춘 지갑입니다. 아무리 미니월렛과 슬림월렛, 트윈월렛이 지폐를 꽂을 수 있다고 하지만 10장을 넘기기는 무리입니다. 카드프로텍터는 지폐를 아예 휴대할 수 없죠.

 

그렇다고 카드 사용이 마냥 편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RFID를 차단하는 만큼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카드를 빼내야 하죠. 많은 카드를 휴대하는 경우 트윈월렛이 아닌 이상 4~6장로 추려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SECRID는 굉장히 매력적인 지갑입니다. 신뢰감과 심플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SECRID의 매력 앞에서는 몇몇 불편함은 사소하게 생각될 정도죠. 두툼한 지갑 속에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과 카드 한두 개 꽂혀 있는 것보다 SECRID가 몇 배는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빼내서 긁을 카드, SECRID의 레버를 당기세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RFID 차단
빈틈 없는 알루미늄 디자인
선택의 폭이 넓은 가죽과 컬러
주머니에 넣었는지도 모를 휴대성
현금보다 카드 사용의 강요
신언재
고르다 사다 쓰다 사이에 존재하는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