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햇살이 따뜻하다.
밖에 나가서 봄바람을 쐬자. 이왕이면 자전거로.
헬멧 따위 멋 없어서 쓰기 싫지만,
봄을 맞이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서 머리에 이걸 써보기로 했다.
헬멧인데 그냥 헬멧이 아니다.
무려 스마트 헬멧이다.

 

 

제조사인 LIVALL은 중국 기업이다.
발음은 ‘라이벌’이 아니고 ‘리브올’이란다.
인디고고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미 스마트 헬멧을 성공적으로 마감시킨 바가 있다.
중국판 가전 박람회인 ‘CE 차이나’에도 참가했던 모양이다.
참 의욕적인 자들이다.

 

 

이름은 BH60.
Bling Helmet의 약자인 듯하다.
이 모델 외에 BH100도 있다.
짐작하듯이 BH100이 조금 더 좋다.
배터리 용량도 더 크고, LED가 더 많이 달려 있어 불빛이 훨씬 화려하다.
하지만 BH60도 나 같이 라이트한 라이더에겐 충분한 헬멧이다.

 

 

생긴 건 솔직히 그저 그렇다.
흔한 자전거용 헬멧.
생각해보면 싸이클 의류나 액세서리는 딱히 예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머리만 잘 보호하면 됐지.

 

 

그래도 외모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우선 엄청 가볍다. 머리에 오래 써도 무리가 없다.

 

 

살은 폴리카보네이트, 그리고 뼈는 EPS 폼으로 여기저기 촘촘하게 메꾸고 있다.
안쪽에는 쿠션이 한 번 더 덧대어져 있어 땀을 쪽쪽 빨아준다.
탄탄하며, 폭신하다.
벨크로로 붙어있어서 여기만 떼어서 빨래를 할 수 있다.

 

 

레버로 한층 타이트하게 조이고, 턱끈도 철컥 끼워주면 아주 든든하다.
54~62cm의 머리 둘레까지 포용하는 단일 사이즈.
내 머리를 기분 좋게 딱 감싸준다.
그런데 덩치가 좀 있으신 울 아부지를 드려봤더니 머리에 안 들어간다고 아쉬워하셨다.

 

 

헬멧 아래쪽에는 스피커가 있다.
귀 바로 위에 위치한다.
스마트폰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어폰을 끼우고 라이딩을 하면 참 애매하다.
밀폐형 이어폰이라면 주위 소리가 안 들려서 매우 위험해질 수 있고,
오픈형 이어폰이라면 귀를 때리는 바람소리 때문에 음악이 파묻힌다.
스피커를 핸들에 달아버리자니 무겁기도 하고, 주위에 민폐인 것 같기도 하고.

 

 

BH60의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악의 질은 그리 뛰어나진 않다.
저음이 빵빵하진 않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느낌과 비슷하다.
하지만 충분히 맑고 가뿐한 느낌의 톤으로 목소리와 곡의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그리고 귀 바로 위에서 살포시 뿌려주기 때문에 나에게만 들린다.
안전, 에티켓, 음악 감상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다. 신난다!
쌩쌩 달리며 음악을 들어도 노래가 바람에 묻히지 않고 잘 들린다.
음악이 귀를 살포시 덮어준다. 신난다!

 

 

이제 헬멧을 뚝딱 조정해보자.
Bling Jet이라는 이 리모컨으로.
이름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별로다. 생긴 것처럼 말이지.
블링젯, 음악을 틀어줘!
흠……

 

 

Bling Jet은 스마트폰과 헬멧 사이에 블루투스로 연결된다.
음악을 재생하고, 전화를 받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구동시키고,
뒤통수에 있는 방향지시등을 켤 수도 있다.
깜빡 깜빡 깜빡, WOW!
그래서 이렇게 손가락이 닿는 핸들 쪽에 바짝 붙여 달아주는 게 좋다. 조작하기 쉬우니까.

 

 

버튼이 생긴 걸 보면 위 아래가 볼륨, 양 옆이 트랙 이동일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좌/우 버튼이 헬멧 뒤통수의 방향지시등
그리고 위 아래 버튼은 트랙 이동이다.

 

 

볼륨 조절은 여기서. 간편하다!

 

 

방향 지시등과 후미등 역할을 하는 BH60의 LED.
낮에도 생각보다 또렷하고 잘 보인다.

 

 

이제 매너 있게 깜빡이 켜고 들어간다.
벨을 함께 울려주는 센스는 물론 기본이다.

 

 

LED 불빛은 한밤의 라이딩에 특히 유용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잘 발견하고 주의할 수 있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나의 멋짐을 표현하기에도 좋다.

 

 

머리가 번쩍번쩍!
배터리도 꽤 오래 간다.
한 시간 넘게 충전하면 10시간 정도는 쓸 수 있다.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떠날 것도 아니니 충분히 안심이다.

 

 

LIVALL 전용 앱도 필수다.
기본적으로 트래킹과 주행기록을 측정해서 관리를 할 수 있고,
같은 헬멧을 쓰고 있는 동료와 워키토키 방을 만들 수도 있다.
방향지시등의 깜박이는 방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헬멧 전용 앱 치고는 상당히 많은 기능과 설정이 담겨 있다.
Strava를 많이 써왔지만 이 녀석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달리다가 풍경도 사진으로 하나 남겨주고…

 

 

라이딩에 취한 멋진 내 모습도 하나 담아준다. 크으.

 

 

안전하고, 쾌적하고,
신나고, 편리해진 라이딩.
헬멧만 썼을 뿐인데 뭔가 많이 바뀌었다.
그럼 결론을 내려볼까.

 

 

장점
– 안전하다. 주행에 헬멧은 필수!
– 가볍다. 머리는 가벼워야 한다!
– 뒤통수에 후미등, 방향지시등이 있다. 리모컨으로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 귀 바로 위에서 음악을 들려준다. 달리면서 들어도 음악이 잘 들린다!
– 전용 앱이 꽤 유용하다. 많은 기능들이 담겨 있다.
– 배터리 걱정이 별로 없다.
단점
– 비싸다. 당연하다.
– 디자인이 특출나진 않다.
– 머리가 큰 편이라면 약간 압박감이 느껴질 수 있다.

 

 

LIVALL BH60의 가격은 10만원 후반대.
보통 헬멧의 몇 배는 되지만 그래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겨울 내내 쪼그라들었던 타이어에 다시 바람을 넣어주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트랙을 달리는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라이딩의 부족했던 부분을 전부 채워주는 든든한 헬멧이다.
얼른 또 타러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