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으로 어떻게 어떤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전문적인 컴퓨터 작곡 프로그램도 있겠고,
아이패드의 개러지 밴드로도 가볍게 연주를 하고 녹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고 이상한 물건이 그 틈을 비집고 나타났다.
손쉽게, 하지만 퀄리티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제품.
ROLI BLOCKS 라는 녀석. 한 마디로 미니 사운드 컨트롤러다.

 

 

이건 Lightpad Block이라는 본체다.
톡톡 팡팡 두드리면서 연주를 할 수 있다.
누를 때의 힘에 따라 소리의 강약 조절도 되고,
좌우로 문지르면 높낮이가,
상하로 문지르면 음의 세기가 확 달라진다.
새로운 개념의 디제잉이라고 할까.

 

 

한 가지 반전이 있다면 누르는 즉시 소리를 뿜어낼 것처럼 생겼지만, 아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iOS 기기에서 나온다.
묵직한 음질을 위해 헤드폰이나 스피커도 함께 연결하면 더 좋다.

 

 

우레탄 코팅으로 마감된 실리콘의 폭신한 표면에 손가락이 보드랍게 찰싹 붙는다.
손이 닿으면 LED 불빛으로 응답한다. 반짝이는 물건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추가 구성품은 Loop Block.
레코딩 컨트롤 모듈이다.
녹음을 하거나, 그 루프를 겹겹이 쌓거나,
소리의 박자가 정확해지도록 정렬해주는 등의 조작을 쉽게 도와준다.

 

 

그리고 또 다른 컨트롤 모듈인 Live Block.
이건 퍼포먼스 컨트롤을 맡는다. 연주의 맛을 더 살려준다고 할까?
옥타브나 서스테인 조절, 그리고 단음 대신 코드를 재생하고 음계 스케일을 휙휙 넘길 수 있는 등.
Loop Block이 모범생 같은 일을 하는 녀석이라면
Live Block은 더 자유분방한 느낌의 모듈이다.

 

 

자석의 힘으로 서로 이리저리 마음대로 붙일 수 있다.
이게 바로 근래에 유행하는 모듈형 디자인!

 

 

이렇게 저렇게 마음대로 찰싹찰싹.
아무렇게나 붙여도 된다. 아주 편하다.
괜히 치덕치덕 붙였다 뗐다 갖고 놀게 된다.
본체의 충전은 USB-C로 하고, 컨트롤 모듈은 그저 Lightpad Block에 붙여 놓으면 된다.

 

 

컨트롤 모듈의 기능들은 앱 안에도 들어있다.
앱에서 훨씬 세밀하게 조절을 할 수 있지만,
패드에 모듈을 바로 붙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조작성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아 참, 전부 따로 사야 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본체인 Lightpad Block은 필수. 모듈이 고민된다면 진리의 ‘둘 다’.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그냥 앱으로 조정하자.

 

 

ROLI BLOCKS의 앱 이름은 NOISE다. 왜인지 이해는 안 간다.
이왕이면 아이폰보다는 화면 넓은 아이패드와 연결하는 게 더 편하다. 멋도 있고.
진정한 뮤직 피플로 거듭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후에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1단계 : 그냥 마구 누르고 문질러본다.
소리가 난다. 종류도 많다. 재미있다. 신기하다.

 

 

2단계 : 또 다른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ROLI BLOCKS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은 EDM 같은 테크노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기본으로 들어있는 사운드 팩도 앰비언트 뮤직의 느낌이 강하다.
대체로 몽환적이고 오묘한 분위기다.
잠이 올 거 같으니, 번들 다운로드 페이지에서 다른 신나는 걸 받기로 한다.
EDM과 덥스텝 팩으로는 클럽 노래를 만들 수도 있다!

 

 

3단계 : 애물단지냐, 꿀단지냐.
그냥 뚱뚱땅땅 쳐대기만 하면 노래가 완성인 줄 알았으나 그건 아니었다.
루프를 레코딩하고, 효과를 주고,
소리를 정돈하고,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에는 연습과 적응이 필수다.
음악적인 센스를 갖고 있다면 속도는 빨라진다.
참… 세상에 쉬운 거 하나 없다.

 

이제 기로에 서게 된다.
조작의 어려움에 흥미를 잃고 책상 서랍에 처박을 것인가,
음악 창작에 대한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며
EDM 아티스트로 도약할 준비를 마칠 것인가.

 

 

감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들을 참고해본다.
제목에 First performance라고 해서 봤더니,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다.
혹은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난 이후의 ‘첫 녹화’ 영상이거나…
모듈의 스위치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터치와 슬라이드로 소리를 만들어 쌓아가는 능숙함이 부럽다.

 

 

그래서 나도 도전해보았다.
나는 악보를 볼 줄도 그릴 줄도 모르는 음악 문외한이지만
노래 듣는 걸 누구보다 좋아한다.
일전에는 뮤직 키보드로 ‘아츄’ 인트로를 독학해서 연주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걸 찍기 위해 이틀을 연습했다.
휴, 창작의 고통이란…

 

 

처음 이 녀석을 만났을 때 막막하기만 했던 마음에는,
손길이 익어가면서부터 봄 햇살이 내리쬐는 것 같았다.
전자 음악을 주무르는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더 심오한 작곡의 세계는 과연 어떨까?
나도 노래 하나 만들어 빵 터뜨려서 매년마다 연금처럼 타 먹으며 살고 싶다.

 

 

그러니까, 결론

ROLI BLOCKS가 아무리 쉬운 미디 컨트롤러라고 해도
음악에 조예가 없다면 처음엔 결코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없다.
패드를 두드릴 때 강약조절이 은근히 힘들어 손가락도 아프다.
하지만 타격하는 손맛과 LED 빛의 활홀한 매력,
그리고 내가 뚱땅땅 빠밤빰빰 만들어내는 전자음의 조합이 주는 감동은 대단하다.

 

 

장점
– 화려한 불빛, 시크한 디자인
– 철썩 붙일 수 있는 쉬운 연결
– 여러 대가 있다면 확장을 마음껏 할 수 있다.
– 신명 나는 터치와 재미있는 슬라이드 연주, 강약 조절
– 수많은 사운드 샘플들과 번들팩
– 보고만 있어도 EDM 정복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 발산
단점
– 음악을 주무르기 위한 진입 장벽이 있다. 인터페이스에 적응이 필요하다.
– 만들 수 있는 노래의 장르는 테크노, 앰비언트풍으로 한정적이다.
– 오로지 iOS 기기만 지원한다. 안드로이드는 추후 지원 예정이라 함.
– iOS 기기에 헤드폰 혹은 스피커를 연결해야 연주하는 맛이 제대로 난다.

 

 

가격은 Lightpad Block이 24만원.
컨트롤 모듈이 하나에 12만원.
3개를 전부 산다면 48만원이다.
살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일단 손에 넣고 가치는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본다.
이 정도의 만듦새와 매력을 가진 기기라면,
무한한 음악적 재능을 재미있는 방법으로 실현하기에 충분하다.
단,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진입 장벽의 장애 존재
풍성한 사운드 샘플과 번들
음악 업계 종사자가 좋아할 확률
패드와 모듈의 확장성
박세환
여러분의 잔고를 보호하거나 혹은 바닥낼 자신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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