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취미에 빠지면 집 하나 날리는 건 우습다는 말이 있다.
2천만원이 넘는 ‘오디오 케이블’을 본 적도 있다.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려면 한도 끝도 없을 거다.
그래도 지금 내 상황에서 더 좋은 음질의 노래를 감상하고 싶을 때,
아마도 도전할 수 있는 건 이어폰이나 헤드폰 교체
그리고 고음질 플레이어와 포터블 앰프 정도가 아닐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여러 음악을 간단하게 듣는다.
워크맨에 카세트 테이프를 바꿔 끼우고 CD나 MD를 갈 던 그 때는 대체 어떻게 다녔을까?
어쨌든 이런 편리함에 고음질까지 놓치고 싶지 않으니 이제 포터블 앰프에 눈이 많이 간다.
ZuperDAC 3.0 AUDIN, 이 녀석은 소리를 어떻게 바꿔줄까?

 

 

 

 

장점
– 작고 가벼운 휴대성
– 배터리가 없는 편리함
– 훨씬 생생해지는 소리의 현장감
– 소리가 뭉치지 않고 깔끔해지는 높은 분리도
– 컴퓨터나 스마트폰, 어디든 사용할 수 있는 포용력
단점
– 작동 시 약간의 발열
– 스마트폰에 연결할 경우 배터리 광탈
– 아이폰에 연결할 때는 카메라킷 필요
– USB-C 케이블 부재

 

 

라이터가 생각난다.
크롬캐스트도 생각난다.

 

 

작고 가볍다.
알루미늄의 차가운 느낌이 좋다.
세로로 죽죽 그어진 헤어라인도 멋있다.
아직 안 들어봤지만 왠지 소리를 시크하게 바꿔줄 것 같다.

 

 

위에는 마이크로 USB 5핀 단자가 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3.5mm 단자가 있다.
소리를 디지털로 받아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것.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 DAC!

 

 

마이크로 USB 단자가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이렇게 꽂으면 된다.
아이폰에 꽂으려면 카메라킷을 연결해줘야 한다.
이런…

 

 

혹은 이렇게 컴퓨터에 USB로 연결할 수도 있다.
노트북에서 들리던 밍숭맹숭한 노래들에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긴 것 같다.

 

 

머리와 발에 실리콘 밴드를 끼워줄 수도 있다.
이리저리 흔들흔들 미끄러지지 않게.
흠집 나지 않게.

 

 

눈이 큰 미녀가 도수 높은 안경을 쓰듯
외모가 좀 떨어지는 게 단점이긴 하다.

 

 

이 물건에 관심이 생기는 사람에게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역시 이어폰이나 헤드폰부터 바꿔보는 것.
별 생각 없이 번들 제품을 쓰고 있었다면
최소 10만원 이상을 투자해보자. 귀가 맑아질 것이다.
20만원을 투자하면 훨씬 감성이 풍성해질 것이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혼나겠지?

 

추천하고 싶은 제품을 몇 가지 꼽자면,
최근에 써봤던 오픈형 헤드폰인 1MORE H1707.
이어폰이라면 온쿄의 E900M. 이건 좀 비싸다.
좀 더 저렴한 현실적인 제품이라면 AKG N20.
그러고 보니 참 여러 제품들을 들어봤었구나…

 

 

MP3보다는 고음질 음원 파일을 찾아서 담자.
갖고 있는 음악 CD를 컴퓨터에서 Flac 파일로 바꿔도 되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돈 주고 사도 된다. Flac 혹은 DSD.
사실 들어서 이 파일들을 구분해내기는 아주 어렵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기본 자세부터 이렇게 바꿔보자.

 

‘이건 CD보다 음질이 좋은 24bit/192KHz 해상도의 Flac 파일이야!
역시 대단하다!’

‘Flac보다는 역시 DSD128 포맷이지.
이 현장감과 깊이, 역시 좋은 고음질은 달라. 다른 것 같아.
분명히 다른 게 느껴지는 것 같다!’

 

 

ZuperDAC 3.0 AUDIN, 이 포터블 앰프는
기기 수치적으로 32bit/384KHz, DSD128의 고해상도 음원 재생까지 지원한다.
왠만한 고음질 음원 재생은 상당수 소화해낼 수 있다는 얘기겠지.
출력도 높여주며, 밋밋했던 소리에 박력을 더하고 훨씬 깔끔하게 닦아준다.

 

고음질 음원 재생을 처리하는 부품 중에는 칩이 단연 중요하다.
이 녀석이 탑재한 DAC칩은 ESS SABRE ES9018Q2C라는 물건이다.
ESS는 DAC으로 유명한 곳. LG V20에 들어간 칩을 만든 그곳이다.
ES9018은 모바일 기기 등을 위한 저전력 설계로 만들어진 라인업.
물론, 귀로 들어서 칩을 판별할 수는 없다.
칩에 따라 음질의 레벨이 정확하게 갈리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귀에서 다짐했던 그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넘어가자.

 

‘이건 꽤 엄청난 칩을 담은 앰프다!’

 

 

상쾌하고 심오해진 음질의 노래를 쭉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재킷을 한 장 두 장 넘기고
알맹이가 돌아가는 장면을 눈으로 보며 음악의 감성에 취했었다면
이제는 음질을 따져가며 노래를 듣는 시대인 건가.
귀로 음악을 듣는 걸까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 걸까.

 

 

앞면에서 반짝이는 LED는 음원 종류에 따라서 빨간색이 되었다가 파란색이 되었다가 하얀색이 되기도 한다.
이 불빛을 보며, 여기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하얀 불빛, 이건 DSD64 포맷이군.
DSD128보다는 못하지만 역시 생생한 소리의 질감이야!’

 

 

ⓒTurntableLab.com

메탈리카의 정규 4집 앨범 ‘…And Justice For All’.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이 1986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새로운 베이시스트인 제이슨 뉴스테드가 가입하고 나서 만들어진 앨범.
하지만 기존의 멤버들은 전 멤버에 대한 그리움을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했다.
제이슨 뉴스테드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며
심지어는 그가 연주한 베이스 파트 음량을 아예 없애다시피 낮춰버린 거다.

 

 

뭐야 이거 베이스 어디 갔어…?
4집의 노래들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우면서
무언가 텅 빈듯한 소리의 연속이다.
세월이 지나 아무리 리마스터링을 거친 재발매판이 나와도 공허하기만 하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이미 메탈리카의 팬들이
제이슨 뉴스테드가 연주한 베이스 음량을 키우고
새롭게 마스터링한 음원을 많이 올려놓았다.
And Justice For AllJason!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아주 칭찬해.
같은 노래지만 인상이 완전히 새롭게 달라진다.
이 상태로 CD도 재발매 해줬으면 좋겠다.

 

 

ZuperDAC 3.0 AUDIN을 연결하고 들었던 노래들은
팬들이 리마스터링한 메탈리카의 4집을 생각나게 한다.
그저 둥둥 웅웅거리며 노래 안에서 작게 울려대던 저음이
진정 살아 꿈틀대는 그런 느낌이다.

 

악기 소리마다의 분리감도 깨끗하고,
훨씬 넓어진 듯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 같은 공간감도 대단하다.
고음질 음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어떤 소리라도 아주 맛깔나게 닦아서 들려준다.

 

 

스마트폰과 함께 들고 다니기는 번거롭긴 하다.
하지만 참자.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꽂는 순간부터 배터리 소모도 상당하다.
그러나 참자.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오래 듣고 있으면 슬슬 뜨끈해지기도 한다. 여름이 오는 게 싫어질 것 같다.
그래도 참자. 좋은 음질을 위해서는.

 

 

예전처럼 음악에 추억을 담아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까?
노래는 많고 시간은 없고 조금만 듣고 앞으로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음질 하나하나를 분석해 듣는 재미를 느끼며 다시 시작해본다.
이미 들었던 노래도 다시 새롭게 들려주는 기특한 녀석, ZuperDAC 3.0 AUDIN.
가격은 17만원선. 근사한 이어폰이나 헤드폰 하나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아직 번들 이어폰을 그냥 쓰고 있다면 이어폰부터 새로 장만한 뒤, 그 다음은 이 포터블 앰프를 노려보자.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노래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인상적이다.
분명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평소와 같이 인터넷을 휘적거리다 뉴스를 봤다.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고음질 Flac 파일의 상당수가 뻥튀기란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할 때 주파수 대역이 대부분 CD규격에 맞춰져 있는데,
이를 수치만 높인 파일로 컨버팅해서 팔아왔다는 것. 왜 몰랐을까.
하긴 귀로 듣고 알았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실체를 알게 된 이상 마음에 남아있는 찜찜함은 어쩔 수 없지만
ZuperDAC 3.0 AUDIN이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를 들으며 힐링해본다.
어쨌든, 스트리밍 업체는 각성하라.

시크 디자인
부담 없는 휴대성
정돈된 저음, 풍성한 양감
악기 분리도와 해상도 상승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