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외마디 외침과 함께 초록색 병 안에 있는 물을 쏟아버렸다. 가게에서 고른 우아하게 생긴 병에 담긴 음료를 마신 후였다. 라임이 그려졌댜는 이유로 무턱대고 고른 페리에가 화근이었다.

 

첫사랑과 함께 걸으며 마셔본 탄산수의 기억은 톡 쏘는 탄산만큼이나 풋풋하고, 한편으론 강렬한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하나 더. 7년이 지난 지금, 에디터는 탄산수를 매번 두어 상자씩 인터넷으로 주문해 마신다. 이게 이렇게 좋아질 줄은 몰랐지. 역시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탄산수를 좋아하는 건 좋은데 문제가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탄산수를 두어 박스씩 주문하려니 통장 잔액도 잔액이거니와 매번 무거운 물을 이고 지는 택배기사님의 허리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렴하게 탄산수를 즐길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 이젠 직접 만들어 마시는 수밖에.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과 함께 동거를 시작했다.

 

 

SODASTREAM, 넌 너무 예뻐

탄산수를 만드는 기계가 소다스트림만 있는 건 아니다. 물에 탄산을 넣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조금만 찾아보면 다양한 곳에서 만든 탄산수 제조기가 있다.

 

그런데 왜 소다스트림일까? 아마 탄산수 제조기하면 ‘소다스트림’이 떠오를 정도 유명해서가 아닐까?
올해로 113년이나 된 소다스트림은 이미 1955년 세계 최초로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를 생산했다.

 

 

전통있는 역사에도 솔깃했지만, 정작 소다스트림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예쁘니까. 직선과 곡선, 부드럽지만 강력한 탄산의 조화는 볼 때마다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도대체 이런 예쁜 기기는 누가 만든 거람? 자꾸 사고 싶어지게….

 

소다스트림 시리즈는 스위스의 산업 디자이너 이브 베하(YVes Behar)와 함께한 컬래버레이션 결과물이다. 이브 베하가 낯설다고? 최근에 삼성전자와 협업한 디자이너라고 하면 조금 익숙할까? 탄산수를 만드는 냉장고가 이브 베하의 작품이란다.

 

 

이브 베하의 디자인은 치밀하고 현대적인 감성 디자인의 결정체라고 한다. 그래, 그정도는 돼야 선택한 보람이 있지. 감성 디자인의 결정체를 한참 보다가 결국 소다스트림 소스(Sodastream Source)를 선택했다. 가장 잘 팔린다는 이유를 듣고서다. 합리적인 가격도 한 몫을 했다.

 

 

어떻게 쓰지?

 

탄산수 만드는 모습은 실컷 보고 정작 어떻게 해야 탄산수를 만들 수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실린더, 소다스트림 본체, 탄산수 제조병을 두고 이리저리 씨름을 했다.

 

요령을 아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뒷면을 열고 실린더가 들어갈 구멍에 맞춰 실린더 뚜껑을 열고 돌려 끼운다. 그걸로 모든 준비는 끝. 이제 평평한 곳에 두고 탄산수를 뽑기만 하면 된다.

 

 

 

톡 쏘는 탄산이 내 맘을 톡 쏴

경고문이 잔뜩 적혀있는 설명서를 보면 ‘뭔가 잘못 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몇 번 쓰다 보면 지켜야 할 당연한 내용 뿐이다.

 

그래도 조심조심 설명서를 따라 탄산수를 만들어봤다. 에디터는 소심하니까. 시원한 물을 전용병에 표시된 만큼 담아준다. 덜 담아도 되지만, 더 담진 말란다. 몇 번을 덜고 더해가며 꼭 알맞게 물을 채웠다.

 

 

소다스트림 탄산 주입구에 전용 병을 맞춰 끼워준다. 따로 돌릴 필요 없이 입구만 맞춘 다음, 살짝 밀어주면 알아서 고정된다.

 

 

그다음 탄산 주입부를 아래로 밀어 누른다. 쿠콰콰! 하는 탄산 주입 소리에 깜짝 놀라 손을 떼기도 했지만, 이내 금세 익숙해진다. 전면 LED 표시등을 보는 여유도 생겼다. 전면 LED 표시등에는 탄산 주입량에 따라 탄산 정도가 표시된다.

 

 

원하는 강도가 될 때까지 주입부를 눌러 탄산을 넣었다. 한 번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두 번 넣어도, 세 번 넣어도 된다. 다만, 삐-! 하고 경고음이 들리면 이제 슬슬 그만하라는 소리다.

 

탄산 주입이 끝나면 주입부를 위로 끝까지 올린다. 푸쉬-하고 병 안에 남아있던 가스가 밖으로 나온다. 가스가 모두 빠지면, 병을 꺼내 탄산수를 즐기자.

 

 

퓨즈라고 불리는 전용 용기는 탄산을 집어 넣는 과정에서 생기는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게 제작했고, 특수 밀봉마개를 써서 탄산수를 2~3일 보관해도 탄산을 유지할 수 있단다. 어쩐지 생긴 게 비범하게 생겼더라. 인체에 유해한 비스페놀 A 성분이 없는 BPA Free 제품이라고 하니 탄산수를 만들어 넣고 그때그때 즐기면 되겠다.

 

단, 높은 압력에 견딜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만큼 사용 기한이 정해져있다. 약 4년 동안 쓸 수 있으며, 퓨즈에 적힌 사용 기간이 지나면 즉시 폐기하고 다른 퓨즈를 쓰는 게 좋다.

 

 

신나게 탄산수를 집어넣고 세수도 해보고, 생선이나 고기에 담가 잡냄새도 잡아보고, 밥 지을 때 넣어 윤기가 흐르는 밥도 지어봤다. 그러고 나니 슬슬 실린더에 남아있는 탄산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실린더 하나에는 약 60리터의 탄단수를 제조할 수 있는 탄산이 들어있다고 한다. 퓨즈 하나에 1리터 정도의 물을 담을 수 있으니 퓨즈 60개를 마시는 동안 탄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흥청망청 써도 된다. 신난다.

 

 

만약 실린더에 탄산이 모두 떨어졌으면 어떻게 할까? 그럴 때는 가까운 소다스트림 매장에서 교환하거나 고객센터(1661-0016)로 전화 주문, 혹은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빈 실린더와 새 실린더를 맞교환해준다고 한다.

 

리뷰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방금 만든 탄산수를 마셨다. 밍밍한 맛이 싫다면 유자청이나 전용 시럽을 타 마셔도 좋다. 소다스트림에서는 전용 시럽인 에이드 믹스도 준비해놓고 있다.

 

 

100% 유기농으로 만든 엘더 플라워(Elder Flower), 블랙 커런트(Black Currant), 라임(Lime) 바이오 시럽 3종과 탄산수에 꼭 어울리는 일반 시럽, 라임 바질(Lime Basil), 그린 애플 큐컴버(Green Apple Cucumber), 레드 애플(Red Apple), 레모네이드(Lemonade), 피치 만다린(Peach Mandarin) 5종까지 총 8종의 시럽이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마시자.

 

 

탄산수를 입 안에 머금었다. 미세한 탄산 기포가 입 안을 훑고 지나간다. 한모금을 마시니 목 뒤로 짜릿한 탄산이 넘어가고, 이내 입 안에 상쾌함이 남는다.

 

입안에서 스러지는 탄산을 즐기며 탄산수를 마셨다. 그시절 우리가 어색하게 마셨던 그때의 그 맛과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탄산수의 맛도, 그시절 나의 서투름도.

미려한 디자인
간편한 제조 방법
조절 가능한 탄산 세기
저렴한 유지비용
다양한 전용 시럽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