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야, 또 고장 났어?

 

아이폰을 사용한 지도 어느새 6년.
그동안 참 많은 충전 케이블이 내 손을 거쳐 갔다.
그런데 하나같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운명을 다했다.
딱히 험하게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느새 충전이 됐다, 안 됐다 하더라.

 

 

까짓것 새로 하나 사자

 

애플 리셀러 매장에 들렀다.
무슨 케이블이 2만원을 넘는다.
그렇다고 호환 케이블들이 싼 것도 아니다. 배춧잎 한 장은 기본.
옆 동네 안드로이드 쓰는 친구들은 케이블 따위 돈 주고 사본 적이 없다는데…
결국 정품 케이블은 엄두도 못 내고 값싼 케이블만 골라 쓰기 시작했다.
다이소느님이 없었다면 안드로이드로 교체를 심각하게 생각해 봤을지도.

 

그러던 중 Energea NyloTough Charge Cable이란 녀석을 만났다.
건방지게도 이름에 Tough가 있다.
남중과 남고를 나오고 다행히 공대는 안 갔지만, 군대는 다녀와서 ‘센 척’하는 녀석들 많이 봤다.
이름에 당당히 Tough를 넣고 다니는 이 케이블도 그런 녀석들 중 하나겠지.
일단 한 번 써보기로 한다. 마침 충전 케이블이 필요하던 참이거든.
정말 Tough인지, ‘센 척’인지, 실체를 확인한다.

 

 

장점
– 무엇보다 튼튼하다.
– MFi 인증을 받았다.
– 충분히 길고(150cm) 충분히 짧다(16cm)
단점
– 연결부가 두껍다.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의 종류는 세 가지.
150cm짜리 라이트닝 케이블과 2in1 케이블 그리고 16cm짜리 2in1 케이블.
대부분 케이블이 90cm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길고, 충분히 짧은 수준이다.

 

2in1 케이블은 마이크로 USB를 기본으로 그 위에 라이트닝 젠더를 꽂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보조배터리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충전하려면 두 가지 케이블을 다 들고 다녀야 했는데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된다.
귀찮게 젠더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딱 달라붙어 있어서 집에 두고 나올 일도 없다.
가뜩이나 챙겨야 할 것 많은 현대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16cm짜리는 보조배터리와 함께 손에 들고 다닐 때 유용하다.
케이블 길이가 애매하면 보조배터리를 가방에 넣거나 케이블을 돌돌 말아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게 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보다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요즘 포켓몬고 때문에 배터리가 남아날 날이 없는데 뜻밖의 수확을 거뒀다.
나이스.

 

150cm짜리는 다방면으로 사용하기 편하다.
아무래도 모자라는 것보단 남는 게 나을 테니까.
남는 케이블은 스트랩으로 고정하면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다.
밸크로 재질로 만든 스트랩이라 고정력도 좋다.
무엇보다 못생기지 않아서 좋다.
책상 서랍 한구석에 버려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못생기면 살기 힘든 세상이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Tough? 혹시 내가 아는 그 터프?

이름에 왜 Tough가 들어가는지 알아볼 차례다.
굵기도 굵기지만, 일단 잡는 느낌부터 나쁘지 않다.
마치 팔씨름 잘하는 사람의 손을 잡는 느낌이다.
손을 잡자마자 내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거다.
딱 그 느낌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만으로도 보통 튼튼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증 전문 기관 SGS의 테스트 결과 30kg도 거뜬히 버텼다고 하는데…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봤다.
거짓말을 거짓말처럼 하지 않는 세상인데 이 정도는 실험해봐야지.
12kg짜리 케틀벨을 매달고 이리저리 흔들어봤다.
끄떡도 안 한다.

 

내친김에 15kg짜리 바벨 플레이트 2개를 매달아봤다.
이번에는 손으로 들지 않고, 기구에 매달았다.
내가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손이 너무 아파 도저히 들 수가 없더라.
케이블 대신 내 손이 먼저 사망할 뻔했다.
어쨌든 30kg를 매달았는데도 거뜬히 버틴다.
차마 정품 케이블로는 실험해볼 수 없었다.
소중한 정품 케이블은 박스 속에 고이 간직하는 거라고 배웠다.

 

사실 단선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부위는 케이블 한가운데가 아닌 연결부다
정품 케이블의 경우 이 부분이 사정없이 약하다.
오래 쓰면 갈라지고 튀어나오고 난리도 아니다.
그런데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은 뻣뻣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놀자고 불러내도 절대 나오지 않는 집돌이 친구 같은 느낌이다.
작정하고 덤벼야 그나마 조금씩 움직인다.
이 정도면 일상적인 사용만으로 고장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게다가 패키지에 보증기간 5년이라고 떡하니 붙어 있다.
마치 5분 안에 다 먹으면 10만원 준다는 식당 같은 패기가 느껴진다.
‘어디 한 번 고장 내보시지. 그런데 5년으론 힘들걸?’ 같은 거만함도 느껴진다.
막연히 ‘센 척’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이쯤 되니 5년 동안 마음 놓고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굉장한 녀석이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든든한 만큼 두껍다.
정품 케이블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케이스 구멍 크기에 따라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면 뭐하나.
충천할 때마다 케이스 벗겨야 한다면 그건 그거 나름의 고역일 텐데.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을 쓰려면 케이스 구멍 크기를 잘 확인해야 한다.

 

MFi 인증은 당연한 것

MFi(Made For iPhone)인증이란 게 있다.
애플이 인정한 액세서리에 붙는 마크인데 케이블들의 가격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MFi 인증이다.
단순히 충전만 할 거라면 MFi 인증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물론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은 MFi 인증을 받은 것이다.
충전은 물론 데이터 통신 또한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천년만년 쓸 수는 없겠지만

Energea NyloTough 충전 케이블을 만든 사람은 분명 아이폰 유저일 거다.
아이폰 유저가 아닌 이상 이렇게 아이폰 유저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렇게나 막 써도 될 것 같은 튼튼함에 먼저 안심하고, 보증 기간 5년에 한번 더 안심한다.
게다가 2in1 모델을 선택하면 보조배터리나 블루투스 이어폰도 케이블 하나로 충전할 수 있다.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고마운 기능만 가졌음에도 가격은 1만원 중반대.
아이폰 유저라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다.
천년만년 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다음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진 안심하고 쓸 수 있지 않을까?

라이트닝 케이블치고는 적당한 가격
스마트폰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내구성
지나치다 못해 넘쳐 흐르는 보증기간
케이스에 따라 달라지는 호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