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데 쓸모없네….

 

며칠 동안 애니터치 블루(AnyTouch Blue)를 써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생소한 이름과 생소한 기기. 가격도 큰 부담 없는 2만원대 후반. 하지만 이래 보여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목표액의 3배 이상을 끌어모은 아이디어 상품이란다.

 

처음 받았을 때의 생소함, 그리고 ‘이걸 어디에 쓰나….’하고 시작한 고민, 그리고 지금까지. 3아이웨어(3IWare)의 애니터치 블루를 살펴봤다.

 

 

 

장점
– 가격이 저렴해 쓸모없는 걸 샀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 귀찮음을 달래준다.
– 문명의 이기로 불편함을 극복한 느낌이 든다.
– 쉽게 설치하고,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
단점
– 뭔가 사기당한 느낌이 드는 디자인
– 한 번 더 사기당한 느낌이 드는 조악한 UI
– 귀찮은 일 안 하려고 용쓴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 뭔가 쓰임새를 만들지 않으면 딱히 쓸 데가 없다.
– 지원하는 기기가 제한적이다.

 

 

 

이거 뭔가 사기당한 거 같은데?

뭔가 허술한 패키지를 손에 들어보고 말했다. 정말 이게 완성품이 맞나? 과장을 조금 보태서 장롱에서 발견한 256MB USB 메모리 스틱이라고 쥐여줘도 아마 믿었을 것이다.

 

뻑뻑한 패키지 상자를 열고 간단한 제품과 설명서를 꺼내니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세계 최초 개발된 제품이라고 하는데… 뭔가 속은 느낌이 든다.

 

뭔가 로고가 있을 것 같은데 없다. 하얗고 특징 없는 USB 스틱. 이게 정말 스마트폰을 USB 입력장치(HID)로 만들어준다는 걸까? 수상한 상점에서 ‘일단 써보면 안다’며 미지의 아이템을 사온 느낌이다. 가격도 2만원 남짓으로 그리 비싸지 않아서 더 속은 느낌이다.

 

 

 

미심쩍긴 하지만 일단 앱을 받아보자…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내려받았다. AnyTouch Blue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앱이다. 앱을 켜봤다. 여타 설명 없이 황량한 앱이 반긴다. 뭔가 다양한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 알 수 없다. 또 속은 느낌이 든다.

 

아무런 설명 없는 앱. 앱의 UI는 조악하다. 모든 걸 아이콘만으로 설명한다. 아이콘이 실제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도움말 아이콘을 간신히 찾아서 설명을 확인했다.

 

무성의한 슬라이드가 반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슬라이드를 두 손가락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다는 것. 아이콘이 너무 많아서 이해하긴 쉽지 않다.

 

 

 

정말 미심쩍지만, 일단 써보자…

의심스러운 마음을 한껏 안고 애니터치 블루를 노트북 USB 단자에 연결했다. 초록색 불이 깜빡인다.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연결 버튼을 눌러 애니터치 블루를 연결하면 된다.

 

초록색이었던 불빛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기기에 따라 보라색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연결된 거란다. 시험 삼아 화면을 손가락으로 쓱쓱 쓸어본다. 어?

 

작동이 되잖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마우스 커서가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내친김에 다른 기능도 실행해본다. 파워포인트를 실행하고 슬라이드쇼를 켠다. 손짓 한 번에 슬라이드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거… 꽤… 제법인데?

 

그럼 이제 이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선 프리젠테이션에 쓸 수 있겠지

 

스스로 ‘무선 프리젠터의 미래’라고 부르는 만큼 애니터치 블루는 프리젠테이션에 적합한 제품이다. 컴퓨터에 연결하고 파워포인트를 띄운다. 그리고 센스있게 스마트폰을 눌러주면 된다.

 

무선 프리젠터는 단순히 다음, 이전, 레이저 포인터 기능만 된다면 애니터치 블루는 마우스를 직접 움직여 클립아트나 링크를 클릭할 수도 있다.

 

 

자이로 센서로 커서를 조작하고, 볼륨 버튼으로 슬라이드를 넘기고, 프리젠테이션 제한 시간도 설정할 수 있다.

 

막상 써보면 기능 키는 뭔가 많으나, 프리젠테이션에서 실제로 쓰는 키는 제한적이다. 무선 프리젠터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추긴 했으나 큰 장점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그래! 리모컨!

 

애니터치 블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끝에 나온 건 리모컨 대용. 종종 PC와 TV를 연결해 영화를 감상하는데, 큰 화면으로 볼 수는 있지만 여러모로 귀찮은 일 투성이었다.

 

재생이야 파일을 틀자마자 소파로 간다고 치자, 중간에 주전부리 챙기러 갈 때 일시 정지나, 갑작스러운 알림, 오류로 꺼지는 플레이어, 다음 파일 재생 등 소파에 있다가 TV 앞으로 달려갈 일이 너무 많았다.

 

 

애니터치 블루를 쓰면 이런 귀찮음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마우스는 물론이거니와 키보드도 지원하므로 컴퓨터가 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문제없이 모든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어 우아하게 일시 정지를 누르고, 팝콘을 들고 자리에 앉아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단지 애니터치 블루를 연결만 하면 되니 다른 원격 조종 앱과는 다르다.

 

 

키보드, 그리고 다양한 숏컷을 지원한다. 하지만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단축키가 다른 탓일까? 미디어 플레이어용 단축키는 없다. 이쯤 되니 단축키를 따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싶다.

 

그렇다면 스마트TV에선 어떨까?

 

내친김에 스마트TV에서는 제대로 작동할지 확인해봤다.

 

나온다. 손짓에 따라 스마트TV에서 마우스 커서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스마트폰을 쓸어서 커서를 조절하거나 자이로 모드를 열어 자이로 센서를 통해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터치로 클릭이 되지 않아 이리저리 만져봤으나 다행히 IE 숏컷 모드에서 클릭을 인식한다.

 

내친김에 함께 있던 IPTV 셋톱박스에도 연결해봤으나 여기서는 인식하지 않았다. 단축키 학습 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나쁘진 않은데…

며칠동안 여기저기 USB 단자만 보이면 일단 애니터치 블루를 끼워 넣었다.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해보고, 신기함을 다른 사람과 공유했다. 그리고 모든 것에 득도한, 이른바 현자타임이 왔다. 애니터치 블루를 서랍에 넣었다.

 

단순하다 못해 투박한 외관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이리저리 쓰다 보니 결국 용도는 두 가지였다. 무선 프리젠터 혹은 TV에 연결한 컴퓨터 조작.

 

TV에 컴퓨터를 연결해 조작하는 사람이 크게 많지 않음을 생각하면 프리젠테이션이 잦은 사람이 무선 프리젠트를 쓰는 대신에 선택하기 좋은 액세서리로 남는다. ‘무선 프리젠터의 미래’라는 표현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온다.

 

프리젠테이션을 자주 할 일도 없고, 어쩌다 가끔 PC와 TV를 연결해 영화를 보다 보니 자연스레 애니터치 블루는 언젠가를 기약하며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쓸모없는 지름이라는 생각도 덜었다. 언젠가 필요한 도구를 손에 넣었다고 만족하기로 했다.

제품 디자인
앱 디자인과 편의성
제품을 쓰면서 나아진 생활
저렴한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