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초인종이 울립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택배와 퀵 때문이죠. 이름값 하는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찾아와도 택배 상자는 변함없이 얼리어답터 사무실을 두드렸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9월에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했던 제품 Batteriser가 도착했습니다.

 

Batteriser (3)

Batteriser의 배송 예정일은 펀딩 당시 기준으로 겨우 2개월 후인 2015년 11월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어째서? 1년도 더 지난 2017년 1월에 배송이 된 걸까요? 당시 목표액의 1,317%를 달성하며 자금도 넉넉했을 텐데 말이죠. 역시 펀딩 제품은 잠시 잊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얼리어답터의 17번의 펀딩 중 9번째 제품이 도착했습니다.

 

펀딩 진행 상황 (1~17)

 

1번째 제품 : 넥스트 드라이브 플러그
2번째 제품 : 엑스키 에어 25 뮤직 키보드
3번째 제품 : 하이드라 스마트 물통
4번째 제품 : 홀가 디지털 카메라
5번째 제품 : 솔라 페이퍼
6번째 제품 : IDO 스마트폰 슬라이더
7번째 제품 : PUGZ 이어폰
8번째 제품 : MBI MatchBook LED 라이트

 

 

Batteriser (2)

얼리어답터가 펀딩했던 금액은 20달러입니다. AA사이즈 8개가 한 세트로 구성된 가격이죠. 펀딩 이후 제품명이 Batteriser에서 Batteroo로 바꿨는데요. Batteroo의 가격은 AA사이즈 8개가 19.98달러입니다. 제품이 출시되도록 펀딩도 해주고 1년 넘게 기다려줬는데 오히려 0.02달러 손해 봤습니다. 펀딩 진행 증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배송 일정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지만, 펀딩 성공 후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는 처음이네요.

 

 

Batteriser (1)

Batteriser? Batteroo?

혼란스럽습니다. 제품에는 Batteriser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패키지에는 Batteroo가 적혀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Batteroo라 적혀 있는 것을 보니 Batteroo가 맞는 것 같지만, 왜 제품에 Batteriser라고 새겼는지 궁금합니다. 배송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을 보면 미리 만들어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죠.

 

Batteriser (11)

누가 봐도 건전지 액세서리

겉모습은 누가 봐도 건전지를 덮는 형태입니다. 가운데 새겨져 있는 Batteriser란 글자만 봐도 건전지와 관련된 액세서리겠거니 하고 짐작할 수 있죠. +극, -극 위치는 보이는 대로입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극을, 반듯하게 펴진 부분에 –극을 꽂으면 됩니다.

 

Batteriser (10)

제대로 끼울 수 있을까? 라는 불안함

Batteriser를 끼웠더니 건전지의 길이가 살짝 길어집니다. 보통 제품에 건전지 끼우는 곳을 보면 –극 쪽에 용수철이 있기 마련이라 약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조금은 불안하네요.

 

Batteriser (9)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보였던 마우스에 Batteriser를 꽂아 봤습니다. 약간 버거운 느낌은 있지만, 그럭저럭 부드럽게 들어갔습니다. 괜한 걱정을 했나 싶었죠.

 

Batteriser (4)

다른 제품에도 Batteriser를 끼워봅니다. 그런데 온갖 힘을 써도 들어가질 않네요. 쇠자로 억지로 밀어 넣은 끝에 겨우 끼울 수 있었습니다.

 

제품마다 건전지를 끼우는 공간이 다른가 싶어 최대한 많이 끼워봤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10개 중 절반 정도의 제품이 Batteriser를 끼울 수 없었습니다. 아무 제품에나 막 사용할 순 없겠다는 결론이 났죠.

 

Batteriser (8)

Batteriser 자체가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무리하게 끼우던 중 건전지의 +극이 위치하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제품을 망가뜨리긴 처음이네요.

 

Batteriser (7)

2번의 성능 테스트

Batteriser는 평범한 건전지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입니다. 전용 회로를 통해 출력 전압을 조절해줘 어떤 제품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최대 8배까지 건전지의 수명을 늘려준다고 합니다. 디자인?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건전지는 덮개에 가려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제품에 얼마나 쉽게 끼울 수 있는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건전지를 힘세고 오래가도록 만들어준다는 핵심 보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Batteriser (6)

그래서 Batteriser가 어떤 성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먼저 똑같은 손전등에 똑같은 건전지를 끼웠습니다. 물론 한쪽에는 Batteriser를 착용한 건전지를 끼웠죠.

 

좌측이 Batteriser, 우측이 일반 건전지인데요. 하루 반나절 동안 켜둔 결과, 예상과 달리 Batteriser 쪽이 더 빨리 어두워졌습니다. 결과에 대해 여러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전구의 수명이 반나절을 계속해서 켜둔다는 가혹한 테스트를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고, Batteriser 쪽 손전등의 전구가 불량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Batteriser가 일반 건전지보다 전구에 더 강한 전압을 보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Batteriser (13)

그래서 준비한 2차 테스트. 건전지로 스마트폰을 충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AA 건전지 2개 기준 충전량은 몇 %인지, 소모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죠. 일반 건전지의 경우 2시간 동안 15%를 충전한 후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Batteriser를 사용했을 땐 이보다 짧은 1시간 30분 동안 같은 15%를 충전했죠.

 

건전지를 힘세고 오래가도록 만들어준다는 Batteriser를 사용했는데 왜 더 빨리 소모됐는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충전량은 동일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건전지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경우 건전지의 전력이 고스란히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형태라 일반적인 사용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스마트폰 충전이라는 사용 목적에 맞게 건전지의 출력을 조절한 것이죠.

 

Batteriser (12)

단기간에 결과를 얻기 위해 이런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Batteriser는 무조건 건전지의 수명을 늘려준다기 보다 사용하는 제품에 맞게 출력 전압을 조절해 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계나 리모컨, 도어락 등 대기 시간이 길고 큰 전압이 필요하지 않는 제품은 훨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충전처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전력이 필요한 경우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역할도 하죠. 어떤 제품이든 간에 Batteriser를 사용하면 건전지 사용 효율이 향상되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Batteriser를 포함해 총 9개의 크라우드 펀딩 제품을 만나 봤는데요. 0.02달러 바가지 가격에 1년이 넘는 기다림에 비하면 결과는 썩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하지만 건전지 2번 살 일은 1번으로 줄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이렇게 제품으로 나왔으니, 조금 더 개선되어 완벽한 제품이 되길 바랍니다.

 

요약
– 펀딩 종료 후, 가격이 오히려 더 내렸다.
– 배송 예정 시기보다 1년을 더 기다렸다.
– 이름은 바뀌었지만 제품에 새겨진 글자는 변함없다.
– 건전지 끼우는 곳의 공간에 따라 Batteriser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 Batteriser는 제품에 맞게 출력 전압을 조절해 준다.
– 제품에 따라 무조건 건전지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펀딩 만족도_new logo face

건전지의 출력 전압을 조절하는 아이디어와 성능은 Good.
뻑뻑해도 너무 뻑뻑한 착용감은 Bad.
한 번 끼웠다 뺐을 뿐인데 부러진 모습을 보는 그 허무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