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의 존재를 알아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다. 이왕이면 시각적으로 훌륭한 기술이면 더 좋다. 그만큼 인상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레노버의 증강현실폰 레노버 팹2프로(phab2PRO)를 써보면, 아마 최신 기술인 프로젝트 탱고(Tango)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용화된 유일한 탱고 스마트폰, 레노버 팹2프로를 얼리어답터가 만져봤다. 근데 정말 쓸 만한 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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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멀티미디어 소비에 특화된 형태
–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는 프로젝트 탱고
단점
– 아직은 기믹에 불과한 탱고
– 아쉬운 휴대성

 

 

 

phab2PRO_02구글이 만드는 현실 속 현실, 탱고

크고 아름다운 팹2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 프로젝트 탱고에 관한 이야길 먼저 해야겠다. 복잡한 이야기니 머리가 아프다면, 쭉쭉 내려 팹2프로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는 게 좋다.

 

프로젝트 탱고는 구글에서 제시하는 증강현실 플랫폼이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지각하는 현실에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를 덧붙이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 글라스도 이런 증강현실을 이용한 기기다.

 

 

phab2PRO_03오히려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포켓몬 고 이야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 현실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 안에 포켓몬이 숨어 있다. 이런 게 바로 증강현실이다.

 

다른 증강현실과 다른 프로젝트 탱고의 핵심은 공간의 깊이. 프로젝트 탱고는 사람의 눈처럼 공간의 깊이를 이해하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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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의 증강현실은 3차원을 정확히 구현하지 못했다. 따라서 증강현실의 구조물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거나, 엉뚱한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변환했을 때, 심도(深度)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탱고는 이걸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증강 현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팹2프로는 그럼 어떻게 공간을 학습할까? 센서가 모든 역할을 담당한다. 공간과 사물의 경계를 찾아내고, 사물에 적외선을 쏘고 돌아오는 시간을 바탕으로 깊이감을 잰다. 사람처럼 좌우 이미지를 이용해 삼각 측량으로 깊이를 추적한다. 이 모든 게 하나로 이루어져 공간의 깊이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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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크고 아름다운 팹2프로를 봐 볼까?

“이게 지금 스마트폰이라고?”
팹2프로라고 적힌 거대한 상자를 들고 저절로 이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상자를 열고 다시 한번 되뇌었다. 레노버 팹2프로의 크기는 무려 6.4인치. 요새 보기 힘든 크기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들려면 저절로 양손이 나서는 팹2프로의 무게는 259g. 88.6×179.8×10.7mm의 크기를 양손으로 들다 보면 지금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인지 태블릿을 들고 있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phab2PRO_06이 엄청난 크기도 사실 이유가 있다. 팹2프로가 공간을 인식하는 하드웨어를 담기가 힘들다. 그리고 센서를 계속 써야 하는 증강현실의 특성상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산재한 문제를 충족하려다 보니 구글이 탱고 프로젝트 조건으로 내건 6.5인치 이하를 아슬아슬하게 밑도는 6.4인치의 거대한 패블릿(Phablet, Phone + Tablet)이 등장하게 됐다. 아름다운 크기를 잠깐 감상하자.

 

 

phab2PRO_07phab2PRO_08phab2PRO_09phab2PRO_10그나마 다행인 점은 뒷면에 약간의 곡률을 넣어 손으로 잡는 느낌을 살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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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냥 폰으로도 제법 쓸 만한데?

어쨌든 덕분에 시원시원하게 보는 즐거움은 생겼다. 시원한 크기로 웹페이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볼 때 작아서 아쉽진 않다. 휴대성과 쾌적함을 맞바꾼 느낌이랄까?

 

동영상을 하나 틀어봤다. QHD 해상도를 갖춘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동영상은 시원시원하고 세밀함이 살아있다. 돌비 애트모스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해 음성도 풍부하고 호쾌하다.

 

제원 또한 나쁘지 않다. 퀄컴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4GB 램, 64GB 내장메모리를 갖췄다. 1600만 화소 후면카메라와 800만 화소 전면카메라, 4,050mAh 배터리도 갖췄다. 이만하면 어지간한 중급기 이상의 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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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탱고를 보자!

팹2프로 기본 앱에 탑재된 탱고를 실행하면 프로젝트 탱고가 제시하는 증강현실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탱고 앱은 다른 증강현실 앱을 소개하는 데에 그친다. 기본적으로 탱고를 체험해볼 수 있는 앱을 켰다.

 

 

phab2PRO_13처음에 검은 화면과 함께 풍경에 점이 촘촘하게 박힌다. 이게 무엇인가 하다가 무릎을 쳤다. 팹2프로가 공간을 학습하는 중이다. 점으로 된 동물이 돌아다니는가 싶더니 이내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phab2PRO_15카메라를 들어 주위를 휙휙 둘러본다. 둘러볼 때마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카메라 이동에 따라 시점이 변하는 모습은 탱고를 눈으로 이해하는 데 별 무리 없을 정도다.

 

 

phab2PRO_16phab2PRO_17증강 현실을 이용한 카메라 앱, Holo를 설치해서 써봤다. 풍경에 가상의 캐릭터를 얹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앱이다. 괴상한 캐릭터를 선택하니 마술같이 눈앞에 나타났다. 멀리 보내면 원근법에 맞게 줄어들고, 당기면 커진다.

 

이 과정이 꽤 재미있다. 이 밖에도 박물관 앱을 설치하면 고대 공룡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든지, 팹2프로 카메라로 방을 보면서 가상의 가구를 배치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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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엔 재미있는데, 탐탁진 않네.

원래 관심을 두던 AR과 VR과 관련된 기기를 써본다는 게 신기해 며칠 동안 열심히 만져봤지만, 지금 탱고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탱고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증강현실 앱은 어림잡아 20개 정도. 그나마도 분명한 목적이 있거나 증강현실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앱이 전부라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앱이 많진 않다.

 

 

phab2PRO_19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과연 정말 쓸 만한 기기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팹2프로는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괜찮은 기기다. 그러나 증강현실을 이용할 현실이 준비되지 않았고, 증강현실을 빼면 패블릿으로의 팹2프로는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아직 기술에 알맞은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레노버 팹2프로, 나아가서는 프로젝트 탱고의 한계점이다.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현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에 증강현실을 위한 구매는 아직 추천하기 어렵다.

우림한 크기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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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증강현실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