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온쿄(ONKYO)는 어느새 믿고 듣는 음향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심플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비롯해서 블루투스 스피커, 완전 무선 이어폰, 프리미엄 사운드를 지향하던 플래그십 이어폰까지, 음질에 있어서는 실망케 만들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헤드폰입니다. 온쿄의 최고가 프리미엄 라인업, 실내에서 하이파이 고음질 음악을 감상하기 적합한 헤드폰인 ‘A80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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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차원이 다른 고음질을 느낄 수 있다.
– 독특하면서도 중후한 디자인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 음악에 조예가 깊어 보일 수 있는 아우라가 생긴다.
단점
– 아웃도어에서는 절대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오픈형
– 육중한 부피와 무게가 주는 압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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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워요…

이걸 머리에 쓰면 과연 내가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큼직한 부피. 여태껏 봐왔던 헤드폰 중에서 가장 큽니다. 실제로도 크기가 큰 편입니다. 검은색의 가죽과 스틸 재질의 이어컵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금색의 포인트는 자기의 몸값이 비싸다며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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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헤드밴드는 처음 봤습니다. 세로 너비가 무려 7cm에 가까운 대단한 부피인데요. 머리가 뻗쳐서 보기 흉할 때, 이 헤드폰으로 음악도 들으면 헤어스타일도 함께 정리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쨌든 천연 가죽의 양쪽 두 군데에 있는 금색의 ONKYO 로고를 보면 상당한 내공을 쌓은 오디오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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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00의 안쪽을 살피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50mm의 다이나믹 드라이버 유닛이 들어있는데요. 역시 엄청난 크기죠. 과장하자면 스피커에서 떼어다가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요. 주위를 감싼 이어패드는 마치 베개가 생각납니다. 이 푹신한 이어패드는 벨벳 소재로 만들어져 촉감이 따스하고, 귀가 답답하지 않으며 압박이나 자극을 거의 주지 않습니다. 다만 먼지가 꽤 잘 달라붙어서 금방 더러워져 보이는 단점이 있죠. 오픈형이기 때문에 외부 소음 차단은 물론이고 오히려 주위에 내가 듣는 음악이 아주 잘 새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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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부피가 크지만, 머리 크기에 맞게 헤드폰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골드 컬러의 금속이 탁 나오면 감탄이 안 나올 수 없죠.

 

배트맨이 악당을 실컷 때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 홀로 고음질 음악을 듣는 취미가 있다면 아마 이걸로 듣지 않을까? 그만큼 디자인적인 분위기만 봐서는 진중한 고급스러움이 흘러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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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을 들으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A800의 전체 무게는 케이블까지 합쳐서 약 560g 정도입니다. 큰데다가 무겁기까지 하죠. 물론 가죽 헤드밴드와 벨벳 이어패드가 너무도 푹신해서 착용감 자체는 편안하고 훌륭하지만, 자체의 무게가 워낙 무겁다보니 오랜 시간 음악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한 번쯤 기지개를 켜고 상체를 풀어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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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헬멧을 쓴 것 같기도 합니다. 보기에는 아주 훌륭한 헤드폰인데 막상 저의 멋을 살려주지는 못하네요. 헤드폰의 탓인지, 저의 얼굴 탓인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워낙 부피가 커서 얼굴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좋은 효과도 있습니다. 제 주위의 어느 여직원분께서는 A800을 써보더니 얼굴이 작아 보여 기분이 좋다며 셀카까지 찍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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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목에 감지 말고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거나 헤드폰 거치대를 꼭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겁기도 하지만, 목에 걸면 마치 깁스를 한 듯이 턱이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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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헤드폰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케이블의 모습도 독특합니다. 길이가 무려 3m인데, 길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약간의 음질 저하라도 막기 위해서 넓은 형태로 제작된 무산소동 리본 케이블입니다. 길어도 너무 긴 이 길이는 아웃도어에서는 물론이고 책상 위에서 쓰기에도 불편할 수 있는데, 그만큼 스튜디오의 전문 음향 모니터나 오로지 고음질 음악 감상을 위한 사용성에 초점이 맞춰진 헤드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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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00이 기본적으로 탑재한 굵은 플러그도 6.35mm 규격입니다. 고급 오디오 앰프나 믹서 등에 바로 사용할 수 있죠. 물론 일반적인 3.5mm로 바꾸기 위한 어댑터도 기본으로 들어 있어서 스마트폰이나 DAP 등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손가락만한 굵기와 묵직함 때문에 거슬릴 수 있습니다. 고음질 음악 감상을 위해서는 충분히 감내할 만합니다.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기본적으로 A800에는 헤드폰을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나 파우치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보관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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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고 순수한 감성을 간직한 헬스트레이너 같은 음질

배트맨 같은 캐릭터가 쓰고 다닐 것 같은 느낌의 묵직하고 중후한 디자인과는 다르게 음질, 음색은 충격적인 반전을 안겨줍니다. 물론 이미지만 생각해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엄청난 고음질이겠거니 생각했었던 예감에는 물론 정확히 일치합니다.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균형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죠.

 

처음 들었을 때는 마치 필립스의 피델리오(Philips Fidelio) X2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X2를 봤을 때의 그 거대하고 중후한 느낌에 맑은 음질이 떠오르며, 온쿄 A800은 그 때의 데자뷰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오히려 그 녀석보다 훨씬 더 고지식하면서도 마치 음악 장인이 몇 개월 동안 섬세하게 다듬어 만든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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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다룰 때 나는 소리, 그 소리가 만드는 기류까지도 귀로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소름이 돋습니다. 온쿄 A800이 지원하는 주파수 대역은 5Hz – 40kHz인데, 보통의 음향 리시버 제품들이 최대 20kHz까지만 지원하는데 비해서 훨씬 더 높죠. 그 때문인지 섬세하고 투명한 고음부는 노래에서 진정한 깨끗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해줍니다.

 

저음은 절대 과격하게 넘치지 않습니다. 무대 바닥에 안정적으로 풍성하게 깔리는 조용한 드라이아이스 연기 같죠. 적당한 양감과 펀치감이 뭉뚱그려지지 않고 조화롭게 가슴을 두드립니다. 중음부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서 작은 소리 하나까지 깨끗하게 내뿜죠. 이 모든 게 균형을 잘 이루며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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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헤드폰 특유의 널찍한 공간감이 A800에서 아주 잘 느껴지는데요. 해상력도 굉장히 뛰어나서 악기들이 하나하나 겹치는 일 없이,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앞, 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파트를 충실히 연주합니다. 생생한 무대를 눈 앞에서 관람하는 것 그 이상의 느낌입니다. 아예 무대 안으로 난입해서 연주를 듣는 것 같죠. A800으로 들었을 때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음악을 골라봤습니다. 청음했던 기기는 아이폰 6s와 코원의 DAP인 Plenue D입니다. FiiO A1과 함께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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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y Shand ‘Way I Feel’ : 네오 소울 아티스트 Remy Shand의 데뷔 앨범 첫 트랙 ‘Way I Feel’. 구석에서 혼자 취한 듯 연주하는 일렉 기타의 작은 와우 이펙트 소리, 그리고 더 작은 각종 전자 효과음들까지 여기저기서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들립니다. 매트한 톤의 세련된 드럼이 바로 앞에서 그루브를 이끌고, 소울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대며 그 동안 평범하게만 들렸던 노래에 더욱 깊이감을 더해줬습니다.

 

– 2Cellos ‘I Will Wait’ : 양쪽에서 첼로로 배틀을 하듯이 울려대는 전투적인 현 긁는 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이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연주를 망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현악기의 매력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 피해의식 ‘Heavy Metal Is Back’ : 80년대 글램메탈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밴드, 피해의식. 헤비메탈을 사랑하는 그들의 거침 없는 외침 ‘Heavy Metal Is Back’. 헤비메탈의 상징인 날카로운 고음에 속이 뻥 뚫립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까지 전부 시끄러운 악기지만 하나 하나가 전부 선명하게 잘 들려서 신기합니다.

 

– Kelly Clarkson ‘Because Of You’ : 슬픈 목소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 발라드, 허스키한 발성이 숨소리와 섞여 만들어지는 절절한 보이스 컬러가 확연하게 잘 느껴집니다. 세션 악기들과 현악 파트도 훨씬 입체적이고 탄탄하죠.

 

– 윤상 ‘Back To The Real Life’ : 윤상의 최고 작품으로 평가되는 정규 3집 앨범 ‘Cliché’의 수록곡이죠. 키보드로 만들어낸 전자음의 조합은 평면적으로 흘려 듣기 쉬운데, A800은 각각의 효과음이 위치한 공간이나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공간감과 질감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해줍니다. 듣다 보면 사운드를 분석하게 되기도 하네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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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음질은 믿고 듣는 온쿄

온쿄 A800 헤드폰은 프리미엄 고음질 사운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헤드폰입니다. 온쿄 특유의 균형감과 깔끔함에 약간의 윤기가 더해져 깊이 있고 말끔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사운드 본연의 질을 생생하게 전달해줍니다. 크기가 상당히 커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실내에서 좋은 음악을 홀로 만끽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가격은 50만원선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진중하고 멋진 디자인
투명하고 선명한 고음
힘 있는 중음
깊이 있게 울리는 저음
각 음역대가 이루는 균형감
눈 앞에 무대를 만든 듯한 입체감
음질과 디자인 외 사용상의 편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