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조공의’ 계절이다. ‘썸’을 타건, 어장 관리를 당하건, 아니면 정말 사랑을 하건 간에 그녀를 위한 선물을 고르는 건 어지간히 골치 아픈 일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그 수많은 미지의 품목 중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만한 분야가 시계. 게다가 액세서리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거의 없고, 여러 개 있어도 보관하기가 어렵지 않으며, 쉽게 살만큼 저렴하지도 않아서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로 시계는 썩 괜찮은 선택이다. 어쨌든 선물이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법. 여자들은 어떤 시계를 좋아할까? 시계전문지 <크로노스>의 홍일점 유현선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브랜드
당신에게 시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안목은 자기 걸 살 때 쓰자. 물론 오랜 역사와 빛나는 기술력을 가졌지만 저평가된 브랜드도 알고 있겠지. 그 브랜드의 시계를 사라. 남성용으로. 그녀가 알만한, 받아서 기뻐할만한 브랜드의 시계를 사라. 대다수의 여자들에겐 시계 전문 브랜드보다 패션 브랜드가 더 효과적이다. 주얼리를 겸하는 브랜드의 시계를 살만한 예산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시계 전문 브랜드의 시계를 꼭 사야겠다면 여성용 라인업이 탄탄한, 남녀노소 모두가 알만한 브랜드가 좋겠다.

 

-디자인
디자인 취향은 너무 천차만별이라 조언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그녀가 직장에 다닌다면 크기가 작고 단순한 디자인의 정장용 시계를 좋아할 거다. 팔찌처럼 생긴, 아무리 봐도 시계 같지 않은 액세서리에도 여자들은 별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일반적인 시계보다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소재
가장 먼저 은색이냐 금색이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한 무늬로 뒤덮인 신소재 같은 거에 대개의 여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흰 편이라면 은색을, 검은 편이라면 금색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나가듯 피부가 ‘쿨톤’인지 ‘웜톤’인지를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쿨->은, 웜->금이다. 가죽 줄을 선호하는지, 스틸이나 골드로 된 브레이슬릿을 좋아하는 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 다음이 스틸 또는 골드. 가격차가 워낙 커서, 이건 예산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다만, 금시계는 스틸 소재에 비해 무겁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무브먼트
어떤 남자들에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요소지만 대다수 여자들에겐 아예 고려의 대상 조차 되지 않는다. 넋을 잃은 채 물 흐르듯 움직이는 초침을 감상하는 건 그저 남자들의 일. 기계식 시계는 쿼츠에 비해 무겁고, 두껍고, 고장도 잘 나고, 관리하기 번거롭다.

 

-다이아몬드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게 있으니 바로 다이아몬드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거나 여자들은 다이아몬드를 좋아한다. 그리고 착각하면 안 되는 것, 큐빅은 반짝이지만 보석이 아니다. 큐빅에 대해 묻자 유현선 기자는 단호하게 답했다. “그건 그냥 디자인 요소예요! 큐빅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마침표보단 느낌표가 어울리는 말투였다.

 

위의 조건과 그녀의 조언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여성용 시계 다섯 가지를 골랐다. 뭐, 아무래도 잘 모르겠어서 무난한 걸로 골랐다. 판매 순위도 좀 참고했다.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미니 에이미 (Marc by Marc jacobs – Mini amy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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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무난한 선택. 모든 게 다 무난하다. 평소에 이것보다 훨씬 좋은 시계를 차고 다니는 그녀가 아니라면 적어도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짓진 않을 거다. 브랜드 이름은 좀 바보 같지만 여자들은 좋아한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가격대 성능비’도 출중하다. 그래도 다이얼에 박힌 게 큐빅이니 큰 기대는 하지 말자. 30만 원대.

 

로즈몽, 앤틱 터치 로즈 (Rosemont – antique touch rose, 19-05 CS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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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라기보단 팔찌에 가까운 디자인. 남자 입장에선 좀 이해하기 힘든 스타일이지만, 놀랄 만큼 판매 순위가 높아 넣어보았다. 로즈몽은 최근 주목 받는 스위스 여성 시계 전문 브랜드.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스틸에 로즈골드 도금이다. 40만 원대.

 

펜디, 카멜레온 (Fendi Chame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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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처음으로 다이아몬드가 등장했다. 생각보다 비싸진 않으니 벌써 긴장하진 말자. 적어도 펜디의 핸드백 보다는 저렴하다. 가죽을 잘 다루는 브랜드인 만큼 도마뱀 무늬가 들어간 소가죽 스트랩의 품질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에나멜 처리된 다이얼은 더 없이 깨끗하다. 100만 원대.

 

에르메스, 케이프코드 (Hermes – Cape c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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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를 싫어하는 여자가 과연 존재할까? 아무래도 ‘에르메스 시계’하면 떠오르는 건 ‘H아워’지만 요즘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케이프코드’를 찾는 사람도 많다. 어차피 알아볼 사람은 다 알아본다. 긴 스트랩은 두 번 감아 액세서리처럼 연출할 수 있다. 340만 원대.

 

디올, 라 미니 디 드 디올 (Dior – La mini d de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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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mm 작은 크기의 시계. 베젤과 크라운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했다. 브랜드 좋고, 자개 다이얼이 내뿜는 미묘한 빛 매력적이고, 다이아도 빼곡히 박혔다. 평소에 차고 다니긴 좀 부담스럽겠지만 정장 차림과 파티 어디에나 잘 어울리겠다. 문제는 가격이다. 560만 원대.

 

그리고 무엇보다, 어쩌면 다이아몬드보다 더 중요한 건 그녀의 취향과 기호다. 평소에 그녀를 관찰하고, 그녀가 한 사소한 얘기를 기억하자. 어쩌면 시계보다 더 나은 선물을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 선물로 준비한 시계가 그녀의 취향에 딱 맞을 거란 확신이 없다면 최저가 인터넷 쇼핑몰이 아닌 백화점에서 구입한 후 교환권을 챙기자. 선물은 그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당신의 고귀한 자존심, 드높은 안목보다 그녀가 더 중요하다면 말이다.

 

얼리어답터의 시계 이야기 연재순서

1. 기계식 시계 입문을 위한 5개의 시계

2. 애플 워치가 두렵지 않은 쿼츠 시계들

3. 연약한 기계식 시계와 그 적들

4. 마이크로 브랜드 시계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