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모(LOMO)는 러시아의 광학 기업 레닌그라드 광학기기 조합(Ленинградское Оптико-Механическое Объединение.)을 뜻한다. 그러나 흔히 ‘로모’하면 여기서 만든 LC-A 카메라를 떠올린다. 폴라로이드가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로 부르듯이 말이다.

 

토이 카메라 열풍이 조금 잠잠해지고, 로모 카메라 관심도 시들해지는 것 같았으나 2014년 로모에서 인스턴트 카메라를 소개하면서 또 화제를 모았다. 로모 인스턴트 카메라만 있으면 후지필름의 익스탁스 미니 필름을 이용해 로모그래피를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더 넓은 판형에서 더 많은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가 출시했다. 기존 인스탁스 미니 필름의 좁은 공간이 아쉬웠던 사람에게 희소식인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 더 넓은 필름에 담아낸 우리의 비일상같은 일상. 혹은 일상 같은 비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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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고고한 아날로그 디자인
– 일상을 비트는 로모만의 감성
단점
– 볼만한 사진을 얻을 때까지 소모되는 필름값
– 제법 비싼 가격, 비싼 유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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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담다

이제는 디지털로 360도를 담아내는 세상이지만,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의 디자인은 그 모든 변화를 거부하는 고지식한 디자인을 갖췄다. 그 흔한 터치 버튼 하나 없이 모든 조작을 직접 누르고 스위치를 젖혀야 한다. 목측식 카메라에 익숙하다면 오히려 매우 간단해진 조작법이라 하겠으나, 이런 카메라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무척 낯선 조작감일 것이다.

 

그러나 로모그래피의 철학을 기억하자. 가장 중요한 룰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찍어라(Don’t Think, Just Shoot)’ 선명한 사진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어떻게 찍든 로모카메라의 독특한 감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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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찍어요.

전원 레버를 내리고 렌즈의 거리계를 돌린다. 플래시와 노출을 조정하고 다중 초점 여부를 정한 후 지긋이 셔터를 누른다. 여기까지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의 기본 촬영 과정. 그러나 무시해도 그만이다. 로모는 일상 속에 있는 비일상을 찾아내는 카메라니까.

 

굳이 렌즈 컨버터를 끼웠다고 뷰파인더 커버를 바꿔줄 필요도 없다.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엉덩이 높이에서 셔터를 그냥 눌러도 된다. 이 역시 로모그래피의 10가지 골든 룰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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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면?

조금 더 내 마음대로 찍어보고 싶다면 사용법을 익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오른쪽 아래 전원 레버를 A로 두면 자동 촬영, B로 두면 벌브(Bulb) 촬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는 만큼 노출이 된다. 1/30에 두면 무조건 1/30초로 촬영하겠다는 뜻.

 

+1, 0, -1은 노출 보정으로 더 밝게(+1), 더 어둡게(-1)를 조정할 수 있다. MX는 다중 노출로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하는 버튼. MX 버튼을 한 번 눌러 램프가 켜지면 자유로이 셔터를 누르고 마지막에 MX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마무리하면 된다. 위 번개 무늬는 플래시 버튼으로 플래시를 켜고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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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모 감성을 위한 약간의 양념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에는 몇 가지 액세서리가 포함됐다. 울트라 와이드 앵글렌즈, 10cm 접사렌즈, 스프리쳐(Splitzer)가 그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로모그래프 특유의 감성에 양념을 더할 수 있다.

 

더 넓은 화면을 담거나, 물건을 더 가까이에서 담을 수 있다. 다중 노출을 이용해 같은 화면에 여러 장의 사진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컬러 필터를 이용하면 플래시 색을 바꿔 전혀 다른 색감을 표현할 수 있고, 렌즈 일부를 가리는 스프리쳐를 활용하면 1장의 결과물을 완벽하게 나눠 촬영할 수 있다.

 

렌즈 옆에 있는 볼록거울은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렌즈 캡으로 쓸 수 있는 셔터 리모컨은 좀 더 먼 거리에서 나를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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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비틀어 보다.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에는 후지 인스탁스 와이드 필름이 들어간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10장들이 1팩이 약 9천원대 중반. 장당 1천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필름을 열고 카메라에 넣고 셔터를 누른다. 가림막이 올라오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곧바로 눈 앞을 찍는다. 찰칵.

 

와이드 필름이 올라오고 천천히 상이 맺힌다. 즉석카메라의 느낌에 인스탁스 필름 특유의 색감이 더해져 묘한 느낌의 사진이 나왔다. 뭔가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은 것 같고, 색감도 비틀어진 듯하다. 사진 테두리에는 묘한 그림자(비네팅)도 들었다. 일반적인 용도로 결코 잘 나온 사진이라 할 수 없지만, 이게 바로 로모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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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모가 말하는 기억의 다른 결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로 사진을 찍는다. 로모 인스턴트 와이드로 본 세상은 우리가 봤던 세상과 다르다. 눈의 기억과 전혀 다른 색 빛이 들어와있기도 하고, 우악스럽게 왜곡된 피사체가 눈에 보일 때도 있다. 기억보다 더 어둡거나 밝고, 잔상이 남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가 로모그래피를 만든다.

 

로모가 만든 기억과 다른 풍경이 오늘날의 로모를 만들었다. 우리의 일상을 정확하진 않지만,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기억하는 현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로모그래피의 골든 룰에서 내가 무엇을 찍었는지 알 필요가 없다(You don’t have to know beforehand what you captured on film.)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우리가 무엇을 담아냈는지 알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본 기억의 다른 결이리라.

제품 디자인
감성을 만드는 다양한 액세서리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
가격과 유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