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렌다쉬의 849 볼펜은 까렌다쉬 제품 중 저가 볼펜 라인이다. 849 볼펜은 스위스 디자인 역사 우표 시리즈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Fixpencil의 디자인이 묻어난다. 849 볼펜이 1969년부터 같은 디자인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시간을 뛰어넘는 세련된 디자인과 부드러운 필기감 덕분일 테다.

 

폴스미스가 애용하는 볼펜으로도 유명한 849 볼펜은 2015년 까렌다쉬 100주년을 맞아 폴스미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폴스미스x까렌다쉬 849 볼펜을 출시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른 감각적인 색상과 함께 폴스미스x까렌다쉬 849 볼펜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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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 고급스런 필기감
– 폴스미스의 감성
– 감각적인 디자인
단점
– 저가형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가격
– 리필심마저 만만치 않은 가격
– 실용성 제로의 틴케이스

 

 

 

까렌다쉬(CARAN D’ACHE)?

 

까렌다쉬 혹은 카렌다쉬(CARAN D’ACHE)라는 브랜드가 생소할 수도 있다. 스위스의 문구 제조사로 191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탄생했다. 까렌다쉬는 러시아어 карандаш에서 유래했는데, ‘연필’이란 뜻이다.

 

물론 연필이라는 뜻 때문에 이런 브랜드가 생긴 것은 아니고,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인 엠마뉴엘 포와르의 별명이 까렌다쉬였고, 여기서 브랜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carandache_2까렌다쉬의 금속을 정교하게 가공한 만년필은 만듦새로 명성이 높다. 또한, 세계 최초의 수용성 색연필인 Prismalo, 육각형 클러치 펜슬의 원조인 Fixpencil도 유명하다.

 

여기서 조금 저가 라인으로 들어가면 Fixpencil의 디자인을 그대로 갖춘 볼펜인 849 볼펜이 있다. 6만원에 육박하는 볼펜 한 자루가 저가형이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지만, 까렌다쉬의 고급 필기구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저가형이라 할 만하다.

 

 

carandache_3작년 폴스미스x까렌다쉬 849 볼펜은 폴 스미스의 독특한 감성을 더했다. 옅은 채도의 독특한 색상을 넣어 어디에도 없는 폴스미스만의 감성을 더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폴스미스x까렌다쉬 849 볼펜도 마찬가지다.

 

 

 

폴스미스의 독특한 감성 한 스푼

 

까렌다쉬 특유의 하얀 패키지를 손에 들었다. 금속을 가공한 제품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묵직하다. 가운데는 까렌다쉬 로고와 제네바라는 글씨가, 한쪽에는 ‘Made in Swiss, Since 1915’가 적혀있다. 단순한 종이 패키지부터 간결한 느낌이 묻어나온다.

 

 

carandache_4케이스를 벗기면 다시 하얀색 까렌다쉬 종이가 있고, 이를 벗겨냈을 때 비로소 틴 케이스를 볼 수 있다. ‘현란한데 깔끔하다.’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이 틴 케이스에서 묻어난다.

 

 

carandache_5얇디얇은 이 케이스는 849 볼펜 특유의 틴 케이스이다. 실용성 따위 전혀 없는, 오로지 이 볼펜만을 위한 케이스다. 쓸모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쁘다. 여기에 폴스미스 감성을 듬뿍 얹었다. 틴 케이스에도 적혀 있듯이 ‘폴스미스 + 까렌다쉬’다.

 

사진으로 담아내는 색상은 실물로 보는 색상에 반도 못 미친다고 감히 고한다. 그만큼 실제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의 케이스를 볼 수 있다. 강렬한 색이 크기도 제멋대로 늘어진 것 같지만, 묘한 균형감은 자꾸 케이스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carandache_6자석으로 붙는 틴 케이스는 조금 위태위태하게 떨어진다. 처음에 봤던 단단한 느낌과 동떨어지는 어설픔이다. 틴 케이스가 주는 첫인상에 넋을 잃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비볐다. 자세히 보니 케이스 끄트머리에 일어난 부분도 보이고 칠이 깔끔하지 않은 부분도 눈에 띈다. 아쉽다.

 

 

carandache_7틴 케이스 뒷면에는 들어있는 펜 바디의 색상이 스티커로 붙어있다. 페트롤 블루(Petrol Blue)와 코랄 핑크(Coral Pink) 바디가 들어있다. 이 색은 모두 틴 케이스에서 볼 수 있다.

 

 

carandache_8틴 케이스에 이어 펜 바디에도 폴 스미스가 적혀있다. 쉽게 벗겨지지 않는 재질이다.

 

 

carandache_9carandache_10노크 스위치에는 까렌다쉬의 무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고, 한쪽에는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마크가 있다. 클립 아래엔 까란다쉬 849라고 적혀있다.

 

 

 

까렌다쉬의 전통 한 스푼

 

콜라보레이션으로 폴스미스 특유의 감성이 들어갔지만, 까렌다쉬 849 볼펜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육각형의 디자인과 여기에 달린 단단한 클립. 그리고 예쁘게 깎은 연필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이 까렌다쉬 849 볼펜의 클래식한 느낌을 이룬다.

 

 

carandache_11안에는 까렌다쉬 골리앗 볼펜심을 쓴다. 볼펜심 가격만 1만원이 넘는 고급 볼펜심이지만, A4 용지 600장을 채울 만큼 오래 쓸 수 있다. 노크를 눌러 볼펜심을 꺼낸다.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정숙한 노크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여태까지 딸깍거리며 눌렀던 노크가 경박해지는 느낌이다. 종이 위에 펜을 얹고 글을 썼다. 부드럽다. 골리앗 볼펜심에서 느껴지는 필기감은 상당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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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는 볼펜, 끊김없는 잉크, 찾아볼 수 없는 헛발질과 잔여물까지 흠을 찾기 어렵다. 이 만듦새가 지금까지 까렌다쉬 849 볼펜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일 테다.

 

 

 

팝(Pop)과 클래식(Classic)의 만남

 

까렌다쉬의 849 볼펜은 까렌다쉬를 상징하는 아이코닉 볼펜이다. 볼펜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느낌은 클래식(Classic) 그 자체다. 여기에 폴스미스의 팝(Pop)한 감성이 들어왔다. 안 어울릴 만한 것들이 만났고, 그 결과가 지금 여기 있는 폴스미스x까렌다쉬 849 볼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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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분명 비싼 가격을 갖췄지만, 만듦새가 예전만 못하다. 가격 대비 성능이 부실하다. 그래서 비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언제나 효율적인 선택만 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우리도 결국 이렇게 일상과 일탈이라는 안 어울릴 만한 것들이 만난 멋진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 싶다.

 

폴스미스와 까렌다쉬의 만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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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