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엡손에서는 웨어러블 스마트 글래스 모베리오 BT-300을 공개했다. 개인용 제품으로는 2년, 개인용과 산업용을 합치면 1년 만에 출시하는 새 제품이라는 점도 있으나, 무엇보다 스마트 글래스의 불씨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26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회 한국웨어러블산업전시회에서 모베리오 BT-300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코엑스를 찾았다. BT-200과 BT-2000을 써봤던 경험을 되짚어가며 새롭게 공개된 BT-300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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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진 무게

 

여태까지 출시된 HMD(Head Mount Display)는 무거운 무게로 오래 착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풀어 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모베리오 BT-300의 결과물은 어떨까? 전작인 BT-200보다 22% 줄어든 69g이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카드보드지로 만든 HMD를 빼면, 모베리오는 가벼운 축에 속한다. 이는 전용 컨트롤러를 바깥으로 빼내면서 이뤄낸 무게다. 대신 선이 주렁주렁 달리는 불편함이 생겨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e_epson_269g인 모베리오 BT-300의 무게는 어떤 느낌일까? 일반적인 안경의 무게는 30g 내외로 모베리오 BT-300의 무게는 약 2배 수준이다. 직접 써봤을 때 체감 무게는 두 배까지는 아니지만, 쓰다 보면 곧 피로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에 화면만 보기위해 앞을 가리는 암막 등을 더하면 무게는 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모베리오는 자체 시력 보정 기능이 없어 저시력자는 안경을 착용하고 다시 모베리오 BT-300을 착용해야 한다. 코 패드를 이용하면 안정적으로 착용할 수 있다고 하나, 아직 코 패드는 현장에 제공되지 않아 체험할 수 없었다. 결국, 이것저것 더하다 보면 무거워지고, 착용감이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모호한 디자인

 

모베리오 디자인은 날렵한 안경의 인상을 갖췄다. 디자인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것을 가정하고 만든 듯하다. 엡손에서 밝힌 모베리오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 엡손의 프로젝터 기술이 녹아있는 디스플레이와 이를 이용해 외부 환경과 동시에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스루(See-through)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막상 모베리오 BT-300을 외부 환경에서 쓰려고 하면 보통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바로 컨트롤러 때문이다.

 

 

e_epson_3모베리오 시리즈는 전용 컨트롤러를 연결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머리에 쓰는 부분은 단순히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는 프로젝터에 불과할 뿐, 대부분의 조작은 컨트롤러가 있어야 한다. 음악을 들으려고 해도 컨트롤러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3.5mm 오디오 단자에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연결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안경, 컨트롤러 등 장비도 많고 이를 연결하는 선도 치렁치렁 달고 다녀야 한다. 컨트롤러는 주머니 혹은 다른 곳에 고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걸 외부 환경에서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현장에서 컨트롤러의 번거로움을 토로하자 현장에 있던 엡손 직원조차도 집 안에서 앉아서 써야 한다고 답할 정도다. 그렇다면 모베리오의 디자인은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외부 환경에서의 이용을 고려한다면 외부 환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qHD 해상도에서 비로소 온전한 HD 해상도가 됐다. 그리고 Si-OLED(실리콘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해 색재현율과 명암비가 개선돼 뿌연 느낌이었던 화면이 선명해지고, 보기 좋아졌다.

 

 

e_epson_4e_epson_5이런 곳에서 화면이 어떻게 나오나 싶은데, BT-300을 착용하면 마법처럼 눈앞에 디스플레이가 떠오른다. 굴절된 부분을 통해 왼눈과 오른눈의 화면을 각각 쏘는 형식으로 눈과 벽 사이가 멀면 더 큰 화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밖에서 봤을 때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신기한 점. 각도에 따라 뭔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어떤 화면인지는 착용자만이 볼 수 있었다.

 

 

e_epson_6오른쪽에는 500만 화소 카메라가 있어 사진을 찍거나 증강현실 데이터를 인식할 수도 있다. 전작이었던 BT-200의 카메라 화소가 고작 30만 화소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달라진 한 걸음, 그러나 아쉬운 한 걸음

 

엡손 모베리오 BT-300. 개인용 제품으로는 2년 만에 나온 제품으로 전작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가 더 나은 방향이라는 점도 모베리오 BT-300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단순히 더 나아졌으니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소비자의 기준 역시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달라진 소비자의 기준에서 모베리오 BT-300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가벼워졌지만, 아직도 피로감을 주는 무게. OS가 아직도 안드로이드 5.1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 외부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디자인은 모베리오 BT-300을 ‘달라진 한 걸음, 그러나 아쉬운 한 걸음’이라고 표현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은 엡손이 모베리오 개발에 의지를 갖고 있고, 꾸준히 개선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출시 때는 더 나은 기능을 들고 오길 바란다.

 

 

장점
– 분명하게 개선된 디스플레이
– 가벼워진 무게
– 컨트롤러의 편의성 개선
단점
– 휴대성이 나빠진 컨트롤러
– 구OS 이용에 따른 기능 제한 및 보안 우려
– 아직도 피로감을 주는 무게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박병호
테크와 브랜드를 공부하며 글을 씁니다. 가끔은 돈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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